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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6] 사라예보의 역사 속으로

발행일시 : 2018-01-26 00:00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이유도 없이 갑자기 멀어진 기분은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해봤을거다.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당한 경험도 누구나 아픈 기억으로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제까지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내 눈앞에서 가족을 죽인다면 어떤 기분일까?같이 놀던 친구가 죽고 굶주리고 하루하루가 불안한 삶이라면 어쩔까? 이든은 한마디로 패닉이라고 답했다. 6살 아이가 겪은 전쟁에 대한 느낌이다.

호텔에서 보는 눈 내린 새벽풍경 <호텔에서 보는 눈 내린 새벽풍경>

새벽에 눈을 뜨니 눈이 내리고 있다. 눈을 보니 맘이 더 추워져서 사우나를 했다. 아침 먹고 리셉션에 내일 항공 티켓을 프린트해달라고 했더니 비즈니스라운지를 알려준다. 크지않은 규모의 레지던스호텔인데 갖출 것은 다 갖췄다.

미사 시간에 맞춰서 정교회로 갔다. 촛불을 켜고 미사에 들어갔다. 다들 서서 미사를 본다. 정교미사는 성당미사보다 더 엄숙하다. 1시간이 넘었는데도 끝나지가 않는다. 서서 있으려니 다리가 아파서 나왔다.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사람은 어떤 종교에도 빠지지못하는 법이다.

카라반사랄이였던 타슬리한 <카라반사랄이였던 타슬리한>

오늘은 어제 못본 부분을 돌아보려고 카라반사라이였던 타슬리한으로 갔다. 사라예보란 이름이 사라이에서 유래했다.

베지스탄 내부 <베지스탄 내부>

타슬리한은 거의 파손되고 베지스탄부분이 남아있다. 베지스탄안은 이스탄불 바자르에 온듯한 분위기다.

라틴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라틴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라틴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갔다. 어제는 강북을 돌아보느라 강남은 거의 못봤다.

전통 뮤직카페 <전통 뮤직카페>

공원 가운데 전통 음악카페가 파빌리온이 있다. 노래소리가 흘러나온다.

호텔로 사용중인 하맘 <호텔로 사용중인 하맘>

하맘이 있어서 들어가서 할수있냐고 물어봤다. 오늘은 남자만 하는 날이란다. 여자는 내일 오후2시부터 가능하단다. 터키하고 같은 식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날이 추우니 하맘의 뜨끈한 아랫목이 그립다. 5백년되었다는 하맘건물은 이제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하맘을 호텔로 개조한 줄 알았으면 하맘에서 잘 걸 그랬다.

황제의 모스크 <황제의 모스크>

황제의 모스크를 지나서 성안토니성당으로 갔다.

성안토니성당 <성안토니성당>

성프란체스코수도원과 붙어있다. 들어갈까 하다가 관뒀다. 우울해서 의욕을 잃었다. 성안토니성당앞에 맥주박물관이 있다.

강남도 대충 다보고 다시 올드타운으로 갔다. 유명한 뷰렉집으로 갔다. 배는 안 고픈데 지나는 길이라 먹었다. 예전에 그리스에서 먹어본건데도 몰랐다. 치즈와 시금치든것을 주문해서 반을 남겼다. 맛은 있는데 배가 부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6] 사라예보의 역사 속으로

110795갤러리로 갔다. 오디오가이드까지 해서 입장료가 15마르크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6] 사라예보의 역사 속으로

뜻 깊은 갤러리라 다소 비싼 느낌이긴 하지만 아깝지는 않다. 손님없이 썰렁하다. 전쟁 중 사망자사진들이 벽에 붙어있다. 아이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죽었다.

당시 전쟁과 관련된 사진들이 붙어있고 각 사진들마다 설명이 길다. 사체를 수급해서 DNA판독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클린턴대통령이 방문한 내용도 나온다. 대형스크린에는 당시 상황을 찍은 것이 상영되고 있다.

솔직히 다른 대학살사건과 크게 다른점을 모르겠다. 아르메니아대학살도 봤고 유태인수용소도 봤다. 전쟁 지역을 갈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사진과 자료들을 숱하게 봐왔다. 우리만 해도 일본식민지시절과 6.25전쟁을 겪었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우울한 사진들을 보다 보니 슬프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갤러리에서 나오는데 어제 함께 투어했던 네덜란드 두 남자가 들어온다. 나이든 남자가 반가워하며 나를 껴안고 좋아한다. 덕분에 우울한 기분이 좀 나아진다.

마침 대성당 미사중이라 미사에 들어갔다. 영어로 미사중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리스도의 우정을 기억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라 등등이다. 모든 종교가 사랑하고 용서하라는데 왜 인간들은 종교때문에 전쟁을 저질렀는지 다시 화가 난다.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 덕분에 사라예보는 조화롭게 살고있다. 좁은 올드타운에 성당 정교회 모스크 유대교회당들이 공존하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지않은 결과를 잘 아는 덕분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자꾸 우울해진다.

트램타고 <트램타고>

사라예보는 산들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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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턱이나 꼭대기까지 예쁜 집들이 들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그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 트램을 타고 시내 구경을 했다.

시내를 벗어나서 다시 트램을 갈아타고 돌아왔다. 트램티켓은 기사한테서 산다. 수시로 검표원이 올라와서 표 확인을 한다. 탁악시간까지 자세히 본다.

시티센터 <시티센터>

시티센터로 가서 쥬스 한 잔 마시고 할리데이마켓으로 갔다.

할리데이마켓 <할리데이마켓>

사라예보에서는 크리스마스마켓은 없고 할리데이마켓이 있다. 아이스링크도 있고 놀이기구들이 있어서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니 예쁘다.

체바피식당으로 갔다. 테이크아웃으로 빵 빼고 도뇌르하고 양파만 달라고 했다.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서 놀고 있다. 영어하는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체바피를 체바치치라고 하기도 한단다.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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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밥이 먹고 싶어서 쌀을 미리 담가 뒀다. 집으로 오는 길에 웤식당가서 간장양념으로 야채웤한그릇 만들어 왔다. 밥해서 체바피와 야채볶음을 반찬으로 먹으니 살것같다. 우울로 가득 찬 내 속을 밥으로 대신 채웠다. 밥이 계속 들어간다. 많이 우울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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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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