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역사 1/2

발행일시 : 2017-11-02 00:00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역사 1/2

어렸을 때 은행 심부름을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점포에 들어차 있었다. 은행직원은 30명 이상, 창구마다 기다리는 손님은 10명씩 7-8칸 앞에 줄지어 있었으니 100명 이상의 사람이 바글거렸다. 지금은 3명의 직원이 3-4명의 손님을 상대하고, 5-6대의 ATM이 그 정도의 손님을, 모바일등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 명의 손님이 소프트웨어와 일을 보고 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새로운 혁명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급속도로 자동화 기기로 대체되니,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어떤 직업을 택해야 보다 안전하게 위협받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또 그런 직업을 얻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 것인가가 대부분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암울한 미래 고용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교육에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누구나 다 말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학교 교육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체제이다. 헤세의 소설에 나오는 라틴어 학교나 기타 상급과정 학교는 보편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었다. 지배계급의 교양인문을 다루는 곳이었다. 현재의 의무보통교육을 도입한 나라는 프로이센이 최초였다. 부국강병을 목표로 한 산업부흥을 달성하기 위해선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했다. 성실하고 말귀 알아듣는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세계 최초로 <의무교육>을 도입하여 학교를 무상으로 다니고, 학교를 안보내면 도리어 과태료를 내는 체제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의 일이었다.

토론, 커뮤니케이션, 인문철학보다는 주어진 지식을 잘 소화하고 빨리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했고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만 달성하면 되는 말 그대로 보통교육이 프로이센의 목표였다. 성실근면하고 말귀 알아듣는 노동자의 양성에 성공한 결과, 프로이센은 독일통일에 성공하고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등 늦게 출발한 산업혁명의 대열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조국 근대화라는 지상과제를 위한 한국의 뜨거운 의무보통교육은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냈다. 성실하고 근면한 보통의 기능을 수행하는 근로자들에 의해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100명이 복작거리던 은행이 10명도 앉아있지 않게 되었고, 은행의 여신수신 전문기관으로의 특권도 막강한 디지털플랫폼 거인들과의 일전을 앞두고 경쟁우위를 점검해야 할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필요 없게 된 이 시점에 보통교육의 이념은 전혀 들어맞지않게 되었다.

프로이센의 보통의무교육에 덧붙여진 학교모형이 하버드식 교육연구 종합대학모형이다. 직업적 교육을 감당하기 위해선 보통교육과 같이 개설과목을 표준화하고 누구나 쉽게 가르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학의 이념을 깊은 연구로 설정할 경우 많은 개설과목을 유지하고 연구자를 초빙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학생의 숫자가 많았던 과거-은행의 손님처럼-에는 한국 대학이 일률적으로 모방했던 하버드식의 교육연구 병행의 모형이 감당이 되었으나,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에는 많은 대학이 연구를 위한 환경조성에 아주 애를 먹고 있다.

보통교육에 덧붙여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은 교육에 대한 법적 윤리적 규제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다. 보편교육은 전체 의무교육의 대상 학생에게 동일하게 보편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하므로 교육과정의 설계, 구현, 테스트, 피드백에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들며 그 중에서도 보편적인 평가를 달성해서 평가의 기회균등을 절대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평가를 둘러싼 여러 주장의 치열한 공방이, 이름만 수학능력시험인(사실은 학력고사인) 현재의 대입제도인 셈이다.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역사 1/2

사람이 하는 일이 없어진 4차산업혁명에서는 보통교육을 해야하는 실익이 전혀 없다. 표준적인 노동자의 역할은 기계가 모두 대체할 것이며 보통교육의 존재를 위해 만들어져 왔던 각종 규제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평가 철학-이론 모두 거의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으므로 기초수당 논의도 시작되었고, 돈벌어 가계수입을 만든다는 직업의 본질적인 정의 대신, 심심하지 않게 하고 자신의 인생 목표를 추구하는 <가짜 직업>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내 보통 의무교육 시절을 되돌아본다. 음악의 아버지가 바하라는 것을 아는 지식보다 바하의 파사칼리아를 맥주 한잔과 들어보는 음악감상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선곡의 능력, 화성학에 대한 지식보다는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수학이나 영어를 덜 하더라도 전자기타를 레슨 받으면서 스스로 더 나아가서 줄의 울림은 웨이브를 만드는데, 람다/2(줄 길이의 절반)은 '솔' 음을 만드는 등비수열을 명민하게 알아채는 조우가 주어졌다면 어떠했을까? 음악교과서 한 권 없어도 노래부르는 법을 초∙중∙고 많은 음악시간 동안 1:1로 레슨 받았다면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고 노래를 즐거워했었을까? 바로 여기에 ‘인간은 필요없다’는 오늘, 생존의 열쇠가 있다. 인공지능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활용하는 교육이론적 틀을 제공하고, 결국 새로운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코딩을 배우고 익히고, 머신러닝 API를 만지는 얕은 수준의 해결책보다 훨씬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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