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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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건희 시대'를 마무리하고 '이재용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삼성그룹은 창사 이후 최고의 경사를 맞았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지난 3분기에 다시 한 번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5조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기보다 매출은 1.64% , 영업이익은 3.06% 늘어난 수치며 전년 동기보다는 매출이 29.65%, 영업이익이 178.85%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정보 뛰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전 분기의 14조700억원도 가뿐하게 넘었다.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고치인 23.4%로 나타났다. 100원을 팔면 23.4원의 이익을 남긴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곧바로 권오현 부회장의 용퇴 소식을 전했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하는 동시에 내년 3월까지만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이 시작되는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삼성그룹 내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인물이었다.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과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제외하면 그룹 내 가장 선임자며 경영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다시 말해 권 부회장이 물러나면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의 직급이 가장 높아진다. 이 회장의 부재로 이 부회장이 사실상 '1인자'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관련 업계와 재계는 권 부회장의 사임으로 조직 쇄신 차원에서 삼성그룹 경영진이 '젊은 피'로 바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직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그룹을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멈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룹 내 인사 단행과 함께 계열사 업무는 물론 M&A 등 조직의 중대사를 결정할 조직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이런 변화는 권 부회장의 얘기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용퇴를 결정한 권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퇴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사·조직 개편이 언제 이뤄질지 아직 미지수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12월 초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달 초 권 부회장이 퇴진을 결정하면서 인사 논의가 시작됐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조직 안정화도 시급한 실정이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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