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민 청원이 20만 건 이상 지지를 얻음에 따라, 최근 청와대가 임신 중절 실태 조사 실시 및 사회적·법적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낙태죄' 폐지 여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태아의 생명권 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사안이기에 개인 및 사회적 측면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에 앞서 계획되지 않은 임신 또는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점차 개방되고 있는 성 문화와 달리 성 지식과 피임 실천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의 피임 문제가 심각하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약 50%밖에 되지 않아, 98%에 이르는 미국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첫 성관계 나이는 평균 13.1세로 조사 이래로 가장 낮았으며,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인공임신 중절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건강한 여성재단 사무총장)는 "청소녀의 피임 실천율이 여전히 절반에 그친 데에는 정확한 피임 지식과 현실적인 대안들이 성교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데 있다"며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점, 불법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성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쉽게 노출된 점 등의 현실을 반영해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가 뜨거운 감자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태죄 폐지'가 뜨거운 감자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임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을 실천하고 있는 것 또한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성의학저널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실천하는 피임법으로 체외 사정(58%)이 가장 높았으며, 월경 주기법(17.7%)이 뒤를 이어 국내에서는 비효과적인 피임법들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관계 후 여성의 질 밖에서 사정하는 체외 사정법과 배란일을 피해 성관계를 하는 월경 주기법도 피임 방법이긴 하지만, 성관계 중 사정 전이라도 남성 성기의 분비물에 포함된 정자만으로도 임신이 될 수 있다. 정자는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1주 이상 생존이 가능하므로 배란일이 여러 원인으로 불규칙적으로 변한 경우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 효과적인 피임 방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확실한 피임법을 실천해야만 한다.

이사라 교수는 "골반염뿐 아니라 HIV 감염, 자궁 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의 성매개 감염도 함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피임법들과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 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구피임약은 피임 효과뿐 아니라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양 조절, 비정상 질 출혈 등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어,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녀의 보다 효과적인 피임과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 자궁 내 장치, 피하이식형 장치 등 3~5년 기간 동안 효과적인 피임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권장했다.

▶여성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해칠 수 있는 인공임신 중절 막아야
현재 우리나라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산모 또는 배우자에게 유전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 등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인공임신 중절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공임신 중절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한 시술이다.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이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임신 중절로 인한 합병증에는 하복부 통증부터 자궁내막염, 자궁 천공, 자궁 내 유착, 자궁 경부 무력증 등이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습관성 유산, 난임 더 나아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또한 시술했다는 상황과 신체적 고통으로 죄책감, 우울감, 자살 충동 등 심리적인 문제도 경험할 수 있다.

▶성 건강 상담 필요하다면 성상담 센터에 적극 문의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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