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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여행기]3. 생 콤 돌트에서 에스탱까지 20.5Km

발행일시 : 2017-12-26 15:03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3편 - 같은 듯 다른 프랑스와 스페인의 순례길

순례 중에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점검하는 것이다. 폭우나 폭설 혹은 위험한 산길은 걷기보다는 안전한 지점까지 교통편을 이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 챌 도브락(Saint Chely d’ Aubrac)에서 생 콤 돌트(St Come d'olt)에 이르는 산길은 로트(Le Lot) 강 계곡을 따라서 간다. 특히 이 길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로 악명이 높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좁은 산길은 차도와 여러 번 합쳐져서 걸어가는 순례자들에게 다소 위험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안전을 위해 약 20킬로 떨어진 생 콤 돌트까지 지역에서 운영하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생 꼼 돌트의 순례길 풍경 <생 꼼 돌트의 순례길 풍경>

이른 아침에 도착한 생 콤 돌트는 굳게 닫혀 있었다. 관광 사무소(Tourism Office)는 물론 성당, 박물관, 카페까지 아주 조용한 중세의 작은 마을이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우선 관광 사무소를 찾아간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역의 지도와 끄레 덴 시알 (Credencial)에 스탬프(Stamp)를 받기 위해서다.

생 콤 돌트 시청과 Tourism Office <생 콤 돌트 시청과 Tourism Office>
1552년에 건축된 생 콤 돌트 성당 <1552년에 건축된 생 콤 돌트 성당>
생 콤 돌트 마을 풍경 <생 콤 돌트 마을 풍경>

끄레 덴 시알은 순례자임을 증명해 주는 순례자 여권으로 공식적인 여권과는 다르다. 순례자들은 실제로 자신이 그 길을 걸어왔음을 증명하는 지명과 날짜를 담고 있는 스탬프를 받아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 스탬프는 방문한 도시의 호텔, 알베르게(albergue), 성당, 박물관, 카페나 바에서 받을 수 있다. 순례길 위에 있는 거의 모든 카페나 바에는 그들을 상징하는 독특한 스탬프가 준비되어 있어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에게는 뿌듯함과 함께 소소한 재밋거리가 되어준다.

생 콤 돌트에는 중세 시대의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생 콤 돌트에는 중세 시대의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생 콤 돌트에는 중세 시대의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생 콤 돌트에는 중세 시대의 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순례를 증명하는 스탬프를 모아두면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는 끄레 덴 시알에 스탬프를 받고 등록을 마쳐야 침대를 배정받을 수 있다.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까미노 협회에 끄레 덴 시알을 제출하면 확인 후 순례를 완주한 공식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이른 아침 생 꼼 돌트의 관광 사무소를 찾아간 이유가 허탕이 되었다.

르 퓌 앙블레에서 발급받은 끄레 덴 시알 <르 퓌 앙블레에서 발급받은 끄레 덴 시알 >
르 퓌 앙블레에서 발급받은 끄레 덴 시알 <르 퓌 앙블레에서 발급받은 끄레 덴 시알>

프랑스와 스페인 순례길은 같은 듯 다르다. 길고 긴 길을 걸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정작 두 길을 걷다 보면 큰 차이점을 느끼게 된다.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순례길은 세련되고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스페인은 투박하고 소박함이 묻어 나온다. 실제로 프랑스 순례길 위에는 아름다움을 뽐내는 예사롭지 않은 마을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에스팔리옹(Espalion)으로 가는 아름다운 순례길 <에스팔리옹(Espalion)으로 가는 아름다운 순례길>
에스팔리옹(Espalion)으로 가는 아름다운 순례길 <에스팔리옹(Espalion)으로 가는 아름다운 순례길>

인구 약 700명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옥시타니(Occitanie) 주에 위치한 에스탱(Estaing)이 그렇다. 프랑스 23대 대통령이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한 에스탱은 로트강과 로트강 줄기인 꾸산(Coussanne)이 만나는 곳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Les plus beaux villa ges de France)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멀리 에스팔리옹이 내려다보인다. <멀리 에스팔리옹이 내려다보인다.>
에스팔리옹으로 들어가는 입구 <에스팔리옹으로 들어가는 입구>

생 콤 돌트에서 에스탱으로 가는 순례길은 쉽지 않은 일정이다. 거리는 다른 루트에 비해 긴 편은 아니지만, 베쉬에줄 (Bessuejouls)부터 시작하는 좁고 가파른 오르막이 관건이다. 이번 GR65 순례길에서 가장 난 코스로 예상되는 루트다. 생 꼼 돌트에서 첫 번째 만나는 도시는 7.5킬로 떨어진 로트(Le Lot) 강 변에 위치한 에스팔리옹(Espalion)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방대한 지역인 미디피레네 주(Midi Pyrénées)에 위치한 에스팔리옹은 중세 시대부터 상업 중심지로 크게 번영한 도시이다.

에스팔리옹의 고딕식 다리와 도시 풍경 <에스팔리옹의 고딕식 다리와 도시 풍경>
에스팔리옹의 고딕식 다리와 도시 풍경 <에스팔리옹의 고딕식 다리와 도시 풍경>

귀중한 문화유산이 많은 이 지역에서 으뜸으로 꼽는 관광 명소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록되어있는 11세기의 고딕식 다리 퐁 뷰(Pont Vieux)이다. 인구 약 3,500명이 살고 있는 도시로 GR65 순례길 근방에 있는 도시 중에는 규모가 꽤 크다고 아침에 만난 택시 운전사가 정보를 주었다. 순례길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나 미니버스를 타면 기사들은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쉴 새 없이 쏟아 낸다. 차는 곧 달리는 가이드북이 된다.

빵맛이 일품인 에스팔리옹의 빵집 <빵맛이 일품인 에스팔리옹의 빵집>

에스팔리옹을 중간 지점으로 목적지 에스탱까지는 초원과 숲으로 이어져 마땅하게 쉬어갈 곳이 없다. 순례자들은 반듯이 에스팔리옹에서 남은 일정과 오르막을 대비해 든든한 점심과 함께 순례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에스팔리옹의 식당들은 순례자와 주민들이 손쉽게 즐겨 찾는 밥집으로 바글바글하고 활기가 넘쳐났다. 동네 빵집에 들러 물과 함께 프랑스가 고향인 에클레르(éclair)를 반가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힘겨운 순례에 앞서 원조 에클레르의 달콤함이 힘찬 출발에 힘을 보탠다.

베쉬에줄 (Bessuejouls)부터 시작하는 오르막. <베쉬에줄 (Bessuejouls)부터 시작하는 오르막.>
베쉬에줄 (Bessuejouls)부터 시작하는 오르막. <베쉬에줄 (Bessuejouls)부터 시작하는 오르막.>

베쉬에줄 (Bessuejouls)을 기점으로 2시간 정도 좁은 흙길로 된 급경사를 올라 평탄한 길을 만나면, 평화롭게 펼쳐진 고원의 풍경이 마치 고단함에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산 위에 걸린 구름 속에 숨어 있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떤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세부로 잭(Sebrazac)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에스탱. <세부로 잭(Sebrazac)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에스탱. >
에스탱 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에스탱 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내리막은 오르막보다는 조금 수월했다. 목적지가 가까이 있음을 어제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해가 서쪽으로 완전히 기울기 전에 석양의 힘을 온몸으로 받은 에스탱(Estaing)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골짜기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마을 입구 다리(Pont d'Estaing) 위의 에스탱 주교의 상. <마을 입구 다리(Pont d'Estaing) 위의 에스탱 주교의 상.>
에스탱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십자가 <에스탱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십자가>
조용한 새벽의 에스탱 <조용한 새벽의 에스탱>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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