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에 붙은 눈뚜껑을 내릴 수 있다
방문에 붙은 눈뚜껑을 내릴 수 있다

방문 옆에 땡그란 눈이 붙어있다. 눈꺼풀을 덮으면 Do not disturb란 의미다. 이 빌라리조트안에서는 모든 것이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라서 좋다. 밤새 잠을 설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실벽난로에 불을 피워달라고 할걸 후회했다. 생각보다 밤은 쌀쌀하다. 전기히터를 켰는데도 그다지 따뜻하지가 않다.

조식부페
조식부페

남편이 일찍 나가야해서 6시에 식당으로 갔다. 잠이 고프니 입맛이 없다.

아침
아침

입맛이 없으니 밥맛으로 먹었다. 역시 쌀국수가 정답이다. 라임 짜 넣은 국물이 들어가니 입맛이 살아난다. 배가 불러서 커피와 과일은 접시에 담아서 방으로 가져왔다. 남편출근시간이 바빠서 식당에서 여유롭게 있을수가 없다.

방에서 보는 경치
방에서 보는 경치

언덕에 자리잡은 호텔이라 식당에서 보는 전망도 평화롭기 그지없다. 7시30분에 남편은 출근을 한다. 4일동안 오전8시부터 3시간동안 강의를 한단다. 발코니에 서서 남편이 보이지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줬다.

수영장
수영장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따뜻한 물이라더니 수영하기 딱 좋다.

자쿠지나 사우나가 옆에 붙어 있으면 금상첨화일텐데 2% 아쉽다. 수영을 잘 못하니 물속에서 달리기하고 걷기 운동했다. 물속에서 운동했더니 배가 고파졌다. 식당에서 가져온 과일을 다 먹었다. 딩굴딩굴거리는데 남편이 퇴근했다. 11시부터 점심시간이란다. 나가서 비행기표도 사고 점심도 먹자고 했더니 졸린다고 눕는다. 하우스키퍼가 방청소한다고 왔다. 시골아가씨가 청순하고 예쁘기도 하다. 구석구석 열심히 쓸고 닦고 가운과 타올을 갈아주고 침대시트까지 다 갈아준다. 이쁜이가 일도 잘한다.

시내로
시내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먼저 여행사로 가서 비행기표를 샀다. 신용카드는 우편으로 보내줄수가 없다해서 할수없이 찾으러 가야한다.

비행기표 구입
비행기표 구입

내일 왕복표를 샀다. 카드를 안받는다고 해서 있는 현금을 털었다.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싶은데 괜찮은 식당들은 좀 멀다.

반미가게
반미가게

허기에 눈이 어두워져 그냥 깔끔해보이는 반미집으로 들어갔다. 1층에서 사서 2층에 올라가서 먹었다. 3만동에 치아씨드쥬스까지 준다.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었다. 달랏물가가 느껴진다. 행복하다. 이젠 현금을 찾을 때 은행에 붙은 ATM을 이용하기로 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다. 달랏시내 대부분의 ATM들이 거부를 한다. 대도시에서는 되던 은행들인데 계속 퇴짜를 맞았다. 겨우 국제은행을 찾아서 현금을 확보했다.

돈 찾고 입 찢어짐
돈 찾고 입 찢어짐

주머니가 두둑하니 마음도 두둑하다.

예쁜 디저트가게
예쁜 디저트가게

호숫가로 걸어가는데 예쁜 카페를 만났다. 초콜릿디저트카페다.

피곤하니 초콜릿이 땡긴다. 디저트의 천국이 따로 없다.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요구르트와 패션프룻과 딸기쥬스 그리고 초콜릿퐁듀도 시켰다. 패션프룻과 딸기를 섞은 쥬스가 환상이다.

초코퐁듀도 깜찍하니 귀엽다. 단골디저트가게가 될 것 같다. 달랏에 사는 지인이 저녁초대를 했다. 지난밤 잠도 못잔데다 머리도 감지않아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호텔서 편하게 식사하자고 초대했다. 호텔 쿠킹클래스에 초대하고 싶어서 리셉션에 물어보니 시간이 늦어 준비가 어렵단다. 오전에 미리 알아볼걸 후회스럽다. 신용카드때문에 멘붕상태였던지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레스토랑에 저녁을 예약하고 방으로 와서 쉬었다. 구름이 깔리고 쌀쌀한 기운이 엄습한다.

벽난로 점화
벽난로 점화

리셉션에 전화해서 벽난로를 피워달라고 했다. 직원이 나무를 가져와서 불을 피워준다.

나무타는 냄새가 좋다. 5시에 지인부부가 오셨다. 오랜만에 달랏에서 만나니 더할 나위없이 반갑다. 달랏에 온지 1년되셨단다. 우리가 묵는 숙소를 처음 알게되었다고 좋아하신다.

식사도 훌륭하고 달랏샤토와인도 훌륭하다. 달랏와이너리는 콜로니얼 유산중 하나인듯 하다. 프랑스본토 와인 못지않다. 지인부부가 만족해하니 초대한 내가 뿌듯하다. 달랏에 1년을 살면서 다닌 식당 중 최고로 훌륭하다니 낯이 선다.

벽난로 옆 로맨틱한 자리에 앉아 맛있는 식사와 와인을 즐기니 대화도 끝없이 이어진다. 덕분에 달랏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결론은 노후를 보내기에 환상적인 장소라는 것이다.

두 분을 보내고 침대에 쓰러졌다. 하루종일 비행기표사고 출금 가능한 ATM 찾아다니느라 기운이 소진되었다. 고맙게도 잠이 바로 나를 덮친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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