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가운데 '한·중 바둑계 전설'과 '한·중 대사'의 페어바둑 대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둑 국보' 이창호 9단은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와 짝을 이뤄 오는 11일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에 위치한 동탄여울공원 '세계 바둑스포츠 컴플렉스' 건립 예정지 일대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에서 페어바둑을 펼친다. 상대는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이다.

이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화상으로 페어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창호 9단과 추궈홍 대사는 화성 현장에서, 창하오 9단과 노영민 대사는 베이징에 위치한 대사공관에서 수담을 나눈다.
페어바둑은 한 수를 두기 전에 파트너를 우선 배려해야 하고 의중도 잘 파악해야 한다.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가 서울에서, 노영민 주중 한국 대사와 창하오 9단이 베이징에서 한팀을 이뤄 페어바둑을 두는 것은 최근 경색된 한ㆍ중 관계를 푸는 절묘한 조합이라는 게 바둑 관계자들의 예기다.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창하오 9단은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미는 바둑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한국기원 바둑 국가대표 강연에서 "중학교 때 바둑을 처음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강한 1급 소리를 들었다"며 기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패배 후 바둑으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며 재기를 다질 정도로 바둑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기성(棋聖)인 녜웨이핑 9단과 '문화대혁명' 시절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친구였다.
바둑 관계자는 "한·중 바둑의 전설과 바둑 애호가인 한ㆍ중대사의 크로스 페어 친선대결 컨셉트로 열리는 '한ㆍ중 바둑 전설과 대사 페어대결'이 한국과 중국 양국의 가교를 놓을 '바둑 외교'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