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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여행기]9. 순례길 최고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요?

발행일시 : 2018-02-08 00:00

LG V30과 함께한 끼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기 9편 - 레온을 가다.

레온(León)은 라틴어 군단 또는 징병의 의미인 ‘레기오’(Legio)에서 유래되었다. 레온은 로마 시대 군단 6 빅트릭스(Legio VI Victrix)의 정착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후 AD 74~75년에 군단 7 게미나(Legio VII Gemina)가 주둔하면서 건설한 캠프가 레온의 효시가 되었다. 스페인 17개의 자치 지방 중 두 번째로 면적이 넓은 카스티야(Castilla) 지방에 위치한 레온은 옛 까스띠야 왕국의 수도였다.

레온 대성당. <레온 대성당.>

스페인 국토 회복 전쟁 이후 가장 강력했던 레온 왕조는 카스티야이 레온 자치지역(Comunidad Autónoma de Castilla y León)을 구성하는 레온주(Provincia de León)에서 세고비아(Segovia), 살라망카(Salamanca)와 함께 대도시에 속한다. 현재 이베리아반도 북서부의 경제발전 중심지 레온은 1세기 후반과 2세기 후반,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현재의 상상력과 과거의 역사가 만들어 낸 도시 레온의 신시가지 분위기는 여느 현대적인 도시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1세기의 건물도 곳곳에 남아있는 우메도 지구 (Barrio Humedo) 거리로 들어서자 또 다른 레온을 발견하게 된다. 두 번째 발견한 레온은 신기하게도 사람을 들뜨게 하고 지친 마음마저 넉넉하게 풀어주는 흥미로운 도시였다.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레온 구시가지 거리.>

부르고스 대성당에 박물관이 있다면, 레온 대성당(Cathedral León)에는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가 전 세계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돌과 빛’은 레온의 장엄한 고딕 양식의 성당을 정의하는 두 가지 요소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120여 개의 창, 3개의 장미 창, 57개의 둥근 창으로 조성되어 석재보다 유리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레온 지역의 성당이나 중세 종교 예술의 크리스털(Crystal)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종류로 구분된다. 레온의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성당의 인간 구원에 대한 묘사와 달리 문법, 산술 및 변증법을 사용하여 중세 시대 사냥과 서커스 장면들이 묘사되어있다. 고딕 성당 창문 한가운데 묘사된 사냥 장면에 대해 일부 역사가들은 성당이 아닌 궁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제기한다. 총 1,800㎡에 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대성당 내부에 다양한 색채와 풍부한 빛을 제공해 독특함을 선사한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 화려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400여 년에 걸쳐 완성된 레온의 대성당은 단순한 성당을 넘어 문화유산과 창조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작품이었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레온 대성당은 고딕 양식의 걸작품으로 과테말라 건축가 디에고 호세 데 포레스 에스키벨(Diego José de Porres Esquivel)의 설계로 건축되었다. 레온 대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제된 실내 장식과 풍부한 자연 채광, 특히 금장식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정교한 유리 세공은 그야말로 황금기의 스페인을 짐작하게 한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스페인 건축계의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 (Antonio Gaudi)의 건물 카사 보티네스(Casa de Botines)가 19세기 후반 레온에 만들어졌다. 카사 보티네스는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Cataluña) 지방의 기하학적이고 독창적인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존에 건축된 레온의 건물과의 조화를 위해 안토니오 가우디의 상상으로 동화 같은 건물이 설계되었다고 한다. 구시가지 중심에 자리 잡은 레온 대성당과 함께 카사 보티네스는 레온 건축의 자존심이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 보티네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 보티네스.>
현재 의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로스 구스마네스(Palacio de los Guzmanes) 저택 <현재 의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로스 구스마네스(Palacio de los Guzmanes) 저택>

레온은 스페인 52개의 주 중에서 품질 좋은 와인과 함께 풍성한 음식문화가 있는 스페인 최고의 식도락 도시로 알려져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의 광활한 대지 위에 찬란한 문화유산만큼이나 다채로운 음식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덤 중의 덤이다. 대서양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다양한 기후에서 재배되고 있는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963년 스페인 문화 자산으로 선정된 로스 구스마네스 저택 내부. <1963년 스페인 문화 자산으로 선정된 로스 구스마네스 저택 내부.>
르네상스 양식의 로스 구스마네스 저택 내부. <르네상스 양식의 로스 구스마네스 저택 내부.>

레온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만 들여놓고 점심을 예약한 식당으로 달려갔다. 버스가 예상외로 늦어져 오후 3시를 훌쩍 넘은 시간에 식당에 도착했지만, 우려와 달리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는 허겁지겁 찾아간 우리 일행을 편안한 느낌으로 맞이해 주었다. 기존의 식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시킨 분자요리로 알려진 레스토랑 코씨난도스 (Cocinandos)는 미슐랭(Michelin) 1 스타로 선정 받은 곳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일반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유니크한 식당의 분위기는 남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백리향 향기(Thyme Aroma) 가득한 그물버섯(Boletus) 수프. <백리향 향기(Thyme Aroma) 가득한 그물버섯(Boletus) 수프.>
오징어와 쌀 크래커를 곁들인 바질, 청각 해초, 칠리 볼(Chili Balls) 샐러드. <오징어와 쌀 크래커를 곁들인 바질, 청각 해초, 칠리 볼(Chili Balls) 샐러드.>

셰프는 우리 일행에게 음식과 궁합이 맞는 음료를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으로 추천해 주었다. 식전 음식, 전채요리, 주요리와 디저트까지 레온의 전통과 현대 음식을 아우르는 플레이팅(Plating) 역시 돋보였다. 까스티야 레온 지방의 와인은 탄닌(Tannin)과 산도 등 탁월한 균형감을 갖추고 있어 셰프가 내어준 음식과는 잘 어울렸다. 이제껏 순례길에서 마시고 먹었던 스페인의 음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모든 음식이 짜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먹은 음식들이 순례길에서의 최고의 음식이었을까요?

녹색 양파(Scallion) 크림과 구운 피망을 곁들인 참치 뱃살(Blue fin Tuna) 스테이크. <녹색 양파(Scallion) 크림과 구운 피망을 곁들인 참치 뱃살(Blue fin Tuna) 스테이크.>
소고기 갈빗살(Beef Entrecote)에 곁들인 구운 복숭아 조각과 오리 간. <소고기 갈빗살(Beef Entrecote)에 곁들인 구운 복숭아 조각과 오리 간.>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례길 최고의 음식은 친구가 말아 준 김밥이었다. 시실 나는 레온까지는 건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유는 비 오는 피레네산맥을 넘으면서 감기와 후두염으로 인한 고열로 초반부터 잘 먹지 못했다. 산맥은 넘었지만, 감기는 넘지 못한 결과가 된 것이다. 순례의 고단함이 더해지면서 한식이 그리워졌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도 시골 마을을 전전하다 보니 쉽게 한식집을 찾을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레온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아 김밥을 말아 주었다. 안초비(Anchovy), 아보카도(Avocado), 달걀이 들어간 스페인과 한국의 중간지점 어디쯤 있는 새로운 김밥이었다.

블루 치즈와 포도를 설탕에 조려 캐러멜화된 디저트. <블루 치즈와 포도를 설탕에 조려 캐러멜화된 디저트.>
끝으로 나온 차와 커피. <끝으로 나온 차와 커피.>

내 인생 최고의 김밥은 이렇게 탄생하였다. 단순한 음식을 먹어도 환경에 따라 경험의 격이 달라짐을 느끼게 하는 인생 김밥이었다. 거짓말처럼 감기를 툭툭 털고 일어난 것은 물론, 사리아에서 다시 시작한 순례 길은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Santiago)까지 일행 중 내가 가장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다. 친구의 아름다운 배려와 나눔에 가슴 뭉클한 순례길이 되었다. 그리고 사리아부터는 감기를 극복한 내가 우리 팀의 세프와 닥터로 활약했다.

레온 기차역. <레온 기차역.>

레온에서 사리아(Sarria)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레온의 기차역 역시 부르고스와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갤러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반면, 사리아의 기차역은 아주 소박했다. 내일부터는 사리아에서 포르트 마린(Portomarin)까지 약 22Km를 시작으로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까지 약 118Km를 힘차게 출발해야 한다.

사리아 (Sarria) 기차역. <사리아 (Sarria) 기차역.>

고재선 객원기자 (jaesunko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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