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한계와 위험성

발행일시 : 2017-11-29 00:00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한계와 위험성

강력한 인간은 사업을 전개하거나 자기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많은 자본도, 인력도, 인력관리도, 지금관리도 필요 없다. 이것이 낙관적인 시나리오이다. 자율주행차 한 대만 있으면 마음 속 형상대로 뜯어고치거나 갖다 달거나 해서 나만의 택시회사를 만들 수 있다. 유리공예라는 형상을 방향성으로 자동차 인테리어를 튜닝할 수도, 유리공예품이 주는 단단하고 차갑고 영롱한 색채를 결합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 쇽 업소버의 감쇄력을 순정보다 키워 단단한 느낌의 자동차를 만들어도 된다. 추천할 만한 벤처기업이 만든 아름다운 유리공예컵으로 좋은 와인을 대접해도 좋다. 이 모든 것이 최고 전문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정상급 호텔의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도 내가 강력한 형상만 지니고 있다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묶이는 돈이 적은 사업이니까 우량사업이다. 즉 사업에 있어서 한계생산 비용이 아주 작고, 재고부담이 없고, 자산의 회전률이 높다면 아주 좋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에서는 남과 차별된 형상을 만드는 것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형상을 표준화 시켜놓고 그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자율주행차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라 사람 서비스로 진행해왔던 모든 과업들이 전면적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형상’의 크기만이 중요하게 되었다.

형상을 강력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소스가 예전 산업혁명때엔 ‘지식’이었다면, 지금은 ‘경험’이다. 아주 쉽게 말하면, ‘글자’와 ‘음성’의 차이에 해당한다. 음성에 담겨있는 멜로디, 속도, 크기, 크기변화 (앞서 말한 엘레베이션과 디케이), 음색과 같은 음악적인 요소는 그 모든 것이 감성을 형상화하는 발화자의 행동이다. 글자로 된 시가 파격의 비문법을 동원하고 음운을 쓰는 이유가 음악적 형상화를 돕기 위함이다. 글자는 마치 바짝 말린 육포 비슷하게, 휘발하지 않는 정보전달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만든 존재일 뿐, 그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정보가 없다. 반면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청취자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공언어일지라도, 발성에 감정을 실어보내면 가장 기초적인 감성전달은 가능하다는 실험보고도 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차이 같지만, 무색무취한 지식과 색-냄새가 붙은 경험이 양자간의 차이는 대단한 차이로 전개되기에 매우 중요하게 이 대조를 취급해야 한다. ‘읽어보는데 기분좋은 문구라는 표현’ 보다는 ‘듣기 좋은 말’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다. 필자가 이 글을 바탕으로 목소리 강연을 한다면 훨씬 더 알아듣기 편하고 재미있을 것이다. 2017년의 오늘날에서야 드디어 정보량(비트레이트)이 훨씬 커서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로 주고받아 한쪽에서 처리하기가 어려웠던 음성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주인님! 말씀만 하세요”라고 귀를 쫑긋 세운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혹은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를 표방하는 스피커들.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한계와 위험성

보통의무 교육의 낡은 틀이 가지는 한계와 위험성, 미래로 가는 발걸음의 발목잡기에 대해 논의할 때가 왔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경험과 감성을 통해서 살아있는 기계와 의사소통하기. 이를 위해서 항공모함 크기의 강력한 형상을 만들 것. 이를 위해 많은 경험의 다채로운 조합이 필요하다. 보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록 형상은 커진다. 우리나라의 보통의무교육은 어떤가? 일단 공교육 영어는 ‘음성’으로 공부하지 않는다. 카세트나 인터넷 강의로 영어 음성을 틀어 주기는 하는데, 학습자의 영어발화는 듣고 잔소리해주는 선생, 시간, 장비, 요건이 모두 불가능하다. 글자를 읽는 영어 교육은 많이 하는데, 글자를 쓰는 공교육 영어교육 역시 거의 사망상태이다. 지식을 다루고 취급하는 데엔 큰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있는, 즉 맛, 냄새, 색깔, 온도가 있는 형상을 만드는 교육 아니면 경험 위주의 교육을 하는 데엔 엄청난 돈이 든다. 바로 ‘돈’의 문제, 이 문제 때문에 지식의 양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는데도 어찌할 방도가 없으므로 지식교육에 매달리는 것이다. ‘형상’의 크기를 측정하는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시험평가로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현행 공교육의 프레임이 경험교육을 핸들링하는 데 결정적으로 취약해 벌어지는 일이다. 즉 시험평가만 바꾼다면, 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게 된다.

동네 헬스클럽을 가는 데엔 큰 돈이 들지 않는다. 한 달에 4~5만원이면 적당하다. 허나 엄청난 돈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려면 필요하다. 맨손으로 근력강화운동인 스쿼트를 트레이너에게 1:1로 배우기 위해서는 최소 주당 2회, 한 달에 총 8회, 매번 10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 80만원. 헬스클럽 이용료의 20배의 돈이 드는 셈이다. 좀 더 어려운 기술인 투수 노릇을 배운다거나, 원어민 영어선생과 수준 높은 토론를 한다면 비용은 더 올라갈 것이다. 형상을 표현하는 형상화를 위해서는 1:1 튜터링이 꼭 필요하다. 나는 책에 나오는 자세대로 스쿼트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트레이너가 그렇게 봐줄 리 없다. 피아노 연습과 같이 머리와 몸이 모두 복잡한 행위는 정말 많은 꾸중과 지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음대 입시를 위한 피아노 레슨에서는 조선 팔도의 욕을 먹기도 한다. 아쉽게도 필자는 초∙중∙고 음악시간에 피아노를 치거나, 노래 잘 부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역시 듣는 경험이나 음악적 지식탐구라는 돈이 안 드는 활동이 주된 학습행위였다. 헬스클럽, 야구공 던지기, 피아노 배우기, 노래 배우기, 영어말하기 이 모든 것들이 내 호주머니나 아버지-어머니 장학금에서 펀딩받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필자는 어릴 때 피아노를 사서 레슨 받을 수 있는 형편에서 커서, 거의 3년이나 레슨—엄청난 비용투입--을 열심히 받은 결과 부르크뮐러 25번 곡집의 막판을 칠 때 겨우 피아노 치는 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교육이 지식위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돈’에 있는 것이다.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한계와 위험성

내년부터 시작할 코딩 교육은 그 속성이 치밀한 추상화 능력-논리력의 형상을 머리 속에 만드는 게 본질인 교육 인지라, 영어말하기 노래 부르기와 속성이 같다. 1:1 레슨을 해 한다는 말인데, 공교육의 현실상 그런 교육을 한 적이 없고 그럴 형편이 안 되는지라 절름발이 영어교육과 형편이 같을 것이라 예상한다. 형상의 크기를 무조건 크게 키우는 것이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남는 방편인데, 보편적의무 교육에서 제공할 수 없고 사교육에 의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니, 뛰어나고 세심한 휴먼 트레이너에 의한 1:1 훈련을 받는 학생들, 비행기타고 좋은 세계 각지를 훌륭한 가이드와 여행해본 학생들, 오로지 영어만 쓰는 영어권 나라에 몇 년 유학가서 말하는 영어 쓰는 영어를 경험해온 학생들은 앞서나가고, 그러하지 못한 형편의 학생은 속수무책인 서비스 도달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감당하기 힘들만큼 큰 문제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없어지는 일자리와 낮아지는 임금의 이중고. 가장 피하고 싶은 끔찍함이다. 영어 문화가 잘 프린트된 벽지로 맛이라도 느껴봐라!라는 튜터리스의 원어민 냄새 맡기 영어마을은 쇠락해서 없어지거나, 정체불명의 영어학원이 되고 말았다.

경험적 음악교육, 음악의 형상을 학생에게 경험으로 심어주고 형상화를 도와주는 실용음악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음악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성을 결정한 스웨덴은 보통의무교육의 낡은 틀에서 벗어났는데 성공했다. 모든 학생에게 원하는 악기를 학교에 비치하고 1:1로 레슨을 하며, 피아노는 원하면 레슨 선생이 집에 방문해서 레슨을 해준다. 음악저작권을 준수하도록 계속적으로 단속하며, 음악산업의 발전을 위해 저작권의 협상이나 사용에 관한 여러 정책을 정부에서 능동적으로 관리했다. 아바, 에이스 오브 베이스, 락시트 같은 글로벌 팝 아티스트가 성장했으며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1 무료 인터넷 음악방송이 바로 스웨덴의 산물이다. 한국은 낡은 의무교육의 틀로 인해 아티스트가 되려면 알아서 자기 돈으로 알아서 찾아 다녀야 하고, 음악저작권의 원활한 정리에 실패해 동종 국내 벤처인 비트는 3년만에 문닫았다. 한국에선 글로벌 아티스트인 싸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벤처기업이 되려면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거대한 형상을 만드는 능력의 학생을, 미래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고 다양하고 깊은 경험을 저비용으로 도달 가능하게 해야 미래의 강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바로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에 투입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교육기술의 목표는 ‘경험의 총량’을 늘려주는 데에 있다. 그래서 학생 개개인의 형상을 크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는 이전시대의 직업교육과도 다르다. 선량한 관리자, 반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얕은 수준의 기능성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학생 하나하나가 자기만의 재구성 능력이 있는 예술가 혹은 장인이 되어야 한다. 피아노 배우기, 운전하기, 비행기 조종하기, 열기구 타고 날라가보기, 사하라 사막 거닐어 보기, 에펠탑 구경하고 파리 지하철 환승해서 라데팡스에 가보기 위해, 프랑스어 몇 마디로 가상현실에서 가짜 프랑스 사람-NPC에게 말 걸어보기…. 노래 부르기 레슨 … 반복적으로 수행해서 피아니스트가 되거나 운전사가 되거나 파리 관광가이드의 기능을 연마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더 깊고 크고 강력한 형상을 마음속에 만들기 위해서 경험하는 것이다. 내일의 근로자는 모두 로봇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이어야 하므로, 악기연주를 하는 경험을 보유하고 이를 머리 속 네트워크로 이어 붙여 전체 악기의 화음이 나아가야 할 악곡의 재구성을 그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경험의 채널로 다 만든 큰 형상을 남에게 보여주고 내 머리 속의 형상을 더 크게 성장시켜야 한다. VR AR과 같은 리얼리티 기술,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자 행동추정 모델링 기술, IOT센싱 무선통신기술을 통한 행동센서링 기술, 클라우드-보안기술과 같은 스토리지 기술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나를 발견하고 내 형상을 먹여 살리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근본적인 종착역은 디지털화된 지식전달이 아니라, 학습자 행동을 통한 경험의 축적, 형상의 대규모화, 형상화의 테크닉 완성이라는 전혀 다른 지향점이다. 우리는 이제 지식 중심의 세기에 종언을 선언할 때가 왔다. 결단의 때가 다가오고야 만 것이다.

[이수화의 4차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보통교육의 한계와 위험성

<<무제> 페르난다 고메즈. 맨하튼의 한 갤러리에서 발견. 만드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이 작품만큼 충격적인 작품은 여태 못 만나봤다. 재료 2개가 공사장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물건이고, 공사장에서 주어온 상태 이상의 어떠한 인위적인 변형과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중요한 존재는 작가가 품고 있는 형상. 그녀에게 형상화란 자기 머리 속의 형상과 일치하는 공사장 폐자재를 찾아 주어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열심히 그리거나 조각한다고 좋은 예술품이라는 등식은 맨하튼에서 깨진 지 이미 오래 전이다. >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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