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산티아고 여행기]8. 푸른 바다보다 더 파란 부르고스의 하늘.

발행일시 : 2018-01-30 13:09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8편 - 브루고스로 이동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 800Km 중 팜플로나(Pamplona), 부르고스(Burgos), 레온(Leon), 사리아(Sarria)등 약 600Km 정도를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말하자면, 우리 일행은 20일 동안 800Km 중 앞뒤로 각각 약 100Km 정도를 걸었다. 팜플로나에서 약 227Km 정도 떨어져 있는 부르고스를 걸어서 간다면 약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기차를 이용하면 약 2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부르고스행 기차는 오후에 예약이 되어있어 팜플로나의 아침은 다소 여유가 있었다.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회랑.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회랑.>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내부.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내부.>

팜플로나를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구시가지 까스꼬 비에호(Casco Viejo)에 있는 팜플로나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산타 마리아 대성당(Cathedral de Pamplona Santa Maria)과 박물관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옮겼다. 100여 년이 넘는 건축 과정을 통해 완성된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는 10세기부터 16세기까지 나바라 왕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리던 나바라의 군주 카를로스(Carlos) 3세 부부의 묘가 있다. 대성당 안에 있는 박물관은 오래된 건물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 해 새롭고 창조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박물관 안의 분위기는 흡사 뉴욕이나 파리 어디쯤 있는 갤러리로 착각하게 한다.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박물관에서의 시간은 점차 느슨해져 가던 나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또한 순례길 위에서 받는 멋진 선물이었다.

팜플로나 카를로스(Carlos) 3세 부부의 묘. <팜플로나 카를로스(Carlos) 3세 부부의 묘.>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박물관.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박물관.>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박물관. <팜플로나 산타 마리아 대성당 박물관.>

스페인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on) 자치 지방에 속한 부르고스의 역은 고풍스러웠던 이제까지의 기차역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놀랄 만큼 모던(Morden) 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부르고스의 하늘은 도시의 첫인상을 상쾌하고 싱그럽게 만드는 주역인 듯했다. 우리의 숙소는 택시로 약 10분 거리에 있었다. 택시 운전사가 틀어놓은 재즈가 꽤 인상적이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들의 순박함과 친절함이 좋았다. 순례길 위에서 만나는 스페인 사람들은 이방인에 대한 이질감이나 배타심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박하지만 정 많고 착한 마음이 얼굴에 묻어난다. 택시에서 들은 멋진 재즈는 블록버스터 영화(blockbuster movie) ‘부르고스’의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부르고스를 떠나올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르고스 역. <부르고스 역.>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거리. <부르고스 거리.>

부르고스는 스페인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엘 시드 캄페아도르(El Cid Campeador)의 고향이자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부르고스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인물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Rodrigo Díaz de Vivar)는 엘 시드 캄페아도르의 본명이다. 오래전 스페인은 가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했던 나라였다. 기독교를 믿는 카스티야 이 레온 왕국과 이슬람을 믿는 무어인들의 전쟁에서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가 이끄는 스페인이 승리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는 전투에서 패한 무어인 족장을 해방해주었고, 이에 감동한 무어인들은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의 수하로 들어가 아랍어로 ‘나의 군주(Mi Señor)’란 의미를 가진 이름 즉 엘 시드로 불렀다.

엘 시드 캄페아도르 부부의 묘는 대성당 천정에 있는 별 모양 채광창 아래에 있다. <엘 시드 캄페아도르 부부의 묘는 대성당 천정에 있는 별 모양 채광창 아래에 있다.>
부르고스 대성당 내부. <부르고스 대성당 내부.>

순례길 위에 있는 도시 중에서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를 꼽으라면 나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부르고스를 선택한다. 이유는 부르고스 산타마리아 대성당(Cathedral de Santa Maria)의 박물관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이 가져다주는 큰 기쁨이었다.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가지고 있는 웅장한 대성당을 벗어나 박물관으로 이동하면, 부르고스가 중세 건축과 문화를 꽃피운 도시임을 실감하게 된다. 신성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박물관에는 시대를 초월한 희귀한 보물과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마도 그곳에 보존되어있는 찬란한 문화유산은 시민들이 오랜 세월 힘겹게 지켜낸 투쟁의 결과물일 것이다.

부르고스 대성당 박물관. <부르고스 대성당 박물관.>
부르고스 대성당 박물관의 스테인드글라스. <부르고스 대성당 박물관의 스테인드글라스.>

1221년에 공사를 시작해 1567년에 완성된 부르고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은 뛰어난 건축 구조와 독특한 조각들을 소장한 고딕 예술의 결정체로 알려져 있다. 대성당 내부에는 성모 마리아상과 15개의 예배실, 회랑 등은 여러 시대에 걸쳐서 건축과 조형예술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특히 타오르는 불꽃 모양의 복잡한 장식을 갖춘 플랑부아양 양식(Flamboyant style)은 역사적으로 명성이 높다. 스페인에서는 세비야 대성당(Cathedral de Sevilla), 톨레도 대성당 (Cathedral de Toledo)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크다. 스페인 고딕 양식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로 도시를 형성하는 수많은 고딕 예술의 건물과 함께 부르고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대성당.>

198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성당은 유일하게 치마 입은 독특한 예수상이 발길을 붙잡는다. 황금 계단으로 유명한 디에고 데 실로에(Diego de Siloe)의 에스칼레라 도라다(Escalera Dorada)는 대성당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구조와 색감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대성당과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한 부르고스는 켜켜이 세월을 품고 있어 가는 곳마다 이야기가 넘쳐난다. 부르고스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유구한 역사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중세의 좁은 골목에 가득 차 있는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다.

치마 입은 예수상. <치마 입은 예수상.>
이탈리아의 천재 건축가 디에고 데 실로에의 황금 계단. <이탈리아의 천재 건축가 디에고 데 실로에의 황금 계단.>

부르고스에서 약 212Km 정도 떨어진 레온(León)까지 걸어가는 길은 약 9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되지만, 시외버스로 갈 경우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날이다. 실제로 버스를 타 보면 이곳저곳 둘려서 가는 그냥 일반 버스에 가까웠다. 기차와는 확연하게 틀린 시스템이었다. 우선 출발 시각을 지키지 않았다. 처음에 30분 늦어지고, 30분 후에는 또 20분 늦어져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가는 시간이 출발시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늘 있는 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오히려 초조해하는 외국인을 스스럼없이 다독여 준다. 스페인 사람들의 훈훈함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부르고스 도시 풍경. <부르고스 도시 풍경.>
부르고스 도시 풍경. <부르고스 도시 풍경.>
부르고스 앞 광장 풍경 <부르고스 앞 광장 풍경>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 2018 next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주)넥스트데일리 | 등록번호 : 서울 아 01185 | 등록일 : 2010년 03월 26일 | 제호 : 넥스트데일리 | 발행·편집인 : 구원모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23, 701호ㅣ발행일자 : 2005년 08월 17일 | 대표전화 : 02-6925-63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성률

Copyright © Next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