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처럼 새벽에 눈이 떠진다. 늦잠자도 되는 날인데 몸은 쓸데없는 것을 기억한다.

불 피우고 딩굴딩굴
불 피우고 딩굴딩굴

거실로 나오니 쌀쌀해서 벽난로에 불을 피웠다. 무수리과라 나무에 불 붙이는 것은 자신있다. 벽난로 옆에 누워서 딩굴대는데 남편도 일어난다. 더 자라니깐 배가 고프단다. 5일동안 습관이 바뀌었다. 할수없이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손님이 많지않은지 알라카르테란다.

테라스에서 알라카르테
테라스에서 알라카르테

테라스에 앉으니 싸늘하다. 직원에게 블랭킷 갖다달라고 하니 알았단다. 블랭킷은 끝까지 만나지 못했다. 식당 직원은 식사용 영어단어외에는 모르는 모양이다. 정든 빌라리조트를 떠날 시간이다.

오늘은 야생 정글로 이사 가는 날이다. 지도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인터넷상에서 아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사진 몇 장에 필 받아서 한국서 숙소 예약을 시도하다가 포기했었다. 현지연락처가 있어야하고 예약금을 송금해야하니 한국에서는 예약이 어렵다. 달랏에 오지마자 베트남지인 후이에게 부탁했다. 달랏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처음 듣는 곳이란다. 모 아니면 도다. 여행 일기에 남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지 악몽이 될지 아무도 알수가 없는 일이다.

짐을 꾸리고 체크아웃을 했다. 우리를 위해서 수고해준 전체 직원을 위해서 팁 20만동을 줬다. 5박6일 머무는 동안 팁스트레스를 안받은 것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 아니다. 하루에 2불정도 지불하는 셈인데 5일치를 모으니 큰돈이 된 셈이다. 리셉션직원들이 다같이 입이 귀에 걸렸다. 후이가 체크인을 위해서 바래다준단다. 예약해준것만 해도 고마운데 체크인까지 도와준다니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로컬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않을거라 걱정해준다. 영어 통하지않는 나라를 수도 없이 다녔는데도 현지인이 동행해준다니 든든하다.

랑쿠란 도착
랑쿠란 도착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달려 랑쿠란에 도착했다.

짚 타고 방갈로로
짚 타고 방갈로로

입구에서 후이가 직원에게 이야기하니 짚이 우리를 데리러왔다. 일반 승용차로는 우리 방에 갈수가 없단다. 덜컹거리는 길을 1킬로정도 들어가서 우리방갈로에 도착했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직원 루이가 토막 단어로 안내를 한다. 후이는 안심을 하고 떠났다. 짐을 풀고 식당 쪽으로 갔다.

호숫가 산책
호숫가 산책

호수를 따라 걷는 산책로가 예쁘다.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과 놀러 온 사람들이 많다. 지나가다가도 들르고 마음먹고 놀러온듯 보이기도 하다.

지프투어를 할까싶어서 물어보니 영어는 원투도 모른다. 15만동이라 써있길래 일단 돈을 주고 탔다.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셔틀비를 15만동이나 받다니 황당하다. 지프투어는 입구에서 시작하는데 영어를 하는 직원이 와서 설명해둔다. 짚투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다이다. 60만동 내고 20분동안 개울까지 내려갔다가 캠프로 돌아오는 것이 다란다 지프로 산 하나정도 돌아보는것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포기하고 다시 식당쪽으로 갔다. 식당쪽에는 객실이 모여있고 아담한 박물관도 있고 사무실도 있다. 루이가 사무실에 있다. 체크인 때 맡겨둔 여권을 돌려달라고 하니 체크아웃 때 돌려준단다. 쌀국수를 시키고 고구마도 샀다. 쌀국수는 꽝이다. 화학조미료맛이 세게 난다. 면도 쌀국수가 아니라 라면사리를 삶아준다. 대나무 밥을 시켰다. 양념한 땅콩가루를 찍어먹는데 먹을만하다. 염소젖으로 만든 요구르트가 넘 맛있어서 3개나 먹었다.

넓은 풀밭에 턴트를 치기 시작한다. 주말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듯 하다. 호숫가를 걸어서 다시 방으로 왔다.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자연 속 휴식을 위해서 왔으니 휴식하자고 했다. 근데 사무실에서 틀어주는 음악이 자연의 소리를 방해한다. 공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우리방을 구경한다고 들여다보고 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가 원주민 된 기분이다. 루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5시까지 식당으로 와서 저녁을 먹으란다. 체크인때는 저녁9시까지 먹을 수 있다더니 황당하다. 본관식당외에는 밥 먹을 방법이 없다.

통돼지 바베큐
통돼지 바베큐

돼지고기 바베큐와 이 동네 전통식인 꼼달랑을 시켰다. 대나무통밥과 야쿠르트도 시켰다. 이곳 야쿠르트는 먹어본 것 중 최고다. 직접 기른 ‘m소젖으로 만든거란다. 돼지바베큐는 식었고 꼼다랑은 기대이하다. 남긴 돼지고기로 야옹이들이 파티를 한다. 누구라도 맛있게 먹으니 다행이다. 루이가 퇴근한단다. 집이 달랏이란다. 그러고보니 몇명만 남기고 다들 퇴근을 서두른다.

원주민마을인줄 알았더니 전시용 테마파크다. 음악이 꺼지니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분위기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무대는 지금부터다. 새들이 노래하고 시냇물이 반주를 한다. 어둠이 깔린 캠프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진다. 하늘에는 별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인다. 일기예보를 체크하니 음력 초하루에다 구름이 약간 있다. 오늘 오로라좌 유성우가 쏟아지는 날이란다. 사하라사막에서 본 유성우를 잊을수가 없다. 오늘 유성우를 본다면 베트남방문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시계를 보니 8시다. 일단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보기로 했다. 유성우는 자정이 지나고 동트기 전이 가장 보기 좋다.

밤은 깊어가고
밤은 깊어가고

부푼 가슴을 안고 잠자리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채운 보온팩이 없으면 자기 힘든 상황이다. 우기에다 호수옆이라 침대가 눅눅하다. 보온팩이 침대안을 뽀송하게 만들어주고 다행히 잠이 온다. 한국에서 보온팩을 가져오길 잘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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