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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여행기]5. 생장 피에르 포르로 이동

발행일시 : 2018-01-09 18:37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5편 - 또 다른 순례의 시작 생장 피에르 포르로 가는 길

쉽게 잊히지 않을 꽁끄를 끝으로 프랑스 GR65 순례길을 모두 마치고 생장 피에르 포르(St Jean Pied de Port)로 이동하는 날이다. 생장 피에르 포르는 피레네산맥 (Great Pyrenees) 기슭에 있는 프랑스 구간의 마지막 마을이면서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의 전통적인 출발지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많은 순례자가 이곳에서 순례를 시작하기 위해 모여든다.

택시를 기다리는 꽁끄의 마을 입구 <택시를 기다리는 꽁끄의 마을 입구>

기차역이 없는 꽁끄에서 생장 피에르 포르를 가기 위해서는 약 44킬로 떨어져 있는 피쟈크(Figeac)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꽁끄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 안쪽으로는 차량 진입이 전면 금지되어있다. 차를 이용하려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큰 도로까지 걸어가야 한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마을 입구로 가는 길은 어제와는 반대로 내리막이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구간도 있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내려와야 한다. 꽁끄의 아침은 생장 피에르 포르로 가는 험한 여정의 서막을 열어준 셈이다.

피자크의 건축물 <피자크의 건축물>
피자크의 건축물 <피자크의 건축물>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피자크의 풍광 역시 범상치 않아 보였다. 기차 시간까지는 4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문제는 무거운 배낭이었다. 관광 사무소(Tourism Office)에 배낭을 맡겨 보라는 택시 기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무조건 관광 사무소 앞에서 내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관광 사무소에 들어선 순간 직원들의 친절함에 이미 초조함은 희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엄청난 짐을 맡아 준 덕분에 홀가분하게 피쟈크 도심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었다. 큰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넉넉한 인심이다. 아마도 순례자들에게 베푸는 후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피자크의 관광 사무소 내부와 외부 전경 <피자크의 관광 사무소 내부와 외부 전경>
피자크의 관광 사무소 내부와 외부 전경 <피자크의 관광 사무소 내부와 외부 전경>

프랑스의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피자크는 예술과 역사의 도시(Villes et Pays d' art et d' histoire)로 지정되어있다. 중세 시대의 분위기가 잘 보존된 크고 작은 골목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2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는 건축과 귀중한 문화유산을 모든 거리 구석구석에서 만끽할 수 있다.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의 아름다운 주택>

피자크 출신 중 최고로 꼽는 사람은 이집트 학자로 상형문자를 해독한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Jean François Champollion])이다. 1986년에 피쟈크시는 그가 탄생 한 집을 박물관 샹폴리옹(Musée Champollion)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알랭 모아티(Alain D. Moatti)가 설계한 박물관은 건축적인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물관에서는 수천 년 전에 세계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글이 만들어지고 사용했는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피자크의 거리 풍경 <피자크의 거리 풍경>
피자크의 거리 풍경 <피자크의 거리 풍경>
피자크의 거리 풍경 <피자크의 거리 풍경>

볼거리가 많은 피쟈크에서의 4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건너 언덕에 있는 피쟈크 역은 기차역보다는 박물관에 가깝다. 첫 번째 기차는 12시 4분이다. 다음 역 툴루즈 마타뷰(Toulouse Matabiau)까지는 약 2시간 20분. 이곳에서 바용(Bayonne)으로 가는 두 번째 기차로 갈아타면 4시간 30분이 더 걸린다. 한국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하는 순례자들은 대부분 바용 역에서 기차를 이용해 생장 피에르 포르까지 간 후 800킬로를 걷는다.

피자크 성당 <피자크 성당>
[산티아고 여행기]5. 생장 피에르 포르로 이동

바용 역은 순례자들로 어수선했다. 이곳에서 갈아타는 기차는 지정석이 없어, 민첩하게 움직여야 운 좋게 한 자리라도 잡을 수 있다. 생장 피에르 포르로 가는 세 번째 기차는 약 1시간 정도로 가장 짧았다. 이동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기차에서 내린 순례자들은 마치 구름 떼처럼 마을로 이동한다. 길을 몰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을 한가운데에 도착하게 된다.

작고 아름다운 생장 피에르 포르 역 <작고 아름다운 생장 피에르 포르 역>
생장 피에르 포르의 구시가지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의 구시가지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의 구시가지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의 구시가지 풍경>

니베(Nive) 강이 흐르는 생장 피에르 포르는 바스크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바스크 (Basque) 지방은 피레네산맥을 중심에 두고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는 양쪽 지역을 말한다. 바스크 지방의 문화유산, 음식, 축제, 전통적인 건축양식은 유럽 속의 또 다른 유럽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 명소로 잘 보존되어 있다. 바스크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색다른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기대와 흥분으로 불편하고 지루했던 교통편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장 피에르 거리풍경 <생장 피에르 거리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의 대표적인 알베르게 <생장 피에르 포르의 대표적인 알베르게>
바스크 지방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바스크 지방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생장 피에르 포르의 거리는 온통 순례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다. 생장 피에르 포르는 피레네산맥을 넘어 25킬로 떨어진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으로 순례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마을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이 루트에서는 물과 식량을 구하기 어렵고 마땅히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간단한 행동식은 물론, 피레네산맥을 오르기 전에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마을이다.

야고보의 문(Porte de Saint-Jacque) <야고보의 문(Porte de Saint-Jacque)>
프랑스 문(Porte de France) <프랑스 문(Porte de France)>
노트르담 뒤퐁 성당 (Notre-Dame-du-Bout-du-Pont)과 노트르담 문 <노트르담 뒤퐁 성당 (Notre-Dame-du-Bout-du-Pont)과 노트르담 문>

생장 피에르 포르 구시가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구시가지로 통하는 여러 개의 문 중에서 야고보의 문(Porte de Saint-Jacque)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전통적인 출입구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야고보의 문을 통해 구시가지의 중심부를 이루는 시타델르 가(Rue de la Citadelle)의 언덕을 오르면 길 양쪽으로 알베르게, 상점, 카페가 펼쳐진 거리는 바스크 지방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생장 피에르 포르는 지금까지 방문한 중세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이색적인 풍광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신비로운 풍경은 초조함과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생장 피에르 포르 거리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 거리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 거리 풍경 <생장 피에르 포르 거리 풍경>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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