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마음 편히 있어주세요. 느긋하게 헤엄치는 물고기의 모습과 음악으로 마음 편해지는 한때를...’
숙소복도한편 FEEL룸에 붙어있는 글귀다. 그렇게 지낸 하루였다. 3박4일 온천 순례를 마치니 얼굴이 뽀샤시해졌다. 다양한 온천 체험을 위해 3등급숙소를 골고루 체험했다.

온천료칸 중 최고는 고급료칸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드는 분위기덕분이다.

아침
아침

요리사가 예술가인 듯 느껴지는 아침식사는 4명의 중년여인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하나도 남기지않고 깨끗이 비웠다.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직원이 우리 차를 호텔문앞까지 가져와서 짐을 실어 놓았다. 귀부인이 된 듯 우아하게 차에 올랐다.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고품격 료칸을 제대로 체험했다.

동조궁
동조궁

도쿠가와사당인 동조궁으로 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스케일과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원숭이
원숭이

잠자는 고양이
잠자는 고양이

원숭이조각, 잠자는 고양이상 그리고 울부짖는 용이 볼만하다. 천장에 그려진 용의 얼굴부분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이 신기하다. 사진과 녹음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쉽다.

하늘을 가릴 듯 솟은 삼나무길산책은 덤이다. 닛코 입구 신교로 가서 힘들게 주차하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닛코거리
닛코거리

닛코시내는 볼 것이 많지 않다.

아이스크림 푸딩
아이스크림 푸딩

우연히 들어간 닛코푸딩가게의 아이스푸딩 맛은 온몸을 오글거리게 만드는 맛이다.

사노 아울렛몰
사노 아울렛몰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사노아울렛몰로 갔다. 아울렛몰 규모는 우리나라 아울렛몰보다 크지않다. 예전에는 일본 아울렛몰에 오면 흥분하곤 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아울렛몰이 워낙 훌륭해서 외국 아울렛몰이 그저 그렇다. 한국에서도 같이 시장다니는 우리들이라 물건 하나를 사면서도 서로 말이 많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정보력은 KGB를 능가한다. 덕분에 충동구매를 많이 줄였다.

별다방에 가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먹었다. 며칠동안 카페 하나 변변히 없는 산골을 헤매고 다녔더니 다들 카페인 가득 들어간 진한 커피가 그리웠다.

이제 4일동안 정든 구루마를 집으로 보내줄 시간이다. 렌트카사무실을 네비로 찍어보니 동경시내 외곽도로를 돌아서간다. 동경을 돌아갈 이유가 없다. 휴대폰 네비를 작동시키니 40km가 줄어든다.

어둠이 내리고
어둠이 내리고

쉬지도 않고 열심히 달리는데 석양이 지고 어둠이 내린다. 가로등 조명 하나 없는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려 드디어 렌트카사무실에 도착했다. ETC카드를 정산하고 기차역으로 오니 동경역 행 고속열차시간이 3분 남았다.

익스프레스타고 동경역으로
익스프레스타고 동경역으로

티켓팅하고 뛰어서 무사히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타이밍의 예술이다. 동경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려니 캐리어를 2개이상 실을수가 없단다. 할수없이 2대로 나누어 탔다. 첫차를 보내고 다시 택시에 탔다. 호텔로 가자고 했더니 모른다고 전화번호를 달란다. 기사님의 얼렁뚱땅으로 같은 거리가 앞차와 400엔정도 차이가 난다. 1km정도의 거리인데 웃기는 동경이다. 동경시내 비즈니스호텔이라 방이 심하게 작다. 그래서 1인1실 방4개를 예약했다. 작지만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알찬 호텔이다. 공동온천탕에는 세탁기까지 있다. 프로트직원이 한국말도 유창하다. 여행 내내 한국사람을 한번도 만나지 못하던 차에 한국말 하는 직원을 만나니 감동이다.

방에서 보는 동경야경
방에서 보는 동경야경

동경 한복판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창 밖의 경치가 다르다. 긴 역사를 쓴 하루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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