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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7] 부다페스트-어부의 요새와 마차슈성당

발행일시 : 2018-01-29 00:00

엄마를 겨울에 보내고 난 뒤 겨울나기가 힘겹다. 추운 겨울에 떠나 보낸 자책과 후회들이 나를 괴롭힌다. 주위사람들까지 우울하게 만들까봐 떠나온 여행이다. 스치는 인연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경치로 마음을 달랬다.

사라예보 시내 <사라예보 시내>

사라예보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개고 무지개가 떴다. 언덕과 산자락에 그림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집들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행복하리라 믿었다.

보스니아의 슬픈 역사를 마주치기전까지는...

투어샵에서 가장 핫하고 추천하는 투어라고 권해서 무작정 신청하고 합류했다. 투어 내내 아름다운 경치는 죄다 무시하고 비극의 역사적인 현장을 다니면서 열변을 토한다. 내가 생각이 짧았고 상식이 부족했다. 나같은 사람이 참여할 투어가 아니었다.

하늘에서 본 사라예보 <하늘에서 본 사라예보>

세상의 모든 종교가 어우러져 화합을 이루고 조화로운 이면에는 아프고 슬픈 역사가 기초 되어있다. 다름을 인정하지않을 때 받는 대가를 크게 치르고 얻은 평화다. 나보다 더 큰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저기 너무나 많다. 멀쩡하게 차려 입은 아이나 어른이 불쑥불쑥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한다. 거절이 어려운 나는 계속 마음이 아프다.

삽질하다가 포크레인 만났다. 삶과 죽음이 허망해서 도망 왔더니 세기의 비극을 만났다. 울고 싶은 참에 뺨을 세차게 맞은 기분이다. 내 사연은 호소할 가치도 없는 기분이다. 적어도 나는 이별할 시간은 가졌으니깐 말이다.

체크 아웃하는데 직원이 잘 지냈냐고 묻는다. 호텔은 완벽했는데 사라예보에서 슬펐다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매니저까지 놀래서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투어 이후부터 계속 우울했다니깐 다음에 와서는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길 바란단다. 다시 사라예보에 돌아올지 모르겠다. 슬픔의 땅에 다시오고싶지않다.

내가 한국을 떠나온 것이 주위를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내 슬픔이 가족이나 남에게 부담주기 싫어서다. 집에만 처박혀서 슬픔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도 싫어서다. 누구나 겪는 슬픔이라 붙잡고 하소연할 사람도 없다.

어느 누가 내 슬픔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까?

주위에 슬프다고 징징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함께 슬퍼해줄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들어주다가 결국에는 위로해주다가 지친다.

국가의 비극도 그렇다. 역사적으로 침범을 당하고 비극을 겪었다고 해도 계속 하소연할 필요는 없다. 사라예보 곳곳에는 프리워킹투어간판이 걸려있다. 제노사이드박물관이나 갤러리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귀를 기울이다가 점점 머물기가 부담스럽다.

사라예보는 관광측면에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다. 물가도 싸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소통에 큰 지장도 없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커녕 중국인조차 보기 어렵다. 시내를 하루 종일 다녀도 동양인은 나 혼자다. 3박4일동안 딱 2번 아시안을 만났다.

위험하다는 인식때문에 관광객들이 두려워한다. 나도 머무는 동안 조심하라는 당부를 계속 받았다. 다니는 내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든다. 평화롭고 다른 종교도 존중해주고 거슬리는 것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 다녀본 나라 중 가장 한가롭고 매력 있는 나라다. 서방과 동방이 만난 복합 문화가 희한하게 매력 있다. 이 모든 것이 전쟁의 상처를 강조하는 바람에 가려졌다.
관광객들은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붙잡고 전쟁이야기만 되풀이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스스로를 도태시키는 것이다. 나 자신도 굴레를 벗지못하고 방황하는 주제에 할말은 아니지만 잘살고 싶다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밝고 아름다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보여주고 강조해야 한다.

더이상 질질 짐 끌고 다니기 싫어서 호텔에 셔틀서비스를 요청했다. 나부터 궁상짓거리를 벗고 싶었다. 기사가 로비로 와서 내 짐을 가져가서 싣고 차문을 열어준다. 공항으로 오는 동안 아름다운 설경이 다시 펼쳐진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하늘에서 사라예보를 내려보며 기도했다. 다음에는 같이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공항 미니버드 <공항 미니버드>

다시 돌아온 부다페스트공항은 그대로다. 처음처럼 미니버드를 만나서 셔틀을 타고 호텔로 왔다. 지난번에는 페스트 쪽에 묵어서 이번에는 부다 쪽에 숙소를 잡았다. 겨울비수기라 그런지 부다성내 5성급 스위트패키지를 싸게 구했다. 와인 2병과 캔들디너까지 포함된 패키지다.

호텔 리셉션 <호텔 리셉션>

헤리티지를 좋아하는 내가 제대로 만났다. 리셉션에서 직원이 방으로 짐을 갖다줄거니 가서 기다리면 된단다.

방 앞 거실 <방 앞 거실>

스위트룸은 꼭대기 층에 있다. 방 2개가 마주보는 거실에는 앤틱 소파들이 자리잡고 있다. 마주보는 방이 비어서 내가 3층전체를 다 쓰는 셈이다.

욕실 <욕실>

방에도 따로 책상과 소파가 있고 간단한 부엌까지 갖춰져 있다. 욕실은 월풀욕조가 있고 줌바댄스를 쳐도 될 만큼 크다. 방안에서 걸어만 다녀도 운동이 될것같다. 완벽한 헤리티지룸이다.

호텔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마차슈성당 <호텔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마차슈성당>

호텔을 나서면 바로 마차슈성당이 보인다.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야경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야경>

어부의 요새에서 부다페스트를 내려보며 행복에 푹 빠졌다.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셀카 찍을 필요가 없다. 한국아가씨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사진 찍느라 부산스럽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7] 부다페스트-어부의 요새와 마차슈성당

혼자 멀뚱거리는 총각이 있다. 사진찍어달라니 찍어준다. 여행이 오늘부터 시작이란다. 핫와인 사줄테니 가자고 하니 한국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며 몸을 사린다. 덩치는 큰 총각이 나를 겁내는 것이 웃긴다.

호텔 레스토랑 <호텔 레스토랑>

호텔식당으로 와서 핫와인 2잔을 주문하고 여행스케쥴을 정리해줬다. 군전역하고 온 여행이란다. 다행히 예약해놓은것이 없어서 일정 조정이 쉽다. 저녁에 인터넷에서 알게 된 부다페스트여행중인 사람들 모임이 있단다. 젊은이들 여행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3코스 즐기는 중 <3코스 즐기는 중>

청년은 떠나가고 나도 저녁 코스를 시작했다. 와인한병을 통째로 가져온다. 3코스인데 양이 많아서 죄다 남겼다. 맛도 괜찮다. 부다페스트성안에서 귀족 대접을 받으니 귀족이 된 듯 행복하다. 방으로 올라와서 앤틱거실에도 나가서 놀다가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침실에 준비된 웰컴선물 <침실에 준비된 웰컴선물>

하루를 생각하니 극과 극의 감정변화를 겪은 하루다. 사람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세상도 그렇다. 그렇게 대충 흘러간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발칸편 Day-27] 부다페스트-어부의 요새와 마차슈성당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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