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티아고 여행기]2. 나비스날에서 생 첼 도브락까지 17,5Km

발행일시 : 2017-12-19 00:00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2편 - 프랑스 작은 마을에 울려 퍼진 아리랑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GR65 순례길의 첫 번째 날이다. 르 퓌 앙블레(Le Puy En Velay)에서 중간지점인 해발 약 1,165m에 위치한 나비스날 (Nasbinals)까지 미니버스로 이동 후 17, 5 킬로 떨어진 목적지 생 첼 도브락(Saint Chely d’ Aubrac)은 걸어서 가는 일정이다.

생 첼 도브락으로 가는 순례길 <생 첼 도브락으로 가는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파스 델라를 순례하기 위해서는 굳은 결심과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순례길 일정이 정해진 후에는 현지 숙소와 교통수단을 예약해 두면 빡빡한 순례 일정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프랑스나 스페인의 작은 도시는 언어 소통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일정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 일행은 프랑스로 출발하기에 앞서 20일간에 필요한 숙소와 모든 교통수단은 이미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르 퓌 앙블레에서 출발, 지도에 숫자 1로 표기되어 있는 생 첼 도브락까지 17, 5Km <르 퓌 앙블레에서 출발, 지도에 숫자 1로 표기되어 있는 생 첼 도브락까지 17, 5Km>
프랑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미니버스 <프랑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미니버스>

오늘 이동에 도움을 줄 미니버스 역시 예약한 교통편이었다. 새벽 6시에 미니버스를 타기 위해 르 퓌 앙블레 역 앞으로 갔다. 기차역은 숙소에서 2분 거리에 있지만, 낯선 곳에서 느끼는 불안한 마음에 2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춥고 깜깜한 새벽에 20분은 매우 더디게만 흘러갔다. 버스가 올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때 올 것 같지 않던 버스가 거짓말처럼 약속한 시각에 정확하게 나타났다. 불안한 마음이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다. 역시 관광 대국 프랑스의 면모를 첫날부터 경험할 수 있었다.

나비스날 관광 안내소 <나비스날 관광 안내소>
나비스날 성당 <나비스날 성당>
평화로운 나비스날 마을 <평화로운 나비스날 마을>

나비스날까지는 깜깜한 산길을 따라 약 2시간 정도 달려갔다. 미니버스 기사는 앳돼 보이는 프랑스 시골 청년이었다. 매우 비좁은 산길을 곡예 하듯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이 놀랄 만큼 노련미가 돋보였다. 동이 트면서 팽팽한 긴장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서히 풀어졌다. 운전해준 멋진 청년은 덤으로 우리 일행을 나비스날의 맛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나비스날에서의 순례길 첫 아침 식사 <나비스날에서의 순례길 첫 아침 식사>
나비스날의 순례길 출발 지점 <나비스날의 순례길 출발 지점>

식당 안은 일찍부터 프랑스 전 지역에서 모인 순례자들로 바글바글 붐비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도봉산 입구의 북적대는 두부집 같았다. 프랑스 순례길의 첫 아침 식사는 빵의 종류와 양부터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반전은 옆 테이블에 놓인 푸짐한 치즈였다. 원래는 같은 가격에 빵의 양만큼 치즈도 함께 나오지만, 주인이 바쁜 나머지 빵만 준 것이다. 우리로 치면 밥만 주고 반찬은 주지 않은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치즈는 결국 계획에도 없던 점심 메뉴로 배낭에 무게를 늘리는 주범이 되었다.

나비스날 초원에 표시된 순례길 사인 <나비스날 초원에 표시된 순례길 사인>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오브락 고원의 목장 지대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오브락 고원의 목장 지대>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오브락 고원의 목장 지대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오브락 고원의 목장 지대>

나비스날에서 도착지점인 생 첼 도브락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 순례길 중 고도가 가장 높은 해발 1,324m에 위치한 마운틴 오브락(Monts d’ Aubrac)을 정점으로 천천히 내리막이다. 나비스날을 벗어나면 넓은 목장 지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곳에 있는 목장들은 입구와 출구에 문을 만들어 놓은 사유지로 순례자들을 위해 목장 주인들이 길을 내어 준 것이다. 이곳을 지나가는 순례자들은 소들의 안전을 위해 반듯이 목장의 문단속은 필수 조건이다.

오브락 초원의 성모상 <오브락 초원의 성모상>
비구름으로 가득한 순례 길 <비구름으로 가득한 순례 길>

광활한 목장 지대를 통과하면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고원지대에서 비를 만나면 피할 곳이 없는 허허벌판이라 빠르게 우비를 입고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처음보다 빛줄기가 강해지고 온도가 떨어져 걱정은 되었지만, 정상으로 갈수록 날씨가 맑아지면서 변화무쌍한 프랑스 날씨를 첫날부터 제대로 경험했다.

마운틴 오브락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마운틴 오브락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마운틴 오브락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마운틴 오브락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오브락 정상의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아마 고도가 높고 공기가 맑아서인 것 같다. 풀과 나무들의 보여주는 녹색의 선명함은 무릉도원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오브락 고원의 주인은 풀 뜯는 자유로운 소 떼였다. 소들도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오브락 소는 그 유명한 명품 보뱅(Bovin)이다. 프랑스 남부 일대에서 손꼽는 특산품으로 인기가 높다. 아마도 행복해 보이는 소들에게 맛의 비밀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녁 식사 메뉴를 마음속으로 정했다. 들꽃이 만발한 고원지대를 잠시 질러가다 보면 오브락 마을로 향하는 숲 속 내리막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오브락의 초원과 자유로운 명품 소 보뱅 <오브락의 초원과 자유로운 명품 소 보뱅>
오브락의 초원과 자유로운 명품 소 보뱅 <오브락의 초원과 자유로운 명품 소 보뱅>

오브락 마을을 통과하면서 여러 명의 프랑스 순례자들을 만났다. 대부분 순례길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동양인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유럽은 현관문만 열고 나오면 바로 순례길인 반면, 동양은 지구 반대편에서 많은 경비를 들여 출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무척이나 반색하며,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요즘 연습하고 있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놀랍게도 아리랑이었다. 그들의 열정에 감동한 나머지 우리 일행은 초원 한복판에서 그들과 함께 아리랑을 합창했다. 그들은 아리랑 원곡을 라이브로 듣게 된 감사의 마음을 메르씨(Merci)로 응답했다.

오브락 마을의 작은 박물관 <오브락 마을의 작은 박물관>
오브락 교회와 마을 풍경 <오브락 교회와 마을 풍경>

아리랑 합창은 다음 날의 순례를 더욱 힘차게 예고했다. 다음 순례길은 생 콤 돌트(St Come d'olt)에서 에스탱(Estaing)까지 20,5킬로미터이다.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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