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인연도 소중하다. 어제 저녁 내내 함께 시간 보낸 젊은 친구들과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했다. 다시 길에서 만난다면 알아볼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고보니 수많은 여행을 통해 스친 인연들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머무는 인연도 소중하지만 잠시 스치는 인연들에게서 얻는 기쁨이 크다. 인연이란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집착과 욕심이 많아진다. 인연에 대한 집착과 욕심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

방생 중 가장 귀한 방생은 중생방생이다. 주위 모든 인연들을 구속하지않고 방생하는것이 마음편해지는 길이다. Let them free 이전에 Let me free다. 나부터 집착의 끈을 놓고 편해야 내 주위를 편하게 만들 수 있다. 스치는 인연들 짧은 만남이 매순간 소중한 이유다.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돌라치시장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돌라치시장

오전 내내 딩굴거렸다. 창문 밖 돌라치시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삶의 현장인 듯 활기차다. 어제 남은 밥을 버섯찌게에 말아서 겉절이와 먹었다. 맛이 들어 제대로 겉절이 맛이 난다. 남은 밥을 다 해치웠다. 제대로 푹 쉬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친구와 전화해서 수다떨었더니 기분도 좋아졌다.

자그레브대성당
자그레브대성당

자그레브대성당에 갔다. 언덕에 자리잡아서 자그레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란다.

모자이크가 아름다운 성당내부
모자이크가 아름다운 성당내부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성당내부
성당내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죄인들까지 함께 조각한 것이 특이하다. 촛불을 밝혔다.

스톤게이트
스톤게이트

스톤게이트로 갔다. 성스러운 느낌이 확 와 닿는다.

화재 때 무사했던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
화재 때 무사했던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

화재 때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가 불타지않아 성스러운 곳이 되었다 한다. 성스러운 곳에 불 밝히고 싶어서 제일 큰 초를 4개 사서 밝혔다. 내 맘에도 불이 켜지는 기분이다.

계속 걸어가는데 한국아가씨들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성마르카성당 앞에서
성마르카성당 앞에서

성마르카성당 앞에서 사진작가 포스 뿜뿜 나는 한국인아저씨를 만나 사진 찍어 달라고 했다. 작가스럽게 여러 장 성의 있게 찍어주신다. 지붕 타일이 예쁜 성당이다.

로트른슈차크탑 앞에서
로트른슈차크탑 앞에서

로트른슈차크탑 앞에 와서 시내를 내려보는데 한국아가씨들을 또 만났다. 한명은 몸이 안좋아서 숙소로 먼저 들어갔단다. 31살 여고동창 3명이 함께 여행중이란다. 여행중 몸이 안좋으면 곤혹스럽다.

밥이 먹고싶다길래 우리집가서 밥 해먹자 했더니 친구걱정때문에 숙소로 가야한단다. 일행이 아프다니 맘이 짠하다.

언덕 위 크리스마스시장
언덕 위 크리스마스시장

크리스마스시장으로 같이 왔다. 핫와인과 따뜻한 소시지를 사서 같이 먹었다. 타바스코소스를 뿌려 먹으라 했더니 한국음식맛난다고 좋아한다. 친구 것까지 포장해서 챙겨줬다. 밥을 해 먹이고 싶은데 계속 친구를 걱정한다. 여고동창들의 우정이 보기 좋다. 서로 남은 일정의 안녕을 빌어줬다.

시장에 가서 감과 귤을 사서 집으로 왔다. 내 주먹보다 더 큰 감이 맛도 좋다. 소시지 빵 먹고 감까지 먹으니 배가 빵빵하다. 배부른 김에 산책 삼아 나갔다.

스톤게이트쪽으로 걸어가는데 사진작가 아저씨들을 또 만났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같이 야경 보자고 했다. 원래는 탑 쪽으로 가려 했는데 아저씨들이 근처 고층빌딩 16층으로 가잔다.

360도 전망카페 내부
360도 전망카페 내부

360도 전망 카페가 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한 아저씨가 낯이 익다. 말도 멋들어지게 잘한다. 두 분이 여행기자라고 하신다.크로아티아관광청에서 홍보차 아시아 여러나라 기자들을 초청해서 홍보중이란다. 마침 자유시간이라 16층 전망카페에서 사진도 찍고 핫와인도 함께 마셨다. 사진기가 무지 크고 무거워보인다. 나는 똑딱이로 대충 찍는거라 수준이 다르다. 카페에 앉아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사진기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 카메라를 바꿔야 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여행이야기도 나누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자그레브의 석양
자그레브의 석양

전망카페에서 내려와서 각자의 갈 길로 갔다. 나는 원래 가려던 탑 쪽으로 갔다. 낮에 본 분위기와는 다르다. 더 화려해지고 흥겹다. 스톤게이트를 돌아 자그레브광장 크리스마스시장으로 갔다. 핫와인과 소시지 군것질거리들을 사서 집으로 왔다.

스치는 인연이 고마운 하루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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