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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7] 낭만 가득한 해안도시 ‘바다오르간’

발행일시 : 2018-01-05 00:00

검둥이가 계속 맘에 걸린다. 날 바라보던 눈동자가 떠오르고 짠하다. 떠돌이개라니 더 걱정이 된다. 아침에 눈뜨고도 바둑이생각을 먼저 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만났던 형제한테서 연락이 왔다. 두브로브니크 일정을 맞춰보잔다. 반가우면서 걱정이 앞선다. 내 컨디션이 좋으면 밥도 해주고 차도 렌트해서 데리고 다니겠는데 빙판에 넘어진 이후로 컨디션이 안좋다. 경제적으로는 도울 수 있겠지만 함께 다니면 내가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지금 상태로는 함께 하지않는 것이 서로 좋을 듯 싶다. 서로 무사안전여행을 빌어주었다.

아침에 식당에 가니 대만 처자가 혼자 밥을 먹고있다. 함께 앉아서 1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대만 처자는 어제 하루 종일 유람선이나 버스를 안타고 호수 주변을 걸었단다. 바둑이와 같이 걸어서 호텔로 오니 깜깜해졌더란다.

바둑이가 처자랑 산책하느라 찾아도 안보였던거다. 내가 놔둔 소시지와 베이컨을 다 먹었단다. 처자는 바둑이를 위해서 호텔에서 놔둔건줄 알았단다. 떠돌이개라니 처자가 놀란다. 바둑이가 다 먹었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고 기쁘다. 둘이서 함께 실컷 웃었다.

아침 먹고 직원에게 바둑이 주려고 소시지와 베이컨 챙겨도 되냐고 물으니 원하는대로 챙기란다. 음식을 가지고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어제는 못봤었다. 대만 처자가 말해서 보니 부페차림위에 경고가 써져 있다. 어제는 멋도 모르고 챙긴거다. 오늘은 허락 받고 당당히 챙겼다.

소시지와 베이컨을 챙겨서 밖으로 나와서 바둑이를 불러도 안보인다. 어제 소시지 놔둔데 와서 놔두었다. 바둑이가 나타났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맘속 깊은 곳이 뭉클하다.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

체크아웃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수시로 먹을걸 챙겨준단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어느새 옆에 와서 같이 걷는다.

함께 있어주는 검둥이 <함께 있어주는 검둥이>

내게는 백마 탄 왕자만큼 든든하다. 버스탈때까지 날 떠나지않고 지켜준다. 사람보다 더 의리 있는 바둑이가 감동스럽다.

호텔휴게소 동물박제들 <호텔휴게소 동물박제들>

버스는 중간에 호텔휴게소에 서서 20분간 휴식한다. 화장실가다가 깜짝 놀랐다. 곰, 사슴, 멧돼지, 토끼 등 숲속동물들이 모여있다. 박제를 해서 세워둔것들이 실감난다. 기사님이 식사한 후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자다르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가면서 호텔이 성 맞냐고 물어보니 아니라한다. 낚였다. 호텔 이름에 샤또가 붙어서 성인줄 알았다. 기사는 하여간 자다르에서는 제일 좋은 호텔이라고 위로해준다. 전혀 위로가 되지않는다.

샤또호텔에 다녀간 유명인사들 <샤또호텔에 다녀간 유명인사들>

호텔에 도착하니 덩그러니 큰 건물이다. 프랑스 가서 샤또가 뭔지 보고 오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참았다. 헤리티지호텔이라더니 벽에 유명인사들이 다녀간 사인하고 사진이 잔뜩 붙어있다. 호텔분위기는 전혀 헤리티지스럽지않다. 싼값으로 샤또에서 자보려다 망했다.

바다오르간 <바다오르간>

짐을 풀고 바다오르간을 들으러 갔다. 바람과 파도가 만드는 오르간소리가 환상이다. 오늘따라 바람이 세서 소리가 엄청 크다. 자다르에 온 이유가 바다오르간 때문이다. 광장 바닥의 태양전지패널은 거대한 거울이다. 아쉽게도 구름이 잔뜩 껴서 석양을 기대하긴 어렵다.

포럼광장으로 가는 도중에 정겨운 골목길을 지났다. 올드타운 골목 답게 아기자기 예쁘다. 성당과 수도원들도 있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다. 포럼유적을 보니 과거 화려했던 자다르를 짐작할 수가 있다.

자다르공원 산책 <자다르공원 산책>

다섯우물광장에 크리스마스시장이 열렸다.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않다. 다섯 개의 우물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특이하다. 공원 언덕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보았다. 언덕이 낮아서 아쉽다. 공원산책로에 철모르는 꽃이 피어있다. 아드리아해안이라 확실히 덜 춥다.

언덕에서 보는 올드타운 <언덕에서 보는 올드타운>

자다르 올드타운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성안에 있다. 바다문과 육지문이 있다.

바다문(Sea gate) <바다문(Sea gate)>
육지문(land gate) <육지문(land gate)>

바다문은 항구로 연결되어있고 육지문은 육지로 연결되어 있다. 실상 현실은 여기저기 문이 많다. 성벽 따라 걸으면서 보는 경치도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시장 <크리스마스 시장>

자다르의 낮과 밤을 구경하고 저녁 먹고 크리스마스시장에서 핫와인 한잔 마셨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오르간소리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이름만 샤또인 호텔로 돌아왔다. 내 주제에 뭔 샤또에서 하룻밤이겠냐며 주제파악을 했다. 방 벽은 샤또분위기 난다. 돌벽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17] 낭만 가득한 해안도시 ‘바다오르간’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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