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간판 없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발행일시 : 2017-11-27 00:00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간판 없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019년 봄,긴자에 ‘MUJI 호텔’을 개관할 예정인 무인양품은 최근 행보가 경쾌하다.

제철농산물을 파는 무인양품 Flagship Store/MUJI홈페이지 <제철농산물을 파는 무인양품 Flagship Store/MUJI홈페이지>

엄격한 원칙에 충실하면서 이전까지는 조심성이 가득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일상에서 접점을 넓히고 있다.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도쿄 유라쿠초(Yurakucho)에서는 서점(MUJI BOOKS)과 카페(Café Meal MUJI)는 물론 제철 농산물에 마이크로 하우스까지 파는 시도를 하고 있다.

1980년 세이유백화점 PB로 시작해 1989년 독립한 양품계획(良品計劃)의 대표적인 Retailer인 무인양품은 다들 브랜드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NO브랜드,NO마케팅,NO디자인’을 지향하며 제품 본질에 충실했다.장기 저성장 시대를 거치면서 큰 성장을 해오다 2001년 상반기에 설립 이후 최초의 적자를 기록한 후 매장 관리 매뉴얼(MUGIGRAM)과 본사 업무 매뉴얼(업무기준서)을 통해 방향성을 재강화하면서 작년까지 매년 10%가까운 성장을 이어왔다.그런 무인양품이 최근에 다시금 주목되는 이유는 간판이 되는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았다.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잘 어울리고 이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해방촌의 한 간판없는 스테이크하우스/ 문열기 전 줄서는 건 어느덧 기본이 되었다 <해방촌의 한 간판없는 스테이크하우스/ 문열기 전 줄서는 건 어느덧 기본이 되었다>

얼마 전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 평소 점 찍어 둔 레스토랑을 찾았다.문 여는 시간보다 먼저 가느라 부산을 떨었다.오픈 하기 30분전에 도착했음에도 줄을 서야 했던 그 레스토랑은 간판이 없다.이 곳을 방문하기 며칠 전 신수동 빵집에서 간판없는 경험을 했었다. 그렇다고 아주 오래 전부터 가게이름 없이 영업했던 우리가 아는 어르신 세대의 그런 집들은 물론 아니었다.최근에 힙한 동네에는 어김없이 그런 간판 없이 영업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그 역시 세일즈라고 치부하기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신수동 빵집/간판도 없지만 소량의 빵만 판매 <신수동 빵집/간판도 없지만 소량의 빵만 판매>

무인양품은 말 그대로 ‘브랜드 없이 제품에 충실하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30년 전에 다짐했던 그런 접근은 지금에 와서 더욱 유효해질 수 있다.제품 외적인 요소에 치중해 본질을 훼손하기 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강력하다는 생각의 진화가 이뤄졌기에 그렇다.그런 이해에서보면 오히려 간판은 우리가 제품에 집중하는데 방해요소가 되는 것이다.고객 스스로가 경험하고 규정할 수 있는 상상력의 여지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또 한가지.지금 시대의 소비중심이 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물질적 풍요를 경험했고 다만 경제적인 이유로 소유보다는 공유에 관심이 많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빠른 경험이 중요하고 그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서 Opinion Leader로 돋보이게 됨을 잘 안다.간판이 없는 가게를 찾기도 어렵지만 먼저 경험해서 공유하게 되면 광고나 연예인 말은 못 믿는 지인일지라도 그 SNS 멘션만큼은 거역할 수 없게 된다.그런 점을 잘 아는 간판 없는 가게는 자신의 메뉴와 서비스에 자신감이 넘치고 그 자체로 평가 받으려 한다.거기에 더해 특별한 경험과 본질에 충실한 것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빠르게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만들 수 있다.

간판을 크게 걸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본질을 더 강조하는 카페 <간판을 크게 걸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본질을 더 강조하는 카페>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Minimalism은 지금 시대에서 요구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고 오롯이 본질에 충실한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그런 맥락으로 간판 없는 가게들을 이해할 수가 있다.

이전에는 간판도 없지만 가게이름도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간판이 없을 뿐 가게이름은 작지만 한 켠에 단정히 있는 가게들이 대부분으로 굳이 이름을 강조하지 않는 데에 방점이 있다.이런 곳은 메뉴에 물론 자신도 있지만 고객입장에서는 알아서 해석해 규정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즐거움이 있다.그런 간판 없는 가게를 알거나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은근히 동질감을 형성하게 되고 그들만의 리그에 소속되었다는 정서가 있다.그런 정서는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인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공유하기 너무 좋은 소재가 된다.

간판 없는 가게를 찾아 그들만의 정서를 교감한다/ 스테이크Bar <간판 없는 가게를 찾아 그들만의 정서를 교감한다/ 스테이크Bar>

브랜드를 버린 무인양품의 방향성은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거둬내고 만든 사람들의 철학과 진정성이 오롯이 부각되는 마켓 3.0시대를 거치면서 다시 주목 받듯이 우리 일상에서 보여지는 간판 없는 가게들은 본질에 충실하고 경험한 것만을 믿고 공유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잘 어필하며 또 하나의 F&B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부각하고 있다.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간판 없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안준철 showmethetrend@gmail.com 비즈니스 컨셉크리에이터/ 금융,유통,광고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넘나들며 ‘Boundary Crosser’를 지향하면서도 일관되게 브랜드,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서 삼성,GS,한화그룹에서 활동해 왔으며 신규사업,전략,브랜딩 등 새로운 관점의 컨셉을 제시하는 컨셉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골목을 걸으면서 세상 관찰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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