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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1] ‘블레드 섬’이 슬로베니아 보석인 이유

발행일시 : 2017-12-22 00:00

우산을 챙기면 해가 나고 선글라스를 챙기면 비가 온다. 둘다 챙기면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해가 뜰지 의문이지만 해뜨기 전에 산책을 나갔다.

동트기 전 산책하며 보는 블레드섬 <동트기 전 산책하며 보는 블레드섬>

6시에 나섰는데 깜깜하다. 야경을 멋지게 찍었다. 해뜨기 전 으스름한 풍경도 예술이다. 새벽부터 나온 보람이 있다.

방에 돌아와서 창 밖을 보니 해가 난다. 호수 풍경이 완전 달라졌다. 어제의 암울한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다. 호수도 주말을 맞아 단장하고 손님을 맞는다. 아침 일찍부터 나룻배들도 단장한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겼다.

어제와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날이 좋아져서 성에 올라서 호수를 보고싶다. 하늘이 점점 푸른색을 드러내고 호수에는 백조 가족도 나들이를 나왔다.

산책 도중에 한국인 남학생을 만났다. 패키지여행을 마치고 연장해서 혼자 다니는 중이란다. 오늘 자그레브로 갈거란다. 패키지로 다니다가 혼자 다닌단다. 각각 장단점이 있단다. 포스토이나 가자고 했더니 모른단다. 정보 찾아보고 좋으면 그 동네에서 보자고 했다.

성당 <성당>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성당에 들어갔다. 촛불을 꽂으면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불 붙이는 촛불이 아니라 낭만은 없다. 그래도 불을 밝히니 마음이 밝아진다.

성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하염없이 올라가니 차들이 주차 되어있다. 맥 빠진다. 관광버스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패키지손님들은 좋겠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성에서 바라본 호수 <성에서 바라본 호수>

성에 들어가서 호수를 내려보니 알프스의 눈이라는 실감이 난다. 어제 공감 못했더니 오늘은 약 올리듯이 맑은 하늘아래 한껏 뽐낸다. 블레드섬은 명실공히 슬로베니아의 보석이다. 인정한다.

박물관과 와인셀러를 돌아보았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직원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오늘은 외국관광객들이 많다. 이태리에서 온 단체에 묻어 돌았다. 토요일이라 가족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성을 내려와서 호숫길따라 숙소로 왔다. 선착장에는 중국관광객 동남아 인도 유럽 각지의 단체들이 보인다. 어제는 한국손님들이 몰리는 날이었던 모양이다. 토요일이라 블레드호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날이 화창하니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다.

가방을 찾아 버스를 기다렸다. 11시20분에 버스가 와서 탔다. 오늘도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해가 눈부시게 들어온다. 선글라스를 꺼내서 장착하고 병든 병아리처럼 졸았다.

류블랴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포스토이나행 버스표를 달라고 하니 3시50분에 있단다. 할수없이 샀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점심이나 먹자고 어제 봐둔 타이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타이식당 <타이식당>

새우팟타이와 코코넛음료를 시켰다. 불쇼와 함께 뚝딱 한 접시가 나왔다. 제대로 맛있다. 잠시 카오산로드를 느꼈다. 직원이 고추가 더 필요하지않냐고 묻는다. 충분히 맵고 맛있다.

배부르니 커피가 고프다. 근처 카페를 찾으니 올드타운까지 가야한다. 올드타운까지는 멀다. 대형 호텔 커피숍에 들어갔다. 바나나오렌지초코스무디를 추천한다. 팔랑 귀가 커피는 잊어버리고 스무디를 마셨다.

버스터미널로 가다 보니 계속 커피가 생각난다. 버스 타는 곳 바로 앞에 맥도널드가 있다. 시간이 남아 들어가서 카페라떼를 사고 돌아보니 강남스타일아가씨 두 명이 앉아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 못 알아듣는다. 마카오에서 왔단다.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란으로 간단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블레드호수를 포기하고 간단다. 서로의 갈 길을 축원해주며 헤어졌다.

꼬불탕산길에서 <꼬불탕산길에서>

버스기사님이 미남이시다. 잘 생겼는데 말도 상냥하게 하신다. 로컬기사중에 짐 들어서 넣어준 것은 처음이다. 운전도 완전 잘하신다. 꼬불탕산길에서 간이 조마조마한데 앞에서 차가 나타나도 전혀 당황하지 않으신다. 차를 렌트 안하기 잘했다. 산길에 접어드니 눈이 녹지않은 구간이 상당히 있다. 운전하고 다닐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포스토이나 케이브에 서냐고 물으니 5백미터정도 걸어가면 된단다. 내려서 보니 1.2킬로정도 거리다. 택시가 한대도 안보인다. 할수없이 걷기 시작했다.

캄캄한 거리를 캐리어 끌고 걸어갔다. 가끔 나타나는 사람이 무섭다. 상대방은 내가 더 무서운지 화들짝 놀란다. 한참 걸어가니 호텔 간판이 보인다.

호텔 입구 <호텔 입구>

동굴 공원내 호텔이라 찾기는 쉽다. 예상대로 호텔이 고급지다.

웰컴드링크 쿠폰을 준다. 기분 좋게 클럽으로 웰컴드링크를 마시러 가니 커피나 차중에서 고른란다. 목이 마르니 대신 물을 달라고 하니 수돗물을 받아준다. 유럽에서는 수돗물을 다들 거부감없이 마시긴 하지만 웰컴으로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냥 카밀차를 달라고 했다. 방으로 가져와서 마셨다.

호텔방 <호텔방>

발코니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방은 완전 좋다. 근데 어메니티가 전혀 없다. 차도 커피도 포트도 없다. 모든 것을 레스토랑과 클럽에서 돈 내고 먹어야 하는 구조다. 냉장고 물이 하나에 3유로다. 아침도 따로 돈 내고 먹는다.

동굴 공원에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긴 하다. 류블랴나에서 계속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 만사가 귀찮다. 휴식이 고플 뿐이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걸었더니 피곤하고 졸린다. 세상만사 다 잊고 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문화부 여행전문기자 허미경 (mgheo@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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