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일상생활 곳곳으로 AI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알파고 제로' 관련 모습. 사진=구글 제공
인공지능(AI)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일상생활 곳곳으로 AI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알파고 제로' 관련 모습. 사진=구글 제공

지난해 3월 인간계 최강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개발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둑 대결을 벌였다.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이 대결이 알파고 승리로 끝나면서 인간이 AI에게 패했다는 큰 충격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알파고는 AI를 '미래의 것'에서 '현재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이후에도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 기사를 상대로 전승을 거두자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마저 생겼다. 여기에 최근 구글 딥마인드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제로'가 인간 도움 없이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바둑이라는 국한된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다수 기업이 AI를 일상생활에 접목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테라데이타가 발표한 AI 기술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계 기업 80%가 AI에 투자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 3명 중 1명은 AI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봐도 국내 AI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2000억원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황재용 넥스트데일리 기자 hsoul38@nextdaily.co.kr

AI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각 기업 역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AI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각 기업 역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일상으로 들어온 AI, 세상을 바꾼다

전문가들은 AI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 생활 곳곳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I 스피커 등 이미 일상생활에 스며든 제품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우리 사회 요소요소에 AI가 침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 AI 플랫폼이 AI 시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 '시리'와 삼성전자 '빅스비' 등이 대표적이며, 각 기업은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와 '카카오아이'를 탑재한 AI 스피커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AI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홈 생태계도 형성되고 있다. 스마트홈이란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키워드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가전제품을 비롯한 집안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TV와 에어컨, 냉장고는 물론 수도와 전기, 냉난방, 도어록 등 가정에 있는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이런 IoT가 각 가정에 자리 잡으면서 AI 플랫폼과의 연동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즉 내 집에 있는 모든 가전과 난방·보안시설 등이 AI 플랫폼, IoT와 연동돼 사용자가 집 안팎에서 이를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I 플랫폼과 IoT가 접목된 스마트홈 생태계에서 지낼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로봇과 결합돼 인간의 업무를 돕거나 대신할 수 있는 역할도 수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IBM '왓슨'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로 AI가 전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동차업계와 금융권에서도 AI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중 국내 은행은 앞 다퉈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AI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목소리만으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AI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인공지능과 연관된 'All 바이오닉 애플칩'을 자체 개발했으며 구글도 '픽셀 비주얼 코어칩'을 고성능 스마트폰 '픽셀2'에 채용했다. 세계 최대 PC칩 업체인 인텔은 페이스북과 공동으로 인공지능칩 '너바나' 신모델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AI 시대를 맞는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LG전자와 퀄컴의 자회사 퀄컴테크놀로지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LG전자가 조만간 출시할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씽큐'에도 클로바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와 삼성전자 역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스마트홈 구축을 위해 GS건설, 포스코건설 등과도 힘을 모으는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AI-IoT 통합 플랫폼' 구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 핵심에는 회사의 AI 플랫폼 '빅스비'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삼성전자는 'AI-IoT 통합 플랫폼' 구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 핵심에는 회사의 AI 플랫폼 '빅스비'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그리는 혁신의 '빅 픽처'

올해 2분기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수립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7'를 열고 'AI-IoT 통합 플랫폼' 구축이라는 포부를 전 세계에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큰 그림의 핵심은 회사의 AI 플랫폼인 '빅스비'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탑재 대상을 기존 스마트폰에서 스마트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스마트싱스, 아틱, 삼성 커넥트 등 다양한 IoT 서비스와 기기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삼성전자는 이 콘퍼런스에서 업그레이드 한 '빅스비 2.0'을 공개했다. 회사는 빅스비 2.0이 강력한 연결성, 자연어 인식능력 향상, 지능적이고 다양한 활용성 등 특징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되는 스마트TV부터 본격적으로 빅스비를 탑재하고 연동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판매 중인 냉장고 '패밀리허브'에서 시현되는 것처럼 음성제어를 통해 사용자 상황별로 맞춤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것. 이와 함께 스마트싱스, 아틱, 삼성 커넥트 등 모든 IoT 제품과 서비스를 스마트싱스로 통합할 예정이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IoT 플랫폼과 함께 에코시스템을 연결하고 이는 다시 빅스비와 유기적으로 접목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은 “모든 카테고리 제품들을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파트너와 개발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참여해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에코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I를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경쟁도 본격 시작됐다. 각 회사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SK텔레콤 '누구 미니' KT '기가지니' LG유플러스 업무협약 모습.
AI를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경쟁도 본격 시작됐다. 각 회사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SK텔레콤 '누구 미니' KT '기가지니' LG유플러스 업무협약 모습.

◇시장을 선점하라!…불꽃 튀는 이통사 'AI 대전'

AI를 둘러싼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AI 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강점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통사 'AI 대전(大戰)'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우리말을 인식하는 AI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했다. 이후 지난 여름 국내 최초의 이동형 AI 기기 '누구(NUGU) 미니'를 선보였다. 누구 미니는 내장 배터리를 기반으로 집은 물론 공원 등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업계는 물론 소비자로부터 호평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은 AI 기반 통신망 '탱고(TANGO)'를 유선망에 이어 이동통신망으로도 확대 적용했다. 2년에 걸쳐 회사가 자체 개발한 탱고는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 AI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이다. 지난해 12월 유선망에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자동으로 통신 트래픽을 최적화해 전송하고 네트워크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면서 스스로 복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에서 만날 수 있는 SK텔레콤의 내비 'T맵×누구'는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목적지 검색이나 뉴스 브리핑, 날씨, 오늘의 운세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KT는 AI TV 서비스 '기가지니'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T는 최근 기가지니 가입자가 3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한 후 약 50일 만의 경사다. 특히 30만명 가입자 돌파에 맞춰 기가지니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대화, 금융, 쇼핑 기능 등을 개선했으며 음성인식 대화는 인공지능이 이전 문맥을 기억하고 대명사의 의미를 파악해 답을 제공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KT는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적자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AI 교육센터'를 개소했다.

홈IoT 1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7년 연속 주택공급 1위 기업인 대우건설, 네이버와 함께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아파트'를 조성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 푸르지오 아파트에 홈IoT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AI 디바이스를 공급하게 된다. 네이버는 AI 플랫폼과 이와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통신, 금융, 서점, 의료 등 산업 분야 곳곳에 자사 AI 플랫폼이 탑재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4년 개발한 페퍼는 감정인식이 가능한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소셜 로봇이다. 또 12월께 AI 스피커 제품을 공개·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IoT 허브의 역할을 현재보다 고도화 된 AI 스피커로 대체해 홈IoT 1위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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