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호텔 외관
샤또호텔 외관

짝퉁샤또지만 잘 잤다. 일어나서 욕조에 거품 풀고 혼자 샤또기분냈다. 작은 도시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철 지난 관광지의 여유로움을 느낀 하루였다. 오늘 먼 길을 떠날 예정이다. 6시간이상 버스를 타는 날이다. 순로대로 다니면 좋겠지만 버스노선이 내 계획대로 되지가 않는다.

해뜨기 전 자다르항구
해뜨기 전 자다르항구

해뜨기 전 산책도 하고 바다오르간소리도 듣고 싶어서 나갔다. 바람이 불지않으니 오르간소리가 돌고래울음처럼 들린다. 어디서 소리 나는지 살펴봤다.

오르간 소리나는 구멍
오르간 소리나는 구멍

천재건축가의 숨결이 느껴졌다. 바다오르간광장 건축가는 천재다.

호텔 식당
호텔 식당

짝퉁샤또호텔답게 아침도 그럴듯하게 차려 놓았다. 연어도 있고 하몽도 있어서 과식했다. 즉석에서 짜먹을수 있는 쥬서기와 오렌지가 준비되어 있어서 5개나 짜 먹었다. 목 끝까지 음식이 차오르도록 먹었다.

아침 먹고 체크아웃하고 우버를 불렀다. 유럽에서 우버를 부를 때마다 쉽게 만난 적이 없다. 기사들은 GPS탓을 하기 일쑤다. 오늘 기사는 초보우버기사인지 호텔로 안 오고 버스터미널로 가고 있다.

전화를 해서 내가 호텔에 있다고 하니 뭔 말인지 못 알아 듣는다. 리셉션직원에게 설명해주라고 했다. 시간이 임박했으면 버스 놓칠 상황이다. 리셉션직원하고 둘이 배 잡고 웃었다. 무지한 기사잘못이지만 하루의 시작이라 기분 좋게 20쿠나를 더 줬다. 택시요금이야 신용카드에서 받을 것이지만 왔다 갔다 고생한 것이 안됐다.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가 왔다. 소형버스다. 장거리버스인데 이상하다. 한참 달리더니 휴게소에 선다.

미니버스에서 대형버스로 갈아탐
미니버스에서 대형버스로 갈아탐

버스를 갈아탄다고 한다. 잠시 기다리니 대형버스가 오고 짐도 옮기고 우리도 옮겨 탔다.

옮겨 탄 버스는 자그레브에서 출발해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버스다. 가는 도중에 수시로 미니버스들과 접선해서 사람들을 교환하다. 크로아티아버스체계가 이해된다. 간혹 휴게소에서 10분쉰다. 말로는 10분이라고 해놓고 20분정도 쉰다. 기사맘대로다.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중간에 보스니아를 지나게 된다. 국경에서 감시원이 타더니 여권을 다 거둬간다. 여권에다 스탬프찍고 다시 돌려준다. 여권을 찾을 때 보니 한국 여권이 하나 더 보인다.

수로를 이용한 과수원
수로를 이용한 과수원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해안선도 예쁘지만 끝을 모를 포도밭과 귤 밭 올리브농장들이 묘하게 아름답다. 강 옆으로 수로를 만들어 밭을 만든 광경이 예술이다. 아드리아해의 물빛이 아름답다. 흐린날인데도 아름다움을 숨길 수가 없다. 해 나오면 이태리바다가 울고갈판이다.

드디어 두브로브니크 도착
드디어 두브로브니크 도착

드디어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우버를 불렀다. 기다리다가 한국 청년을 만났다. 25살이란다. 숙소를 정하지않았다길래 일단 같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다. 숙소로 가면서 25살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듣고 놀랐다.

3년간 베를린식당에서 일하고 한국으로 귀국 전에 여행을 하고있는 중이란다. 첫인상은 청년 같더니 자세히 보니 아직 푸릇푸릇 아이얼굴이다. 비 오는데 숙소를 구하러 다닐 생각을 하니 짠하다. 젊어 사서 하는 고생이겠지만 비 오는데 그냥 보낼 수가 없다.

다행히 오늘 숙소가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아파트식이다. 나는 침실에서 자고 거실카우치를 펴서 자라고 했다. 집이 해결되니 배고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청년이 밥을 해주겠단다. 일단 장부터 보자고 나갔다.

배고픈데 비까지 내린다. 장보고 밥하려니 서글프다. 그냥 사 먹자고 했다. 식당을 찾아다니다 아까 광장에서 만났던 소녀를 또 만났다. 청년하고는 스플릿에서 같은 숙소에서 지낸 사이란다. 같이 저녁먹자하니 좋단다.

한식으로 저녁
한식으로 저녁

골목식당가에 한식당이 있다. 반가워서 들어갔다. 소녀는 한식을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단다. 21살 캐나다 퀘벡에서 왔단다. 숙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조그만 차를 렌트 해서 다닌단다. 차에서 잘 생각이란다. 처음 먹어보는 김치를 맛있게 먹는다. 소녀한테 우리 집에서 같이 자자고 했다. 청년도 좋단다. 다행히 둘다 슬리핑백이 있다.

시장을 잔뜩 봐서 집으로 왔다. 전망 좋은 집을 골랐더니 계단이 보너스다. 미로같은 계단길을 올라서 겨우 집을 찾았다. 비까지 쏟아져서 다들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캐나다소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외친다.
More than perfect!
내 기분도 그렇다. 예쁘고 아늑한 집에 아들딸과 함께 있는 기분이다. 옷 갈아입고 나왔더니 요리사 아들이 우리를 위해 와인과 함께 과일을 준비해 놓았다.

핫와인
핫와인

캐나다소녀도 핫와인을 좋아한단다. 나도 완전 좋아한다 했더니 요리사아들이 바로 만들어준다. 시나몬이 빠져서 아쉽지만 완벽하다 셋이서 핫와인과 함께 쉬지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자식보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또다른 세상을 배운다. 맛있는 저녁 먹고 핫와인과 재미있는 대화...
먼 이국에서 멋진 밤을 보냈다. More than perfect!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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