오다시로가하라의 일출을 보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꼈다.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구름 낀 하늘이 고맙다. 때론 목적한 것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덕분에 다시 눈을 붙였다. 7시경에 온 호텔이 쩌렁쩌렁하도록 방송을 한다. 8시까지는 단체여행객들 식사 시간이니 일반 손님들은 8시10분부터 이용하란다. 온천부터 하고 식당으로 갔다.

아침부페
아침부페

단체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대형 저가호텔이라 조식부페도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그래도 넷이서 수다를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호수산책
호수산책

체크아웃하고 숙소 앞 호숫가를 산책하고 일출에 못본 오다시로가하라로 갔다.

오다시로가하라로 가는길
오다시로가하라로 가는길

안개목도리를 두른 귀부인을 만나러 가는 산책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계곡을 따라 걷다가 숲길도 걷고 데크길도 걷는다. 아침숲길 공기가 상쾌하다. 평일인데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연학습 견학 온 어린 학생들도 보인다. 오다시로가하라에 도착해보니 귀부인의 자태가 드러난다.

오다시로가하라의 귀부인
오다시로가하라의 귀부인

비록 일출에 안개목도리를 두른 모습은 못봐도 습지 평원의 푸른 숲 사이에 우뚝 도드라진 몸매를 보니 귀부인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나무를 귀부인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셔틀버스를 탔다. 엉뚱한 주차장에 내려준다. 안내소에 들어가 물어보니 우리 주차장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다행히 있다.

류즈노타키폭포
류즈노타키폭포

우리가 차를 세워둔 주차장은 류즈노타키의 상단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용의 위용을 뽐내는 폭포를 감상하며 내려갔다.

폭포 하단의 용소에는 쌍폭이 용의 콧구멍에서 흐르는 콧물처럼 세차게 떨어져 내린다.

점심
점심

폭포가 잘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찹쌀떡튀김을 넣은 소바를 먹었다. 일본에서 처음 먹어보는 소바다. 맛은 우동 국물에 찹쌀떡 튀김 넣은 맛이다.

주젠지호수
주젠지호수

해발 1269m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젠지호수로 갔다. 보트선착장에서 호수를 보며 잠시 휴식하고 오늘의 목적지 닛코로 향했다.

주젠지호수에서 닛코로 가는 길
주젠지호수에서 닛코로 가는 길

주젠지호수에서 닛코로 가는 길은 죽음의 길이다. 일본산악지역운전을 많이 해봤지만 최악이다. 꼬불탕의 차원이 다르다. 다행히 일방통행이다. 일방통행이 아니라면 아찔한 길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닛코 온천럭셔리 료칸으로 갔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격이 느껴진다. 짐을 내려서 들어주고 발레파킹까지 완벽하게 마쳐준다.

료칸라운지
료칸라운지

라운지로 안내하고 웰컴드링크 선택을 하란다.

웰컴드링크 체리비어
웰컴드링크 체리비어

처음 보는 체리비어로 통일했다. 맥주가 맛있다니 놀랍다.

료칸정원
료칸정원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는 방에서 귀부인대접을 받으며 우리 모두 행복에 취했다. 웰컴드링크를 다 마신 후 나가이상의 안내를 받으며 방으로 갔다. 우리 짐들이 방안에 잘 놓여있다. 나가이상이 료칸에 대해 자세히 알려준다. 럭셔리료칸이라 방도 수준이 다르다. 양식 테이블과 좌식 테이블이 다 갖춰져 있고 커피머신과 꽃차등 차도 다양하다. 발코니룸에는 안마의자까지 있다. CD와 플레이어까지 구비되어 있어 리사우노의 분위기 있는 노래와 함께 차와 커피를 즐겼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움이 완벽한 료칸이다.

우리 네 사람은 여행중 가장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저녁시간 전 목욕탕으로 갔다. 노천탕은 크지는 않지만 조경과 욕탕이 잘 어우러져 있다. 몸은 따뜻한 물속에서 푹 풀어지고 머리는 찬 공기로 맑아진다. 모든 것이 완벽한 료칸이다.

가이세키 에피타이저
가이세키 에피타이저

드디어 기대하던 가이세키의 시간이다. 식당으로 안내 받아가니 애피타이저가 준비되어 있다. 음식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사시미부터 오밀조밀 작은 장식까지 먹을 수 있는 요리다. 최고등급 와규샤브샤브와 생선구이등 모든 코스를 마치고 과일디저트까지 다 먹었다. 맛본다고 대나무사케도 하나 시켜서 나눠 마셨다. 다들 배가 터질 듯 부르다.

정원의 야경을 즐기며 산책한 후 닛코온천에서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루의 마무리는 사진 정리와 함께 다들 깔깔 웃는 것이다. 먹어서 부른건지 웃어서 아픈건지 구별이 안된다. 쾌락과 고통이 종이 한 장 차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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