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l이라는 단어는 ‘껍질 등을 벗기다’라는 뜻이라서 행여 잔혹한 상상을 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눈꺼풀을 닫아 눈을 감지 않고 눈을 부릅뜬다는(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지켜본다는) 뜻이다. 사실 peel은 고어인 pill에서 왔고,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plunder(약탈하다)’는 뜻의 라틴어 pilare(털을 뽑다)에서 비롯되었다. 이 라틴어가 pluck(털을 뽑다)는 영어단어의 어근이기도 하다. 17세기경부터 pill은 peel로 스펠링이 바뀌면서 ‘껍질 등을 벗기다’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부터 ‘눈꺼풀을 없애 버린다’는 뜻이 되면서 ‘눈 똑바로 뜨고 살피다’로 발전했다.

Keep your eyes peeled는 바짝 긴장하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로 1820년 로버트 필 경(Sir Robert Peel)경이 처음으로 영국에 경찰 조직을 만들면서 생겨났다. 사람들이 Peel경의 부하들이라서 경찰들을 Peeler라고 부르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을 부르는 다른 말로 Robert의 애칭인Bobby도 같이 생겨나서 로버트 경의 ‘똘마니들’을 ‘Bobbies 보비들’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peelers는 사라지고, 현재 영국 경찰의 애칭으로는 Bobby만 남아 있다. 이 Bobby라는 영국 경찰의 애칭은 많이 들어보았으리라 본다. 경찰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범죄에 대비해 주위를 살펴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필 경(Sir Peel)의 부하들이 하는 짓이라서 Peeled이기도 한, 그런 재미있는 유래가 이 표현에 담겨 있다.

미국에서는 ‘가죽을 벗기다’라는 뜻의 skin동사를 사용한, keep your eyes skinned도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skinned란 표현은 수그러들고 지금은 peeled를 더 많이 쓴다. 미국에서는 1853년 세인트 루이스 시의 데일리 모닝 헤럴드 지(Daily Morning Herald)에, “Young man! Keep your eye peeled when you are after the women.(젊은이들이요, 여자들을 쫓아다닐 때에는 눈을 똑바로 뜨고 살피시오!)”라는 표현이 사용된 기록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버전이다.

이 표현을 사용할 때에는 뒤에 전치사 for를 붙여서, 그거 조심해, 조심해서 살펴, 그런 의미로 쓰인다. 소매치기 많으니까 눈 똑바로 뜨고 살펴, 라고 말할 때 쓰인다. Keep your eyes peeled for pickpockets!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된다. 아이들한테 부모가 무언가 경고를 할 때에는 많이 사용하는데, peel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좀 오싹하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도 지방 사람들이 서울의 인심을 걱정하며 눈뜨고 코 베이는 곳이라는 과장법을 쓰곤 했는데, 문자 그대로 코 베이는 일은 없지 않는가. 수사 혹은 은유적 표현 (figure of speech)은 그냥 수사 혹은 은유적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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