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온도가 23도로 설정되어 있다. 높이고 싶어도 꼼짝을 안한다. 20도에서 시작했는데 아침에 확인해도 22.6도에서 멈추었다. 욕실이 유리벽으로 오픈 되어 있다. 군데군데 중국특급호텔 스멜이다. 이불 두개를 포개서 덮고 잤다. 덕분에 아침까지 잘 잤다.

아침식사 풍경
아침식사 풍경

아침을 12유로 별도로 받는다. 돈 값을 한다. 슬로베니아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갖춰 먹었다. 하몽도 있고 신선한 리코타치즈까지 있다. 요구르트 5가지중 골라 먹었다. 짐작대로 단체손님들이 많다. 건너편 테이블의 중국사람들이 남다르다. 조용하고 품위 있게 한시간 넘게 아침을 즐긴다. 대화를 계속 하는데도 소란스럽지않다. 중국부자냄새가 풀풀 난다. 동네 마실가듯 하는 복장인데 따져보면 명품을 두른 사람들이다. 중국 부자들 볼 때마다 신기한 조합이다. 가난해 보이고 싶은 컨셉 같기도 하다. 나가면서 나한테 영어로 인사를 하고 나간다.

프레드야마성에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리셉션에 물었다. 택시를 타고 가야한단다. 하절기에는 셔틀이 다니는데 동절기에는 없단다.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15분후에 온단다. 택시는 일반 자가용이다. 이 동네 길에 택시가 안보인 이유를 알겠다. 기사가 영어를 잘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슬로베니아사람들은 영어, 이태리어, 독어 등 외국어를 잘한다. 외국인들이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좁은 땅덩이에서 먹고 사느라 젊은이들이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한단다.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등 같은 슬로얀들이란다. 크로아티아와는 관계가 특히 좋아서 여름에는 크로아티아의 바닷가로 가고 겨울에는 슬로베니아의 산으로 스키를 타러온단다. 이 동네 젊은이들은 대부분 외국으로 돈 벌러가서 노인들만 남았다한다. 기사는 류블랴나에서 태어나서 평화로운 시골이 좋아서 들어왔단다.

프레드야마 동굴성에 도착
프레드야마 동굴성에 도착

성에 도착해서 입구까지 안내를 해준다. 프레드야마성은 유럽에서 유일한 동굴성이란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포스토이나동굴을 묶어서 티켓을 판다. 묶음으로 샀다. 한국말 오디오가이드를 준다. 반갑고 고마워서 가이드설명을 빠짐없이 다 들었다. 덕분에 구석구석 다봤다. 동굴을 이용해서 성을 기묘하게도 잘 지었다.

성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기사가 강바닥까지 내려가서 제대로 드라이브를 시켜준다. 이 지역에는 사슴, 여우, 곰 등 야생동물이 많이 산단다. 아침일찍이나 저녁 무렵에는 자주 만난단다. 덕분에 성 구경도 잘하고 드라이브도 잘했다.

포스토이나동굴투어는 12시에 시작한다. 표를 살 때부터 시간을 정해준다. 영어가이드팀에 꼈다. 한국인가족처럼 보여서 말을 걸었더니 싱가폴에서 왔단다. 딸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일년에 한번씩 간단다. 다음에는 쌍꺼풀수술하러 가겠다고 해서 말렸다. 넘 매력적인 눈을 가졌다. 내가 말려주니 엄마가 너무 좋아한다. 친해져서 동굴투어내내 붙어 다녔다. 엑소를 좋아하는 딸은 나한테 붙어서 계속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동굴을 그대로 살린 성 건축
동굴을 그대로 살린 성 건축

꼬마열차타고 들어가는 동굴은 처음이다. 10분정도 타고 들어가서 중앙에 도착해서 내린다.

동굴은 21km길이란다. 크기도 크지만 다양한 형태도 놀랍다. 중앙홀에서는 크리스마스캐롤이 흘러나온다. 콘서트에 온 기분이다.

동굴에 사는 도롱뇽
동굴에 사는 도롱뇽

동굴 안에 사는 도롱뇽이 특이하다. 프로테우스라고도 불리는 동굴도롱뇽은 한때 사람들이 새끼용으로 믿었다 한다.

공원내 호텔로 귀환
공원내 호텔로 귀환

싱가폴가족과 헤어지고 동네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프론트 총각한테 방 온도를 높일수없냐고 물으니 바로 세팅해준다. 어제 여직원은 어쩔 수 없다며 추위에 떨게 했는데 분하다. 오늘은 따뜻하게 잘수있어서 다행이다.

저녁 먹으러
저녁 먹으러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손님은 내가 유일하다. 샐러드와 버섯리조또를 시켰다. 에피타이저로 치킨파테가 나왔다. 푸아그라보다 내 입맛에 더 맞다. 아무래도 고급 입맛은 아닌 듯싶다.

샐러드는 무난하고 리조또는 맛있다. 한국사람은 역시 밥이 들어가야 힘이 난다. 고추장 슥슥 비벼먹고싶다. 신선한 오렌지쥬스를 입가심으로 마무리했다.

방으로 올라와서 홀가분하게 갈아입고 취침 모드로 변신했다. 기념품가게에서 산 와인과 친구해서 알딸딸 꿈속으로 떠났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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