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비디오 테이프의 추억 (하).

발행일시 : 2018-01-16 00:00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비디오 테이프의 추억 (하).

가정용 비디오 시장은 베타맥스 방식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VHS가 천하 통일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들 VTR이라고 줄여서 쓰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좀 차이가 있다.

VTR? VCR? VTP?
VTR 이란 용어는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릴테이프 방식의 Video Tape Recorder 에서 유래되었다. 가정용 비디오 재생 기기는 소형 카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VCR(Video Cassette Recorder)이라 하였으나,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는 VCR이 아닌 VTR로 정착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비디오 방이나 여관 등에서는 비디오에는 TV 튜너나 녹화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에 튜너와 녹화 기능을 없애고 제작 단가를 낮춘 재생 전용 기기도 출시 되었는데, 당시 제품 광고가 "재생 전용 VTR"이었다. VTR의 R이 Record 약자이므로 “재생 전용 비디오 테이프 녹화기”가 된 것이다. 정확히 하자면 VTP(Video Tape Player) 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복사방지 기술- 매크로 비전
가정에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영화 제작사는 영화를 비디오에 담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정용 비디오 시장은 크게 성장을 했는데, 영화 제작사의 가장 큰 고민은 불법 복제되어 유통되는 영화를 막는 것이었다. 누구나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VTR 두대만 있으면 연결하여 쉽게 영화를 복사할 수 있고, VTR을 여러 대를 연결하면 한꺼번에 여러 개의 영화 복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출에 타격이 컸다.

영화사들은 불법복제를 막기위하여 본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경고 영상을 싣기도 했는데 "이 비디오 테이프를 불법 복제하면 원본 테이프도 손상 갈 수 있습니다"란 말도 안되는 경고문을 싣기도 했다. 출력된 영상을 녹화한다고 원본 테이프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이는 "영화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면 배우들이 놀랄 수 있다"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다.

영화사의 복제 방지 경고문들 <영화사의 복제 방지 경고문들>

영화 제작사들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미국의 "매크로 비전"社는 비디오 복사 방지 기술을 개발한다. 재생 대역폭과 녹화 대역폭을 다르게 조절하여 원본을 재생하여 시청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복제할 경우 원본 대역폭의 일부는 복사되지 않기 때문에, 복사본을 재생하면 영상의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화면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를 반복하는 등 정상적인 시청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 삼성과 LG에서 매크로비전 기술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제작하는 모든 DVD와 VHS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VTR 제작사에서는 굳이 로열티를 내면서 해당 기술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매크로비전에서는 삼성과 LG에게 해당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였지만 아마도 영화사에서 보전을 받았을 것이다.

복사방지장치 내장 기사 &#8211;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복사방지장치 내장 기사 &#8211; 매일경제,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LG와 삼성이 매크로 비전 기술을 적용하면서 비디오테이프를 복제해서 모으는 매니아들은, 매크로비전 기술이 적용되기 전 제작된 구형 VTR을 고가에 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NTSC, PAL, SECAM 방식
공중파와 TV는 NTSC(National Television System Committee), PAL(Phase Alternate Line), SECAM(Systems Equential Couleur A Memoire) 등의 방식이 있다. 마찬가지로 VTR도 동일한 방식으로 녹화된 테이프만 재생할 수 있다.

NTSC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되는 비디오 테이프는 우리나라 VTR에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재생이 가능하다. PAL은 중국과 아시아(한국 일본 제외), 유럽, 독일 등에서 사용된다. 동남아에 여행을 갔다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영화가 있어서 하나 사왔는데 재생이 되지 않아서 속아서 불량품을 샀나 했는데, 알고 보니 방식이 다른 것이었다. SECAM은 소련과 프랑스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날로그 TV 방송 때에 이러한 방송 방식을 통일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기존의 장비와 각 국가의 의견이 달라서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는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 지금도 미국식과 유럽식 두개의 방식으로 나뉘어 있고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하여 일부 VTR 제작사들은 가장 많이 쓰이는 NTSC와 PAL 방식의 테이프를 모두 재생할 수 있고, 두 방식의 TV로 출력할 수 있는 멀티 시스템 VTR을 출시하기도 했다.

NTSC방식과 PAL방식 모두 재생 가능한 Sony사의 Full Multi System, NICAM. 재생 방식과 출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NTSC방식과 PAL방식 모두 재생 가능한 Sony사의 Full Multi System, NICAM. 재생 방식과 출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VTR 시장의 변화
VTR에서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선보였다. 처음에 2해드로 시작하여 7해드까지, 비디오 테이프를 기기 위에서 넣는 탑로딩 방식에서 전면부에서 밀어 넣는 프론트로딩 방식으로, 모노 사운드에서 스테레오 기능과 음성 다중 기능, 기계식 튜너에서 디지털 튜너로, 자동 화면 조정 기능과 자동 헤드 크리닝 기능, 화질을 개선한 Super VHS,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기능, 빠르게 영화를 볼 수 있는 2배속 재생 기능, 앞뒤로 빠르고 편하게 검색할 수 있는 고속 검색 기능과 조크 셔틀기능, 구분 동작 및 정지화면 기능, 다양한 예약 녹화 기능, 구간 반복 재생 기능과 하나의 기기에 DVD와 VHS가 있는 콤보까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DVD로 넘어가면서 스테레오가 아닌 5.1 채널 이상을 지원하였고, 자막과 음성 다중은 2개 국어만 지원되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만큼의 언어를 넣을 수 있고, 감독과 배우의 설명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앵글로 재생이 가능한 멀티 앵글 기술, 영상 방식을 4:3 과 16:9 중에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기능 등은 사실상 VHS에서는 구현하기 불가능한 기술들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비디오 시장의 침몰, 결국 트렌드의 변화
2000년 초 까지만 해도, 비디오 대여점이 동네에 몇 개씩 있었고, 블록버스터 급 영화가 출시되면 비디오 대여점마다 10~20개씩 구매를 해서 대여를 했다. 터미네이터2의 경우 2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이를 상편 하편 두개의 비디오로 출시해 대여료를 두배를 받아도 테이프가 없어서 대여를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LD(Laser Disk), Video CD, DVD, 블루레이 디스크 등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면서 화질과 음질에서 태생적으로 열악한 방식인 VHS 방식은 점차 사양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케이블TV의 양방향 VOD 서비스와 인터넷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영화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비디오 대여 시장은 급격히 사양길로 접어든다. 비디오대여점의 경우 부가 수익으로 서적을 대여하였는데, 어느 순간 비디오 테이프보다 서적 대여가 더 많은 수익이 생기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는 서적 대여가 늘어난 것이 아니고 비디오 테이프 대여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늘어났으나, 보다 편리한 방식으로 영화를 보려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VHS에서 DVD로, 다시 PC로 옮겨가고, 이동 기기인 노트북과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로 옮겨갔다가, 이제는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갔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다.

앞으로 영화를 보는 방법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아마도 VR 처럼 얼굴에 쓰는 방식으로 대화면으로 보거나, 구글 글라스처럼 안경처럼 착용하고 다니면서 망막에 투여 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골전도 이어폰처럼 아예 시신경 망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한때는 최첨단 제품이었고, 한 달치 월급을 주어야 했던 고가의 VTR. 이제는 더 이상 VTR 기기는 제작도 판매도 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VHS 테이프를 재생하려면 변환 업체를 통하여 DVD나 컴퓨터 파일로 변환해야한다. 전자제품 시장의 기술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 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요리, 음료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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