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P 제공
사진=HP 제공

#HP의 최신 프리미엄 노트북 상판에는 원형의 HP 로고가 아닌 4개의 직선이 사선으로 놓인 심플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제품 중 'HP 스펙터(Spectre)'와 'HP 엔비(Envy)' 라인업은 유니바디의 세련된 디자인을 채용해 프리미엄 디자인의 대표작으로 부상했으며 'HP 오멘(OMEN)'과 'HP 파빌리온(Pavilion)'과 더불어 디자인 페스티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5년 전만 해도 HP의 노트북은 투박한 디자인의 대표 제품이었으나 현재의 HP는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가성비로 경쟁력을 갖춘 몇 안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이지 않는 노력, 디자인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다
HP 디자인의 성공에는 패션, 가구, 주얼리 및 예술 작품 등의 심미적인 감각을 자사 제품에 불어넣은 HP 디자인 팀의 보이지 않는 5년간의 노력이 있었다. 또 디자인 변화의 중심에는 스테이시 울프(Stacy Wolff) HP 글로벌 디자인 총괄 부사장(HP Global Head of Design)이 자리하고 있다.

울프 부사장은 그동안 디자인은 HP뿐만 아니라 로드맵과 앞으로의 계획을 변화시킬 만큼 전략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디자인은 HP의 궤도(trajectory)를 바꾸고 있으며 수익과 시장 점유율에까지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HP는 2017년 2분기 PC 시장에서 전년보다 9.5%의 성장을 기록하며 22.8%의 시장점유율(IDC 기준)로 시장 1위를 굳혔다. 3330억 달러 규모 PC 시장 출하량의 4분의 1을 HP가.차지하고 있는 것. 여기에 HP는 2015년 2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프리미엄 제품군 시장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5.4% 이상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소비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모인 60명의 전문가
HP 글로벌 디자인팀은 전 세계 6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국 휴스턴(Houston) 디자인 허브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팔로 알토(Palo Alto), 대만 타이페이 및 영국 런던 등 총 4개의 글로벌 디자인센터에서 지역별 특징이 반영된 디자인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한때 HP의 '스펙터 XT' 디자인의 실버 색상은 타사의 얇은 노트북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HP는 구리빛과 애쉬 실버(Ash Silver) 색상을 개발했다. 이 두 색상은 판매량에서도 실버 색상 제품을 압도하고 있으며 스펙터를 대표하는 색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HP는 폼 펙터(form factor) 개발에도 집중했다. 디스플레이가 360도 회전하는 '스펙터 x360'은 100개 이상의 시안 검토를 통해 최종 선택된 제품이다. 실제로 HP의 투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R&D 부문에 대한 투자로 시제품까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완제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울프 부사장은 궁극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란 소비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P는 이를 위해 기술적인 엔지니어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심미적인 측면과 성능의 밸런스를 갖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 2017년형 스펙터 x360이다. 스펙터 x360은 성능은 강화하면서도 보다 우아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베젤을 축소했다. 또한 단순히 슬림한 두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용성을 고려해 대형 배터리와 USB 타입A 포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두께가 있도록 설계됐다.

지금도 HP 디자인팀 디자이너들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디자인 및 기술적인 개선을 구현하기 위해 고객 및 파트너사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등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한다. 이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최신 제품으로 느껴질 수 있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HP 디자인팀은 최신의 디자인 트렌드를 수집하고 이를 큐레이팅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립스틱의 메탈 소재 뚜껑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골드 색상을 분석하고 주방 서랍의 얇은 피스톤 힌지를 노트북에 차용하기도 한다. 1950년대 의자로부터도 영감을 얻어 올인원 PC를 디자인하기도 하는 등 건축, 예술 및 조소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 셈이다.

◇현재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HP의 디자인
HP 디자인팀은 '진보적(progressive)' '조화로움(harmonious)' 그리고 '상징적(iconic)'인 디자인을 위해 이 단어들의 첫자를 딴 'PHI'라는 약칭을 만들었다. 수많은 자사 PC 라인업 중에서도 조화로운 디자인을 채택하는 동시에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keep reinventing)하겠다는 HP의 철학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스토리텔링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조직화되고 조화로운 스토리텔링을 디자인에 구현하기 위해 HP는 오래 전 패션 위크에서 자사 제품을 선보였던 경험을 활용하기도 했다. 제품 개발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실제 매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조명을 조성해 자사 제품이 어떻게 보일지 미리 확인하는 한편 고급스러운 패션 부티끄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매장 직원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팀은 자사 제품이 차세대 사상가, 발명가 및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HP 창립자들이 스티브 잡스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현재 내부에서도 디자인을 통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울프 부사장은 "HP 직원들 또한 디자인이 좋은 제품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변모하고 있는 회사를 목격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HP는 새로운 영향과 영감들 사이에서 기술력에 대한 투자와 함께 혁신의 장벽을 더욱 넓히며 완벽을 기하고 있다. 이제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재창조를 통한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HP의 2018년형 디자인은 무엇이 될 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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