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당시 카트만두 담벼락
지진당시 카트만두 담벼락

2015년 4월25일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카트만두골목길을 걷다 대지진을 만났고, 며칠 동안 비극의 현장에 머물렀다. 아수라장이던 카트만두공항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2년을 넘겼다.

3년을 채우지못하고 다시 또 히말라야의 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마나슬루다. 봄이나 가을에 가면 좋은데 시간이 맞지않아 이 추운 계절에 다시 짐을 꾸린다.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그 짝이다. 산을 알고 별별 경험을 하다보니 이젠 무섭다. 자연 앞에서 보잘것없음을 깨달으니 걱정이 많다. 이런저런 궁리를 다하려니 머리가 깨질 지경이다.

아는 만큼 본다는데 아는 것이 많을수록 겁도 많아진다. 처음 안나푸르나에 발을 들이던 시절이 그립다. 그 이후 세상의 수많은 산들을 다니며 힘을 길렀지만 나이가 드니 방법이 없다. 무거운 짐도 거침없이 지고 파타고니아의 산들을 헤매던 기운이 이젠 남아있지않다.

겸손의 마음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신이 허락하는 만큼 선물을 받아올 생각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히말라야의 품속에서 자연의 뜻을 받아들이려 한다. 문명에 찌든 내 육신을 마나슬루의 눈바람에 씻으려 한다.

카트만두공항은 지진 전의 상태로 돌아간 듯 평화롭다. 앞자리에 앉은 덕분에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려서 비자도 빨리 받을 수 있었다. 네팔 도착 비자는 자칫 머뭇거리면 비자비 내느라 대기 줄에 갇히게 된다. 후다닥 내려서 비자비 내고 입국심사를 받아야한다.

짐을 찾고 나오니 호텔에서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셔틀서비스를 요청하기 잘했다. 바로 차에 올라타서 시내호텔로 향했다. 시내의 매연이 네팔건기임을 실감케 한다.

카트만두 타멜거리는 네팔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이다. 먹고 자고 마시고 필요한 것은 다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 우리의 쉼터가 있다.

방에서 내려보는 호텔 코트야드
방에서 내려보는 호텔 코트야드

카트만두시내 많은 호텔에서 묵어봤지만 KGH호텔이 내게는 최고다. 카트만두 최초의 호텔답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호텔로비
호텔로비

지진 때 얼마나 허물어졌는지 짐작이 간다. 건물이 새 단장을 넘어서 새로 지은들 한 느낌이다. 엘리베이터가 생기다니 어메이징하다. 로비가 현대식으로 확 바뀌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그대로 있다. 벨보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오래전 안나푸르나 트레킹 후에 내가 신던 등산화를 선물했던 친구다. 당시 신혼의 와이프에게 딱 맞는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애가 둘이나 생겼단다. 진심으로 기분 좋게 허그로 인사했다.

방에 들어서니 더 놀랍다. 고풍 찬란하던 객실이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발코니 딸린 큰방을 예약했더니 만족스럽다. 침대도 넓직하니 맘에 든다.

호텔역사
호텔역사

카트만두 최초의 호텔이라 스쳐간 사람들 이력이 화려하다. 비틀즈부터 미국대통령가의 이름도 보이고 유명작가들도 거쳐갔다. 새롭게 리노베이션을 하고 나니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안락함을 다 누린다.

처음 혼자서 이 호텔에 묵은 때만 해도 제일 싼 기본룸에 묵었는데 나이 들어 제일 좋은 방에 묵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넓직하고 전망 좋은 방을 누리는 기쁨이 크다. 급 나의 신에게 감사한 마음이 솟구쳤다. 저절로 입에서 감사의 인사가 나온다.

“여보 고마워요”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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