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은 해발 1500미터 고산에 자리잡은 도시다.

담벼락에 만개한 꽃
담벼락에 만개한 꽃

일년 내내 봄의 도시답게 도시 구석구석에서 꽃을 볼 수 있다. 방을 나서자마자 노란 꽃부터 시작해서 보라색 꽃 등등 계속 만난다.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소나무 숲도 여기저기에서 만난다. 산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겐 지내기 참 좋은 동네다. 지인의 정보에 따르면 한달 50만원 월세면 마당 딸린 자그마한 주택도 임대가 가능하단다. 시내를 다니면서 맛본 서민 물가는 믿을 수 없이 싸다. 베트남의 다른 관광지에서 만나는 물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물가라면 대한민국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도시 중 한 곳이 될 듯 싶다는 생각이다. 예전부터 노후에 지낼 도시로 점 찍었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이대로 계속 평화롭고 한적하길 바란다.

달랏공항으로 가는 길
달랏공항으로 가는 길

아침 일찍 남편은 출근하고 나도 서둘러 공항으로 갔다.

산중턱에 걸린 구름을 보니 달랏이 고산도시인 것이 실감이 난다.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니 낯설지가 않다. 체크인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고산커피
고산커피

고산커피의 본향에서 즐기는 커피는 남다르다. 한약처럼 진한데도 전혀 쓰지가 않다. 카카오향이 더해진 듯 부드럽다. 한국갈 때 달랏커피는 꼭 사갈 품목이다.

달랏
달랏

비행기가 이륙하고 달랏이 한눈에 들어온다. 첩첩산중 그림같은 도시다.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날아올랐다. 옆자리 중년여인이 말을 걸어온다. 신용카드 찾으러 호치민에 간다니 이해를 못한다.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하지 그러냐고 한다. 우체국이 신용카드는 보낼 수 없다고 했다니 나대신 분노해준다. 알고 보니 재미 베트남교포다. LA에 살고 베트남에 다니러 왔단다. 어쩐지 영어가 유창하다 했다. 내가 이해하는 베트남 사정을 베트남교포인 여자가 이해 못한다니 아이러니하다.

호치민 도착
호치민 도착

호치민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보는 호치민은 방콕 못지않은 물의 도시다. 어쩌다 보니 호치민이 내게는 다섯번 째 방문이 되었다.

버스타고 호치민 시내로
버스타고 호치민 시내로

시간도 넉넉해서 버스 타고 시내 가기에 도전했다. 공항버스가 노란색과 초록색이 있다. 오페라하우스 간다고 하니 노란색을 타란다. 2만동 내고 표를 사서 타니 기사아저씨가 표를 확인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 내려보니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가 전혀 없다. 물정 모르는 외국인이 공항으로 갈 때 버스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데탐 정도에서는 탈 방법이 있을 듯 하다. 호텔리셉션으로 가니 매니저가 나를 바로 알아본다. 달랏 어떠냐고 묻는다. 여기까지 다시 오게 해서 미안해한다. 괜찮다고 했다. 덕분에 또다른 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괜찮은 일이다.

팍손백화점
팍손백화점

팍손백화점 푸드코트로 갔다.

급 떡볶이가 땡긴다.

푸드코트 내 한식당
푸드코트 내 한식당

한국에서 먹는 떡볶이보다 더 맛있게 하는 한식당이 있다. 비빔밥도 있고 잡채도 있고 짜장면도 해준다.

비가 쏟아짐
비가 쏟아짐

갑자기 폭포처럼 비가 퍼붓는다. 백화점 1층에서 나가지 못하고 서있는데 사해소금으로 만든 각질제거제라면서 테스트해보란다. 부드럽고 좋다. 얼마냐고 물으니 75불 정도 한단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이 울겠다. 담에 이스라엘가면 사해소금을 가마니로 퍼와야겠다.

빈콤센터
빈콤센터

팍손을 나와서 빈콤으로 건너갔다. 지난번에 제대로 못봐서 이번엔 느긋하게 볼 요량이다. 여자들이 시간보내기엔 백화점 구경이 최고다. 근데 외양은 화려하고 복잡한데 정작 사고 싶은 것이 없다.

반가운 초콜릿
반가운 초콜릿

지하 식당가로 내려가니 눈에 익은 초콜릿이 보인다. 지난번 친구가 하노이에서 사다 준 초콜릿이 진열되어 있다.

프랑스풍 디저트가게
프랑스풍 디저트가게

프랑스식 디저트가게다. 아이스크림이 맛있어보여서 두리안 있냐고 물으니 진열은 안되어있고 냉동고에 있단다. 맛은 두리안맛인데 샤벳타입이라 아쉽다. 두리안은 크리미해야 제맛이다. 그래도 두리안맛에 취해 바닥을 싹싹 긁어먹었다.

마사지샵 발견
마사지샵 발견

마사지를 하려고 근처를 검색하니 두 군데가 있다. 첫번째 가게로 가니 입구에 한글로 마사지라고 써있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핫스톤 전신 2시간에 25불이란다. 싼 맛에 하기로 했다. 한국말을 조금하는 직원이 어설프게 바로 누우란다. 엎드리세요. 아파라며 곰살궂게 군다. 마지막 스트레치부분에서 한국말의 하이라이트를 터뜨린다. 마담 팁 마니마니란다. 얼마가 많은 건지 급하게 계산해봤다. 입구에 한국말 써있을때 알아봤어야했다. 급 부담스럽다. 일단 3만동을 줬다. 나팔불듯이 입이 나온다. 근데 잔돈이 없다. 프론트로 가서 일단 계산하고 받은 돈에서 2만동을 더 줬다. 그래도 여전히 나팔을 분다.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베트남기준으로 넘치게 줬는데도 욕심을 부리는 것이 얄밉다. 다시 빈콤으로 갔다. 몽후에로 가서 반베오를 먹었다.

혼자 먹는 일식 회전훠궈
혼자 먹는 일식 회전훠궈

야채를 먹고 싶어서 식당가를 둘러보다가 일본식 훠궈집을 발견했다.

접시당 계산
접시당 계산

회전 샤브식이다. 혼자 먹기에 환상이다. 접시를 10개 정도 골라서 먹었다. 맛은 훠궈인데 분위기는 일본풍이다.

두리안을 사려고 빈마트로 갔다. 찾아도 안보여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벤탄시장에나 가야할거란다. 너무 멀다. 포기하고 나와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왔다. 7번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보드를 확인해도 7번 게이트가 맞다. 이상하다 싶어서 데스크직원에게 물어보니 4번으로 바뀌었단다. 때맞춰 라스트콜로 내 이름을 부른다. 발음하기 힘드니 알아듣기도 힘들다. 4번게이트로 달려서 겨우 비행기를 탔다. 달랏공항에 도착해서 셔틀버스를 탔다. 택시탈까하다가 경험삼아 탔다. 타자마자 후회했다. 짐없이 제일 먼저 탄 나는 버스가 다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버스는 달랏에 들어와서도 호텔마다 들러서 사람들을 내려준다.

달랏 야시장
달랏 야시장

나는 야시장에서 내려서 야시장구경하고 택시를 탔다. 덕분에 야시장구경은 잘했다.

집에 돌아오니 벽난로가 따뜻하게 타고있고 직원이 나무를 더 갖다준다. 더운 호치민에서 갑자기 1500미터 고지에 올라오니 한기가 느껴진다. 여행하다 별별일을 다 겪었는데 하루에 왕복비행기타고 볼일보기는 처음이다. 내 일기장에 길이 남을 하루다.

하루종일 고생한 나를 벽난로옆에서 토닥이며 달랏 스페셜 와인을 개봉했다. 달랏와인이 점점 좋아진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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