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환자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명 중 1명이 우울장애 또는 불안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두통학회(회장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는 '두통의 날(1월 23일)'을 맞아 전국 11개 종합병원의 신경과를 내원한 편두통 환자 371명과 두통이 없는 일반인 371명을 비교 분석한 '일반인 대비 편두통 환자의 정신건강 상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편두통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장애 또는 불안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일반인보다 매우 높은 빈도로 상당수의 편두통 환자가 정신건강이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조사를 살펴보면 전체 편두통 환자의 50.9%인 189명은 우울감으로 인해 정신과 신체적 문제와 일상 기능의 저하를 불러오는 우울장애를 갖고 있었다. 48.0%(178명)의 환자는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다양한 신체 문제를 겪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반면 두통이 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우울장애는 5.1%(19명), 불안장애는 3.0%(11명)에 그쳤다. 편두통 환자들이 일반인 대비 우울장애는 약 10배, 불안장애는 약 16배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당수의 편두통 환자들은 심각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경험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은 본인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질환이 확인된 편두통 환자 중 우울장애를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30.2%(57명), 불안장애를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29.8%(53명)에 불과했다.

또 이런 정신건강 문제로 편두통 환자의 63.9%(237명)는 두통으로 인해 일상적인 가사나 여가활동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사회활동 등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중등도 이상의 무능력을 보였다.

특히 연구를 통해 편두통의 고통과 이와 연관된 정신건강 문제로 상당수의 환자가 자살 경향성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3명 중 1명(33.4%, 124명)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해 충동, 자살계획, 자살시도 등 다양한 자살 경향성을 지녔다. 실제로 과거에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 환자도 13.5%(50명)에 달했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 회장은 "편두통 환자에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의 일상생활을 무능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며 "편두통 환자들은 근본적인 두통 증상 치료와 정신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학회 홈페이지에서 환자 본인의 두통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자가진단 트리와 함께 환자가 직접 우울증, 불안증, 삶의 질을 파악해볼 수 있도록 검사표를 제공하고 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