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성과주의' 원칙 속에서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달 30일 하현회 ㈜LG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등 총 12개 LG 계열사가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회장 승진 1명,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16명, 전무 승진 40명, 상무 신규 선임 92명 등 모두 154명이다.

이는 지난해 LG 전체 계열사의 임원 승진자(150명)보다 많은 숫자며 LG그룹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그룹 내 부회장은 모두 7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판매 확대로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성과를 가져온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과 사이니지 사업을 이끈 권순황 LG전자 B2B사업본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HE사업본부의 황정환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MC사업본부장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을 지휘하던 조준호 사장은 지속되는 적자에 책임을 지고 LG인화원장으로 옮겨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는 승진 대신 LG전자에 새 거처를 마련했다. 당초 4세 경영체제를 위한 전무 승진이 예상됐지만 앞으로 LG전자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라는 역할을 맡는다.

또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성과주의와 미래 대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주요 계열사별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어 CEO(최고경영자)들이 전원 유임됐다. LG 관계자는 "탁월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이끈 경영 책임자들을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전했다.

이런 성과주의는 외부 영입 인재의 승진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성과 성과가 있다면 출신에 관계없이 중용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에 인수된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기업인 하만 출신의 박일평 LG전자 부사장은 영입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회사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사장 승진자가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16명, 전무 승진자가 31명에서 40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승진자 중 R&D(연구개발) 관련 인력이 65%나 돼 미래 사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TV, 전장부품 등 각 사업본부의 제품을 연결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을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합하기 위한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신설한 것. 이 센터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LG생활건강에서는 최연소 상무가 나왔다. 홈&펫케어 마케팅 부문의 김규완 상무가 38세의 나이에 상무로 올라섰다. 정수화 LG전자 상무와 최승돈 LG화학 연구위원은 두 단계 발탁 승진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또 여성 전무 2명과 상무 5명 등 여성 임원은 7명이었다. 그중 류혜정 LG전자 H&A사업본부 상무와 조혜성 LG화학 중앙연구소 상무가 전무로 임명되며 두 회사의 첫 여성 전무로 남게 됐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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