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할 때 3박동안 머물거라 까다롭게 방을 골랐다. 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 방이라 머무는 동안 행복해야한다. 까다롭게 굴어서 미안하다. 미국인처럼 굴었으니 팁으로 떼우는 것이 정답이다.

벽만 헤리티지라 실망했지만 방을 둘러보니 제법 고급스럽게 꾸며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이태리작가작품이라고 한때 비싸게 팔리던 의자가 놓여있다. 진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묵직하니 느낌이 좋다. 헤리티지와는 절대 안 어울리는 모던스타일이다.

자꾸지에 물을 받아서 거품욕을 한 것까지는 좋은데 물 빼는 방법을 도통 알수가 없다. 그냥 놔두었다. 나중에 프론트에 물어봐야겠다. 아침은 평범한 정도다. 과일을 카르파치오처럼 얇게 썰어 놓았다.

체크인 때 까다롭게 군것이 미안해서 필로우팁을 넉넉히 놓았다. 유럽에서는 팁을 놓지않아도 되는데 스플릿은 크로아시아 최대 관광지다. 호텔을 나서려고하니 프론트직원이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브리치섬에 갔다올거라고 최대한 다정하게 답해줬다.

페리타고 브라치 수페타르로
페리타고 브라치 수페타르로

항구로 와서 플랫폼을 확인하고 배에 올랐다. 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선박이다. 선실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배는 출발하고 스플릿이 눈에서 점점 멀어진다. 스플릿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목적지
오늘의 목적지

브라치섬 수페타르에 도착했다. 브라치섬에 온 가장 큰 이유는 골든 케이프를 보기위함이다. 볼로 가야한다. 택시들이 줄 서 있다. 렌터카 사무실을 찾는데 안보인다. 겨우 하나를 찾았는데 비수기 평일이라 문을 닫은 듯싶다. 국제면허증하고 다 챙겨왔는데 허무하다.

택시기사들도 호객행위를 하지않는다. 분위기 묘하다. 그냥 버스를 탔다.

볼로가는 버스 안에서
볼로가는 버스 안에서

버스는 45분정도 달려 볼에 도착했다.

볼 도착
볼 도착

볼에 도착한 순간 바다 물빛에 반했다. 아드리아해의 진수를 보는 기분이다.

골든 케이프까지 걸어갈까 하는 순간 운명처럼 택시가 온다. 멀지않은 거리지만 그냥 탔다. 브라치섬에서의 시간이 아깝다.

골든케이프에서
골든케이프에서

골든케이프에 내려서 해변으로 갔다. 여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 하다. 세계 10대 비치에 든단다. 하늘에서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택시타고 수페타르로 돌아가는 길
택시타고 수페타르로 돌아가는 길

다시 택시를 타고 수페타르로 돌아왔다. 브라치중산간에 오니 석재유적지가 펼쳐진다. 롱롱타임어고우에 큰 도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사한테 물어보니 그렇다는데 정확하게 의사전달이 된 건지 모를 일이다. 다음에 제대로 찾아봐야겠다.

수페타르에 오니 페리시간이 남았다. 택시를 탔더니 시간을 벌었다.

수페타르 골목
수페타르 골목

시내구석구석을 돌았다. 제대로 보니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석재를 쪼개어서 만든 집들이 아름답다.

석재지붕
석재지붕

지붕도 쪼갠 석재를 이어서 만들었다. 이태리 알베로벨로의 지붕이 생각났다.

앞장서는 동네개
앞장서는 동네개

크로아티아에 와서 처음으로 살고 싶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계절에 남편과 와서 시장 봐서 구워먹고 쪄 먹고 등산하고 걸어 다니고 싶은 곳이다. 동네는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난다. 동네 구석마다 렌탈아파트들이 있다. 크로아티아라기보단 시실리섬같은 분위기다. 올리브와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산위마을도 정겹다. 무엇보다 단체관광객이 몰리지않는 곳이라 좋다.

페리를 타고 스플릿으로 다시 돌아왔다. 구름이 잔뜩 껴서 석양이 별로일것 같다.

아드리아해의 석양
아드리아해의 석양

스플릿성을 바깥쪽으로 한바퀴 돌고 해안으로 나가니 석양이 장관이다. 서쪽 하늘이 타는듯 붉다.

벨타워 올라가는 계단
벨타워 올라가는 계단

석양을 보고 벨타워로 갔다. 올라가는 계단이 예사롭지않다. 밖으로 칼럼이 오픈 되어 있어서 바람에 날아갈 듯 무섭다.

벨타워에서 내려보는 스플릿
벨타워에서 내려보는 스플릿

벨타워 꼭대기에서 보는 전망은 모든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스플릿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미사 시간이 6시라 시간이 남는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느낌 좋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필레미뇽과 시금치요리를 시켰다. 지난번 생고기 먹었던 악몽때문에 웰던으로 시켰다. 팍팍하게 구웠지만 맛은 좋다.

미사 시간이 되어서 성도미니우스성당으로 갔다. 관광객들은 못 들어오게 철통수비를 한다. 벨타워에서 내려와서 미사에 올거라고 눈인사해놓기 잘했다. 겨우 들어갔다.

원형성당이라 내부는 크지않지만 장식만큼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미사는 오르간도 없이 진행한다. 성당안 울림이 워낙 좋아서 반주없는 할렐루야 노래가 경건함을 더한다. 미사는 30분동안 진행한다. 뜻 깊은 곳의 미사에 참여해서 뿌듯하다.

겨울왕국 크로아티아버전
겨울왕국 크로아티아버전

공원으로 가니 노천공연장에서 엘사복장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 애기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 애들 어릴 때 데리고 여행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가 너무 그립다.

호텔로 돌아왔다. 리셉션 직원이 바뀌었다. 하루가 어땠냐고 묻는다. 브라치섬에 갔다 온 이야기해주는데 시선은 왔다갔다 바쁘다. 예의상 한 인사에 내가 말이 길었다.

방으로 와서 침대로 뛰어들었다. 스펙타클한 하루였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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