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는 밤 풍경
함박눈이 내리는 밤 풍경

솜뭉치를 찢어서 뿌리듯이 함박눈이 내린다. 비가 밤사이 눈으로 변해서 내리더니 아침 풍경이 장관이다. 다행히 땅에 내린 눈은 녹아서 쌓이지않는다. 여행자는 낭만보다 현실 앞에 무너진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4성급호텔치고 숙박비가 싼 이유를 알겠다. 아침이 심하게 기본적이다. 겨우 허기를 면했다. 이 동네 4성급의 기준이 궁금하다. 어메니티도 꽝이다.

계속 눈이 내린다. 나가기 싫지만 여행자의 본분을 잊으면 안된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갔다. 눈이 녹아서 길이 미끄럽다.

성으로 걸어가는 길
성으로 걸어가는 길

조심하면서 성으로 올라갔다. 나무에 쌓인 눈 덕분에 크리스마스트리의 향연을 보는듯 하다.

성에 들어가자마자 전망레스토랑을 12시에 예약했다. 1시간정도 여유를 가지고 성을 돌아보면 된다.

전망타워 올라가는 계단
전망타워 올라가는 계단

전망타워에도 올라가고 뮤지엄들을 다 돌아봤다. 인형박물관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 외는 크게 감동을 느낄 것이 없다.

현대적으로 꾸며놓은 성
현대적으로 꾸며놓은 성

성을 이용해서 현대적으로 잘 꾸며놓은 느낌 정도다. 탑에서 내려보는 전망은 최고다.

전망좋은 성 안 레스토랑
전망좋은 성 안 레스토랑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성안에 레스토랑이 2군데가 있다. 전망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자리는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몇 자리 되지 않는다. 비수기라 자리가 여유롭다.

고풍스런 테이블 세팅
고풍스런 테이블 세팅

메뉴를 가져다 주고 설명을 장황하게 한다. 핫와인이 없어서 화이트와인을 시켰다. 에피타이저와 빵을 주는데 많이도 준다. 버터와 거위 간을 발라 먹으라고 주는데 난 거위 간은 별로다. 비위에 안 맞아서 버터만 발라서 먹었다.

푸아그라푸딩
푸아그라푸딩

푸아그라푸딩이라면서 또 나온다. 정말 비위에 안 맞는다. 성의를 봐서 다 먹고싶지만 도저히 다 먹을수가 없어서 남겼다. 프랑스사람들이 좋아한다지만 내 입맛에는 아니다.

호박스프
호박스프

호박스프는 예술이다. 치즈떡을 담은 접시와 스프를 따로 가져와서 즉석에서 부어준다. 맛도 내 입맛에 딱 맞다. 중세 복장을 입은 직원이 음식마다 설명도 자세히 해준다. 머리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오징어먹물 라비올리
오징어먹물 라비올리

오징어먹물 라비올리가 나왔다. 만두피에 오징어먹물 넣고 속은 돼지고기로 채웠다. 돼지고기냄새가 나서 먹다가 남겼다. 화려한 전채요리와 스프때문에 이미 배가 부르다. 점심 먹는데 1시간30분 걸렸다. 코스요리로 시간을 즐기기엔 좋은 곳이다.

푸니쿨라 타고 하산
푸니쿨라 타고 하산

내려올 때는 푸니쿨라를 탔다. 중앙시장으로 내려온다.

용의 다리
용의 다리

용의 다리와 자물쇠다리를 지나서 버스터미널로 갔다. 내일 블레드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명품 백화점
명품 백화점

류블랴나에는 백화점이 여러 개 있다. 고급백화점부터 중저가백화점까지 다양하다. 시장조사삼아 다 돌았다. 아기자기 예쁜 가게들도 구경하며 시내를 돌았다.

공원에서 스케이트 타는 소녀들
공원에서 스케이트 타는 소녀들

공원은 아이스링크 설치하느라 바쁘다. 스케이트타고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눈은 비가 되기도 하고 다시 눈으로 변하기도 하며 변덕을 부린다. 날씨때문인지 따뜻한 국물이 그립다. 거리에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유혹을 하는데도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회전스시집으로 갔다.

새우라멘
새우라멘

직원이 알아보고 반겨준다. 알아 봐주니 다시 찾은 보람이 있다. 오늘은 새우미소라멘을 시켰다. 커다란 새우덴뿌라가 3개나 들었다. 미소국물이 맛있다. 스시도 후또마키비스무레한걸로 먹었다. 정작 라멘은 면을 고스란히 남겼다. 국물이 들어가니 뱃속이 행복해한다.

백화점에서 입어본 패딩 조끼가 눈에 아른거린다. 한시간 이상 머리에 맴도는 친구는 함께 살아야한다.

다시 백화점으로
다시 백화점으로

결국은 다시 백화점으로 가서 샀다. 직원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반긴다.

핫와인으로 하루를 마무리
핫와인으로 하루를 마무리

호텔로 오는 길에 모퉁이 카페에 들어갔다. 핫와인달라고 해서 마셨다. 한잔을 다 마시고 두잔 마셨다. 온몸이 노곤 노곤 좋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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