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시카고에 갔다 왔다. 시카고는 미시간 주와 가까와 1980년대에는 자주 오갔는데 그 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시카고는 여전이 건축 면에서는 흥미롭고 규모가 큰 도시이다. 시카고는 인구수에서 현재 미국에서 세 번째의 도시이지만 전통적으로 ‘세컨드 시티’라는 제 2 도시의 역할을 해 왔다.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오사카와 비슷한 위치이다.

시카고에 한 높은 건물에서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심 그리고 계속 평야에 넓어는 도시 풍경을 바라보면서 도시의 활기의 근본적 조건은 역시 인구 밀도라고 거듭 느꼈다. 도시는 사람이 있어야 살아나는 곳이다. 시카고 도심에 높은 건물에 사무실이 많아 거리에 가게, 식당, 카페 등이 많다. 그리고 도심에 미술관, 자연박물관, 그리고 밀레니엄 공원 같은 명소도 많아 사람이 많이 모이고 그 외에도 극장, 백화점, 부티크, 고급 레스토랑에도 사람이 많이 모인다.

사무실, 문화 시설, 백화점 등은 시카고와 같은 큰 도시의 도심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은 아니다. 도시 활성화를 생각하면 유동 인구와 상주인구가 있어야 한다. 뉴욕의 맨해튼은 면적이 서초구보다 조금 되는 작은 섬이지만 1,600,000 명이 살고 하루에 약 3,000,000 명이 외부에서 들어온다. 숙박하는 관광객을 포함하면 맨해튼의 낮 인구가 4,000,000 명에 육박한다. 맨해튼이 너무 붐벼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활기찬 것은 틀림이 없다.

시카고는 뉴욕보다 작지만, 도심에 유동 인구와 상주인구의 균형이 비슷하다. 약 150,000 명이 도심에 살고 하루에 600,000 명이 통근해 오고 숙박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800,000 명에 달할 것이다.

시카고와 뉴욕이외 도심 상주인구가 높은 미국 도시는 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이다. 나머지 도시는 전체 인구가 많아도 도심 상주인구가 적어 분위기가 다르다. 그 중에 인구 밀도가 적어서 상업이 활발하지 못한 몇몇 도시가 있다. 도심 대신에 산발적으로 상업지역이 구성돼 있어 활기차지 못하다.

인터넷에 도시 인구를 한 점에서 지적한 반경에서 한 원 안의 인구를 계산하는 도구가 있다. 도시 지리에 따라 인구가 흔히 아는 도심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도구를 활용해 뉴욕과 사카고 도심의 한복판에서 부담 없이 걸어갈 수 있는 2.0 킬로 반경 이내의 인구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 나온다.

서울은 170,000 명이지만, 제2 도시인 부산 도심 보다 4,000 명 더 적다. 서울은 부산보다 인구가 세 배 더 많아도 도심인구가 비슷한 것은 서울 도심의 상주인구가 적어서다. 게다가 인구가 서울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은 대구의 도심 인구가 133,000 명으로 나와 이것은 서울 도심의 78%이다.

서울 도심 인구
서울 도심 인구

부산 도심 인구
부산 도심 인구

대구 도심 인구
대구 도심 인구

국제적으로 보면 서울 도심의 인구가 적게 나온다. 맨해튼의 한복판은 사무실과 상업 시설이 아주 많은데도 인구 300,000 명을 넘고 파리는 뉴욕처럼 고층 건물은 없지만, 도심 인구가 뉴욕보다 조금 더 많다. 파리의 총인구가 대구보다 적은 2,240,00 명인데도 도심의 상주인구가 서울보다 훨씬 많다. 제2 도시인 시카고와 일본 오사카의 경우 두 도시의 총인구가 서울의 4분의 1을 조금 넘은 2,700,000 명이지만, 시카고 도심 상주인구가 96,000 명이며 오사카는 190,000 명이다.

뉴욕 도심 인구
뉴욕 도심 인구

파리 도심 인구
파리 도심 인구

시카고 도심 인구
시카고 도심 인구

오사카 도심 인구
오사카 도심 인구

서울은 뉴욕이나 파리와 달리 상업 중심은 사대문 안에 역사적 도심과 20세기 말에 강남에서 형성된 도심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런데 강남은 또 하나의 도심으로 보고 강남역에서 2 킬로 이내의 인구를 계산하면 사대문 안의 인구와 거의 같은 167,000 명이 된다.

강남 도심 인구
강남 도심 인구

이렇게 보면 서울은 뉴욕, 파리, 오사카, 시카고처럼 크고 화려한 핵심이 없는 대도시이다. 그리고 도교나 런던처럼 넓은 도심 지역 안에 밀도가 높은 거점이 있는 도시도 아니다. 서울은 오히려 넓은 지역 안에서 상주인구가 적은 상업 지역이 많은 독특한 모습이다. 20세기에 서울처럼 급히 성장한 로스엔젤리스와 비슷한 형태이다.

서울은 계속 발전할 것이지만, 도시로서의 활기를 생각하면 사대문 안의 역사적 도심은 더 이상 관광객을 위한 테마 파크가 되지 않도록 상주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재개발로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보다 역사적 경관을 존중하면서 소규모로 밀도가 높은 주택을 지으면 된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 새로운 주택용 건물을 지어도 되고 현재 상업 시설은 주택으로 변경해도 된다.

상주인구가 늘어나면 주민을 위한 근린 상업도 늘어나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도시의 활기에 중요한 조건인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은 보통 부산과 대구를 도시측면에서 모두 벤치마킹을 하지 않지만, 그들의 테마 파크가 아닌 활기찬 도심을 고려해 서울이 핵심을 가진 활기찬 도시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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