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여행의 품격이 달라진다. 일에 쫓겨 바쁜 딸이 모처럼 시간을 내준다. 머리를 식히고 싶은가보다. 바로 항공권예약을 했다.

2003년 하코네에서 찍은 후지산
2003년 하코네에서 찍은 후지산

15년전 딸과 함께 갔던 하코네를 다시 가기로 했다. 애들 어릴 때 다닌 여행을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일이 몇가지 있다. 베니스에서 곤돌라태우지 않은 것,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마차 태우지 않은 것 그리고 하코네에서 료칸체험 시켜주지 않은 것...
돈이란 것이 아낀다고 고스란히 남는 것도 아니다. 마차를 태우고 싶어도 이제 성인이 되고 나니 태울 일이 없다.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일에 지친 딸에게 료칸에서 대접받으며 잘 먹이고 온천도 즐기게 해주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그러려면 하코네가 최고다. 딸은 오래전 나와 함께 다녀온 하코네가 기억나지 않는단다. 중학생 소녀 시절이었다. 서울역에서 체크인하고 인천공항으로 왔다. 국적기인데 밤늦은 시간 보딩이라 시간이 여유롭다.

인천공항 4층 식당가
인천공항 4층 식당가

젊은 딸 덕분에 공항에 분식 식당이 있는걸 알게 되었다. 4층 식당가로 가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먹었다. 신세대떡볶이는 가락 굵은 국수모양이다. 젊은 딸 덕분에 여행의 품격이 달라졌다.

인천공항
인천공항

면세점을 같이 돌며 최근 트렌드도 배웠다.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는 것이 재미있다.

어가행렬
어가행렬

어가행렬 중 임금님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신다. 성은이 망극하다.

라운지에서 또 먹고
라운지에서 또 먹고

면세점을 한바퀴 돌았더니 다시 배가 고파서 라운지로 갔다. 저녁을 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또 밥을 준다.

하네다공항 도착
하네다공항 도착

하네다공항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어간다.

공항호텔 입구
공항호텔 입구

공항 호텔을 예약하기 잘했다. 8층꼭대기층이라 근사한 야경을 기대했는데 별로다. 세수하고 잘 준비를 하고 누웠더니 딸이 또 배가 고프단다. 늦은 시간이라 호텔 식당은 문을 닫았다. 공항으로 갔더니 편의점은 문을 열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일본의 허브공항답게 활기차다. 공항구석마다 사람들이 피곤한 모습으로 밤을 넘기고 있다.

호텔방이 작다고 투덜댄 것이 미안해졌다. 발 뻗고 편히 누울 침대와 욕조를 갖춘 욕실이 있는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방은 작지만 4성급호텔답게 있을 것이 다 있다. 공항호텔답게 화장품까지 준비되어 있다. 짧은 일본 여행, 시작이 긴 하루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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