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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0] 슬로베니아의 유일의 섬 ‘블레드 섬’에 가다

발행일시 : 2017-12-20 00:00
친구와 즐거운 톡 <친구와 즐거운 톡>

아침 일찍 동유럽여행중인 여고 동창 톡을 받았다. 한시간가까이 외로움을 달랬다. 날씨때문에 우울하던 차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남편과 함께 비엔나에 있단다. 패키지일정이라 나와 만날수있는 기회가 없다.

맘속의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일정을 연기해서 크로아티아를 같이 다니자는 악마, 그리고 친구를 고생에 빠뜨리면 안된다는 천사가 맘속에서 싸운다. 결국 천사가 이겼다. 준비없이 친구를 부를수는 없다. 내 여행이란 것이 내일을 모르는 일정이다. 친구까지 고생 시킬수는 없다.

SNS상에서 해외여행을 멋지게 포장하는 포스팅을 자주 본다. 내 일기를 부럽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을 잘 따져보면 편한 집 두고 고생하는거다. 멋진 사진 몇 장들과 추억은 과장되고 미화되는 법이다.

체크아웃을 하는데 웰컴드링크가 리셉션 옆에 있다. 이제야 발견하다니 아쉽다. 굿바이드링크로 한잔 마셨다. 친절로 무장한 매니저는 스타트랙의 승무원말투로 말을 한다. 체크아웃하고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해서 간단하게 떼웠다. 친절한 직원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출발한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 <버스에서 보는 풍경>

오늘은 비나 눈이 안오는줄 알았더니 삼중교를 지나는 순간 빗줄기가 세진다. 할수없이 우산을 폈다. 버스터미널에 와서 버스를 탔다. 제일 먼저 타서 앞자리에 앉았다. 기사아저씨가 라디오를 크게 틀고 있다.

버스는 여기저기 서서 계속 사람들을 태운다. 내리고 타기를 계속한다. 크란에서 두 소녀가 타더니 옆자리에 앉는다. 블레드까지 쉬지않고 떠든다. 라디오소리와 서로 떠들기경쟁을 하는듯 쉬지않고 떠든다.

선착장 옆 숙소 <선착장 옆 숙소>

드디어 블레드선착장에 도착했다. 숙소를 보고 감탄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숙소가 있다니 신의 축복이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지 않으니 감사한 일이다. 오전시간인데도 다행히 체크인을 해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 함정이다.

유럽에서 낭만적인 숙소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다. 낭만과 편안함 둘다 잡으려면 비싸다. 블레드섬이 잘 보이는 좋은 호텔이 있어서 예약하려 했는데 만실이어서 택한 선택인데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만실인줄 알았던 티토대통령의 별장이었던 빌라블레드는 와서 보니 동절기는 영업을 안한다. 덕분에 더 낭만적인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소박한 다락방 <소박한 다락방>

방은 소박한 펜션룸이다. 3층 다락방이라 아늑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군더더기없이 침대와 책상 기본적인 욕실이 다이다. 다행히 직원이 캐리어를 방까지 들어준다.

방에서 보는 풍경 <방에서 보는 풍경>

방에서 보는 호수 풍경은 그림이다. 독일시골 펜션에 온 기분이다.

짐을 풀고 선착장으로 갔다.

배타고 블레드섬 도착 <배타고 블레드섬 도착>

나룻배를 타고 블레드섬으로 갔다.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한 섬이란다. 알프스의 눈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알프스의 수많은 호수를 본 나는 공감하기 어렵다. 나룻배 타고 가는 건 낭만적이긴 하다. 하지만 알프스호수마을중 더 아름다운 곳도 숱하게 많다.

성당과 시계탑 <성당과 시계탑>

섬 안에는 성당과 시계탑이 있다. 성당 안에는 50센트동전을 넣으면 일정시간 불이 켜지는 촛불이 있다. 5개를 켰다. 시계탑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동안 생각할수있는 글귀들을 적어서 붙여놓았다.

유난히 한국단체손님이 많다. 이 동네 나룻배는 한국단체손님이 없으면 겨울에는 굶어죽을판이다. 외국인은 몇명 없고 여기도 한국인 저기도 한국인이다. 남이섬에 들어온 기분이다. 여름에나 유럽인들이 오는 휴양지를 한국인단체팀들이 몰려다닌다.

섬에서 나와서 숙소로 돌아왔다. 방으로 올라와서 호수를 바라보니 계속 한국관광버스가 들어와서 선착장에 선다. 외국인단체는 한대도 보질 못했다. 이해가 안되는 시츄에이션이다.

블레드섬 산책로 <블레드섬 산책로>

호수를 바라보다 산책을 나갔다. 호수를 따라 걸었다. 패키지팀에서 나룻배 옵션 안하고 따로 나온 사람들이 할것없이 방황한다. 커피 마실 곳을 찾길래 숙소 레스토랑을 알려줬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0] 슬로베니아의 유일의 섬 ‘블레드 섬’에 가다

호수를 따라 계속 걸었다. 셀카놀이에 열중하고 있는데 덩치 좋은 남자 셋이서 말을 걸어온다. 서로 사진 찍어줬다. 영국에서 왔단다. 아버지가 아들 둘과 다닌단다. 혼자 여행중이던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주말이라 합류한거란다. 월요일이면 두아들은 다시 영국으로 가고 아버지는 크로아티아로 혼자 떠날거란다. 나보고 크로아티아에서 보잔다. 다시 봐도 기억하기 어려운 얼굴이다. 웃으며 씨유어게인을 날려주었다. 어디선가 만나도 기억날지 의문이다.

호수를 거의 한바퀴 돌아서 성에 도착할 즈음 한국인부부를 만났다. 패키지팀에서 이탈한 부부다. 섬에 안 들어가고 사진 찍으러 다닌단다. 지도를 보여주고 설명해줬다. 패키지에선 웬만하면 옵션을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시간낭비하는 것이 안쓰럽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0] 슬로베니아의 유일의 섬 ‘블레드 섬’에 가다

비가 계속 내려서 성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했다. 다시 호수 길을 걸어서 호텔로 왔다. 4시간정도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니 기분이 좋다.

비엔나에서 만났던 분이 톡이 왔다. 짤즈에서 베니스가는 길에 블레드를 들른단다. 시간이 맞으면 저녁을 같이 먹자는데 나는 일찍 먹고 일찍 잔다. 더구나 내 숙소는 선착장쪽이라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다. 숙소 간 거리도 멀어서 만나려면 무리다. 호의는 고마운데 사양했다. 내 여행 리듬을 깨고 싶지않다. 여행중 타인과 리듬을 맞추려면 피곤하다. 혼밥이 지겹고 한국말이 그리운 건 이해가 가지만 배고파서 기다릴수가 없다.

호텔식당으로 가는데 식당을 기웃거리는 한국인모녀를 만났다. 저녁드실거냐고 물었더니 단체여행오신거란다. 최악의 패키지팀이다. 오늘 오스트리아에서 와서 나룻배도 못 타고 호수밤풍경보고 크로아티아로 넘어간단다. 할말을 잃고 여행 잘하시라고 인사 드렸다. 패키지를 선택할 때 일정을 꼭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식 저녁 <가정식 저녁>

호텔식당으로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가정식이라 정겹다. 로칼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를 시켰다. 독일 가정식하고 크게 다르지않다. 오래전 독일 살던 추억에 빠져 행복하다. 글뤼바인까지 함께하니 더 행복하다.

오늘 하루 오랜 친구의 위로와 함께 해서 여행중 가장 행복한 하루였다. 덕분에 에너지 만땅 충전했다. 고맙다 친구야. 역시 친구는 된장이다. 오래 묵힐수록 맛이 깊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0] 슬로베니아의 유일의 섬 ‘블레드 섬’에 가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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