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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여행기]7. 팜프로나까지 40.5Km를 가다

발행일시 : 2018-01-25 09:52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7편 -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팜플로나

부르게떼(Burguet)의 아침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온 비로 인해 젖은 등산화와 옷가지가 채 마르기도 전에 오늘의 목적지 라라소냐(Larrasona)를 향해 출발해야 한다. 프랑스부터 시작한 순례길 중 가장 긴 25, 5Km를 걷는 날이다. 순례길은 비가 온다고 멈출 수는 없다. 이미 예약해 놓은 기차와 숙소 등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바로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어제보다는 빗방울도 약하고 그리 높지 않은 고도와 초원을 걷는 일정이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부르게떼의 집 <부르게떼의 집>
부르게떼의 건축물 <부르게떼의 건축물>

부르게떼를 출발해서 약 3.5킬로 지점에 있는 비스카렛(Viscarret)의 카페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순례길은 초원이나 숲속을 걸어가기 때문에 마땅히 쉬어갈 곳이 없다. 길을 걸어가다 카페나 바를 보면 무조건 휴식을 하는 것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여유라는 단어는 배낭 깊숙이 넣어두고 서둘러서 목적지까지 가게 된다. 비스카렛의 바는 순례자들로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순례자들의 일정은 빨리 먹고 바쁘게 출발해서 조금만 기다리면 자리가 난다. 자리가 없다 싶으면 먼저 온 순례자가 슬그머니 자리를 내어준다.

부르게떼의 중심 도로 <부르게떼의 중심 도로>
부르게떼의 집 <부르게떼의 집>

순례길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마주치게 된다. 순례길을 걷는 모습만 봐도 어디서 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 동양인은 땅만 보고 걸어가지만, 유럽에서 온 순례자들은 여유가 넘친다. 눈인사는 물론, 부엔 까미노(Buen Camino)를 외치며 용기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엔 까미노는 좋은 길이란 의미로 순례자들을 만나면 건네는 인사말이다. 순례하는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적어도 순례자 사이에서는 배려와 나눔에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또한 길이 주는 선물이다.

부르게떼의 바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 (Iglesia de San Nicol&#225;s de Bari) <부르게떼의 바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 (Iglesia de San Nicol&#225;s de Bari)>
부르게떼의 바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 (Iglesia de San Nicol&#225;s de Bari) <부르게떼의 바리의 성 니콜라스 성당 (Iglesia de San Nicol&#225;s de Bari)>

온종일 내리던 비가 점차 잦아들고 있을 무렵 라라소냐(Larrasona)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유일한 숙소는 가정집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자랑하는 일명 도적들의 다리로 알려진 시글로 14세의 다리(Puente del Siglo XIV)와 바리의 산 니콜라스 교구 성당 (Iglesia Parrroquial San Nicolás de Bari)을 둘러본 후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식당에서 순례자 코스를 주문했다. 애피타이저(Appetizer)는 그린 샐러드, 주요리는 생선과 고기 중 고를 수 있다. 와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적포도주 한 병을 갖다 준다. 신선하게 보이는 샐러드는 소금 범벅이었다. 주요리로 나온 절인 대구요리 역시 짠 면에서는 샐러드에 밀리지 않았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는 짜지 않아 오늘의 순례자 메뉴 중 최고였다. 먹고 난 뒤에야 왜 사과를 통째로 주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라라소냐로 가는 길 <라라소냐로 가는 길>
라라소냐로 가는 길 <라라소냐로 가는 길>

숙소에서의 아침 식사는 마른 빵과 몇 조각의 치즈와 햄이 전부였다. 프랑스의 푸짐한 빵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의아한 것은 피레네산맥을 넘었을 뿐인데 프랑스와 스페인의 빵 맛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아침 식사는 우리 일행과 캐나다에서 온 노부부가 함께했다. 노부부는 전날 알베르그에서 20명의 순례자와 한 방을 사용한 에피소드를 부실한 아침 대신 우리들의 아침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걷고 있었다. 왜냐하면, 반대로 걷다 보면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기 때문이다. 부부의 아들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 작은 인연 하나가 라라소냐의 춥고 부실했던 아침을 온기로 가득한 식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시글로 14세의 다리 (Puente del Siglo XIV) <시글로 14세의 다리 (Puente del Siglo XIV)>
바리의 산 니콜라스 교구 성당 (Iglesia Parrroquial San Nicol&#225;s de Bari) <바리의 산 니콜라스 교구 성당 (Iglesia Parrroquial San Nicol&#225;s de Bari)>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 800Km 중에서 필수 순례지를 꼽는다면 팜플로나(Pamplona), 부르고스(Burgos), 레온(Leon) 그리고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Santiago)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 도시들은 대부분 다 과거 왕국의 수도였으며 현재는 각 주의 주도이다. 그중 첫 번째 도시 팜플로나로 향하는 날이다. 팜플로나로 가는 길은 스페인에서 순례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맑게 갠 최고의 날씨였다. 라라소냐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팜플로나로 가는 길은 초반에 아께레타(Akerreta) 언덕까지 약 500m만 오르면 트리니다드 데 아레(Trinidad de Arre)까지는 숲길과 강변 산책길로 이어지는 비교적 여유로운 길이다.

트리니다드 데 아레로 가는 길 <트리니다드 데 아레로 가는 길>
트리니다드 다리 <트리니다드 다리>
트리니다드 데 아레 거리 풍경 <트리니다드 데 아레 거리 풍경>

트리니다드 데 아레는 팜플로나에 인접해 있는 지역으로 순례길에서 트리니다드 다리(Puente de la Trinidad)를 건너간다. 팜플로나 역시 16세기경 아라가(Arga) 강 위에 세운 막달레나 다리(Puente de la Magdalena)를 지나 도시로 들어간다. 비슷한 다리를 지나가는 여정이라 많은 순례자가 트리니닷 데 아레를 팜를로나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팜플로나까지는 아직 5.5Km를 더 걸어야 한다. 트리니다드 데 아레를 지나는 길에 규모가 상당히 큰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쌀을 찾아보았다. 리소토(Risotto), 볶음밥 등 여러 종류의 쌀 가운데 한국 쌀과 가장 비슷한 일본에서 수입한 초밥 쌀을 발견했다. 마침 한식이 그리웠던 터라 마치 금광에서 금이라도 캔 듯 뛸 듯이 기뻐했던 그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트리니다드 다리에서 바라다본 트리니다드 데 아레 마을 전경 <트리니다드 다리에서 바라다본 트리니다드 데 아레 마을 전경>
트리니다드 입구에 지쳐서 쓰러져 있는 순례자들의 모습 <트리니다드 입구에 지쳐서 쓰러져 있는 순례자들의 모습>

팜플로나는 스페인 국경을 넘어 론세바예스, 부르게떼, 라라소냐까지 그동안 지나온 마을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련된 감각의 도시였다. 스페인과 이슬람의 문화가 교차하여 온 도시 팜플로나는 스페인 북동부 나바라(Navarra) 주의 주도이며 나바라 지방의 중심도시이다. 침략이 많았던 지역으로 별 모양의 성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성 주변에 있는 라 부엘따 델가스띠요(La Vuelta del Castillo) 공원을 통과해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도시의 윤택함이 느껴진다. 중세의 도시 팜플로나는 성벽으로 둘러 싸여있는 구시가지와 프린쎄퍼 데 비아나(Principe de Viana)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신시가지로 구분되어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고 있었다.

빰쁠로나로 들어가는 막달레나 다리 <빰쁠로나로 들어가는 막달레나 다리 >
라 부엘따 델가스띠요 공원 <라 부엘따 델가스띠요 공원>

팜플로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오랫동안 머물면서 글을 쓴 곳이다. 도시 곳곳에는 헤밍웨이를 떠오르게 하는 수많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7월의 축제로 널리 알려진 산 페르민(San Fermín)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저서 중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를 통해 오늘날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13세기경부터 시작된 축제는 3세기 무렵 기독교 포교 활동을 하다 순교한 산 페르민(San Fetmines)을 기념하는 행사로 매년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팜플로나의 거리 풍경 <팜플로나의 거리 풍경>
팜플로나의 거리 풍경 <팜플로나의 거리 풍경>

산 페르민 축제의 최고 볼거리는 광란의 소몰이로 알려진 엔시에로(Encierro)이다. 축제 기간 동안 투우 경기에 쓰일 소 떼를 좁은 골목에 풀어놓고 수천 명의 참가자가 소들과 뒤엉켜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사육장에서 투우장까지 800m가 넘는 거리를 전력으로 달리며 전율을 만끽하는 전통적인 행사이다. 스페인은 축제의 나라이며 다양한 축제와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다. 팜플로나 역시 산 페르민 축제 기간에 팜플로나 시민 20만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약 100만 명 정도 참가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축제는 7월에 열려 참가할 수는 없었지만 고된 순례길에서 잠시 가던 길 멈추고 한 박자 여유를 갖게 된 도시였다

팜플로나의 개성 있는 상점들 <팜플로나의 개성 있는 상점들>
팜플로나의 주택가 <팜플로나의 주택가>

소몰이 축제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팜플로나를 대표하는 음식 핀쵸(Pinchos)다. 스페인어로 꼬치라는 뜻의 핀쵸는 작은 빵이나 바게트 위에 고기나 해산물 등 각종 재료를 소스와 함께 얹고 꼬챙이로 끼운 음식이다. 스페인 음식 중 우리에게도 익숙한 타파스와 비슷하지만 빵 위에 얹어주는 면에서 조금 다르다. 우연히 숙소 옆 건물이 핀쵸로는 팜플로나에서 최고라는 ‘가우쵸’(Gaucho) 바가 있어 자연스럽게 맛볼 수 있었다.

팜플로나의 상점들 <팜플로나의 상점들 >
핀쵸로 유명한 식당 <핀쵸로 유명한 식당>
카페 이루냐 <카페 이루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팜플로나의 심장 카스티요(Castillo) 광장에는 많은 노천카페가 모여있다. 그중에서도 1888년에 문을 열었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이루냐’(Café Iruña)는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커피를 마셨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의 소설에도 등장한 ‘카페 이루냐’는 바스크어로 팜플로나를 뜻한다. 소문난 카페답게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카페 이루냐’를 찾는 이유는 오랜 세월을 품어온 이야기의 주인공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느끼고 싶어서인 것 같았다. 나 역시 카페 이루냐에 들어가 위대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추억하며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 한 잔으로 순례길의 의미와 감동을 생각하며 스페인 영웅 엘시드의 고향 부르고스(Burgos)로 출발했다.

카페 이루냐에서 바라다본 까스띠요 광장 <카페 이루냐에서 바라다본 까스띠요 광장>
팜플로나 까스띠요 광장의 노천카페 <팜플로나 까스띠요 광장의 노천카페>
팜플로나 역 <팜플로나 역>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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