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꼭 우승해서 (중국으로 기운) 기세를 가져와야겠어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바둑 둘게요.”(안국현 8단)

중국 프로기사의 인해전술로 인해 이미 여러 기전에서 중국 우위가 확연해졌지만, '나홀로' 삼성화재배 준결승에 진출한 안국현 8단의 기세는 드높았다.

그에겐 '중국의 3연패 저지'와 함께 '한국 우승'이라는 무거운 임무가 주어졌다.

'별들의 제전'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11월 6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4강 대결을 펼친다. 준결승전은 먼저 2승을 거두는 기사가 결승 티켓을 차지하는 3번기로 진행한다.

삼성화재배 4강진출자 네 명이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퉁멍청 6단, 구쯔하오 5단,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삼성화재배 4강진출자 네 명이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퉁멍청 6단, 구쯔하오 5단,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한국은 이번 대회 통합예선에서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9명의 통과자를 내며 총 14명이 32강이 겨루는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8강까지 힘겨운 관문을 거치면서 '랭킹 톱3' 박정환 9단, 신진서 8단, 이세돌 9단이 탈락하는 등 13명의 이름이 대진표에서 지워졌다. 한국은 3년연속 1명만이 4강에 올랐다.

혼자 남은 안국현 8단의 삼성화재배 4강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본선에 올랐던 2012년 대회 16강을 훌쩍 뛰어넘은 성적이다. 다른 기전으로 넓히면 2012년 백령배 4강 이후 두 번째 세계 4강이다.

안국현 8단
안국현 8단

지난 5월 입단 7년 만에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을 생애 첫 우승으로 장식한 안국현은 타이틀 홀더 자격으로 국가시드를 받아 더블 일리미네이션 32강전에서 중국 천야오예 9단과 일본의 고마쓰 히데키 9단을 꺾은 데 이어 16강전에서 다시 만난 천야오예 9단을, 8강전에서 퉈자시 9단을 연파했다. 천야오예와 퉈자시는 세계대회 우승 경력을 지닌 중국 대표 기사들이다.

준결승 상대는 중국의 탕웨이싱 9단인데, 8강에서 신진서 8단을 꺾는 등 역시 4연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배에서 탕웨이싱은 2013년 우승, 2014년 준우승, 2015년 4강, 2016년 8강 등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안국현은 중국 기사에게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실제 성적도 좋다. 첫 세계대회 결승과 우승이라는 개인 목표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회 3연패 저지, 또 2016년 2월 강동윤 9단의 LG배 우승 이후 끊겨 있는 한국 기사의 메이저 대회 우승과 한국 바둑 무관 탈출까지 짊어지고 있다.

안국현 8단은 “천야오예와 둔 16강전을 힘들게 이겨 상승세를 탄 것 같다”며 “시간이 긴 세계대회가 두기 편하다. 큰 승부에서 떨지 않는 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어 한번 해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기원 홍보이사인 김성룡 9단은 “안 8단은 방어적이면서도 기회를 잘 노리는 스타일로 탕웨이싱과 기풍이 비슷하다”면서 “전반적으로 이변이 많았던 이번 대회 특성상 4강 진출자 모두 우승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진표 반대편 조에서는 퉁멍청 6단과 구쯔하오 5단이 첫 결승 진출을 놓고 중·중전을 벌인다. 준결승전을 마치면 12월 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결승 3번기를 통해 1996년 창설 이래 22번째 우승자를 탄생시킬 예정이다.

삼성화재가 후원하는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총상금 규모는 8억원,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그동안 한국 12회, 중국 7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2017삼성화재배 통합예선전
2017삼성화재배 통합예선전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