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서양을 막론하고 땅이 주는 기운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땅은 습기가 느껴질 정도로 습하고, 어떤 땅은 식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르다. 그러한 기운들은 일반인들도 다 느낄 수 있지만, 5감이 특별히 발달한 사람이거나 땅의 기운에 대해 일반적으로 느끼는 남다른 감각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예로부터 풍수라는 단어로 땅에 대해서 집에 대해서 풀이한 많은 도서들이 있다. 그 도서를 보면 한마디로 애매모호한 이야기로 풀어져 있으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읽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다. TV를 보면 많은 건축가든 그에 따른 관련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축을 전공한 필자도 가끔은 황당한 근거 없는 풍수에 대한 이야기 들이 등장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풍수지리이론을 적용하여 설계하고 있는 주택을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양택
보통 풍수지리에서는 산 사람을 양(陽), 죽은 사람을 음(陰)이라고 하여 사람이 살아서 혹은 죽어서 사는 집 터를 말하는 풍수지리상의 용어이다. 그러므로 양택(陽㡯) 이라고 하면 사람이 사는 집을, 그리고 음택이라고 하면 사람이 죽은 뒤 묻히는 무덤을 이야기 한다. 이 양택에서는 좌향에 대한 것이 풍수의 기초가 된다. 좌(坐)란 방위를 24방위로 나누어 집이 땅 위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말하고 향(向)이란 집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이 좌향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5행
풍수에서는 보통 8가지 방위로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는데 양택에 따른 풍수란 8가지 방위를 잘 조합하여 좋은 기운을 받도록 집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음양오행설에 입각한다. 음과 양, 그리고 금, 목, 수, 화, 토의 5행으로 주역, 관상학 나아가 한의학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5행에 대해서는 서로 조화가 잘되는 합과 상극인 합이 있는데 그 관계는 다음과 같다.

상생은 나무와 불, 불과 흙, 흙과 쇠, 쇠와 물, 물과 나무가 조화가 잘되며, 서로 상극인 조합은 나무와 흙, 흙과 물, 물과 불, 불과 쇠, 쇠와 나무가 있다. 불이 잘 타려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나무가 타면 흙이 되고 흙에서 쇠가 나오고 쇠 있는 곳에서 물 이 나온다 그리고 나무는 물이 있어야 잘 자란다는 의미이고, 상극을 보면 나무는 흙에서 양분을 뺏고, 흙은 물을 탁하게 하고, 물은 불을 꺼뜨리고, 불은 쇠를 녹이며 쇠는 칼이 되어 나무를 자른다는 의미이다.

8방
이 5행에 8방위를 연결하여 의미를 두기도 하는데 그 8방위도 상생과 상극이 있다. 그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면 동쪽은 해가 뜨는 방위이며 아침을 뜻하고 계절로는 봄, 오행으로는 나무에 속한다.

주역으로 보면 동쪽은 진방이라 하며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가족에서는 장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동쪽이 길하면 일직 두각을 나타내고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서쪽은 해가지는 방향이며 오행으로는 쇠를 가족으로는 막내딸을 뜻한다. 이 방향은 연애에 좋은 운과 상업적으로 금전운을 따르게 한다. 남쪽은 하루 중 한 낮에 해당하고 양이 최고조인 방위이며, 5행으로는 불을 의미한다. 남쪽은 예술, 영감, 정치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며 사교성이나 소속 공부등에 유리한 방향이다. 북쪽은 한겨울이며 하루로 치면 자정에서 한시정도 되는 음이 최대치이다. 주역에서는 북쪽을 감이라 하여 중년남자, 차남, 비밀을 조절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5행상으로는 물에 해당하며 순응, 유연, 협동의 기운이 강하다 한다.

동남쪽은 4~5월, 하루 중 오전7~9시를 의미하며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해주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이다. 서북쪽은 건이라 하여 아버지를 의미하고 10~11월인 가을, 하루 중 오후 7~11시경을 의미하며, 출세, 승부, 지위와 재산에 도움을 준다. 북동족은 5행상 흙이며, 봄이 시작되는 1~2월에 해당하며 의미는 소년 상속 막내아들 저축 이사 등을 말하고 귀문방이라 하여 다른 방위보다 각별한 주위를 필요로 하는 방위다. 남서쪽은 곤 이라 하고 대지 현모양처를 뜻하고 7~8월, 하루 중 오후1~4시의 따뜻한 날씨를 뜻한다. 이 방도 동북쪽과 짝이 되는 귀문이라 소홀히 하면 안되는 방위이다.

동서사택론
여기에 한가지 더 동서사택론(중국의 조구봉이 지은 양택3요(대문, 안방, 부엌)를 기본으로 삼은 이론이며, 집의 중심에서 8방위를 만들어 동사택, 서사택으로 구분하여 설명한 풍수이론이다.)을 적용시켜볼 수 있는데 풍수지리에 따른 이야기에서는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이론이다.

집을 중심으로 놓고 8방위로 따진 동사택은 안방 대문 부엌이 북쪽, 남동쪽, 남쪽이 있어야 하며, 서사택은 안방, 대문, 부엌이 북동, 남서, 북서, 서쪽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특시 서사택일 경우에 대문이 북동쪽(간방)과 남서쪽(곤방)으로 귀문방향으로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위치나 방향을 틀어 놓는 등 다른 방법으로 귀문방에 대한 나쁜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

대지에서 바라본 서향의 전경
대지에서 바라본 서향의 전경

제주도에 계획하고 있는 주택은 두 부부의 노후생활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앞으로 출가할 자녀들을 위한 주택이다. 지하1층은 올레길을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카페이며, 지상1층은 자연을 담고 물을 담은 하늘 못이 계획되어 있고, 지상2층은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지상3층은 주인부부가 거주할 주택이다.

이 주택은 땅에 건물을 배치하는 시작부터 방위 위치와 방향까지 음양, 오행, 8방, 동서사택론에 입각하여 서사택으로 정하고 배치와 각 실들의 위치를 구성하고 집과 대지에 좋은 기운은 받을 수 있도록 열고 나쁜 기운은 막을 수 있도록 적절히 조절하여 평면을 구성한 설계이다. 풍수적으로 접근한 개념으로 배치를 하고 그에 따른 개별실과 정원을 꾸미면서 새로운 주택의 설계개념을 도출할 수 있었다.

대지에서 바라본 남쪽전경
대지에서 바라본 남쪽전경

땅이 가지고 있는 향(방위)에 따른 보이지 않는 축을 연결해 보면 다음과 같은 조망권을 갖는다.

이 향과 축을 분석한 이유는 1년동안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고 지는지를 분석을 하고 각 방향이 가지고 있는 조망에 대해서 주택의 각 실을 어떻게 위치하게 하고 연결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특히 산방산 방향으로 지는 해를 어떻게 집안으로 풍경을 가져 올 것인지, 해가 지는 방향이 1년동안 어떻게 이동하면서 산에 걸치는지를 분석하여 집의 각 실들을 배치하였다.

여기에 풍수지리이론을 접목하여 음,양, 방위, 각 실의 위치와 귀문방을 어떻게 다룰 것 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한눈에 이해 할 수 있도록 표를 만들어 보았다.

재미있는 점은 풍수이론을 접목하였지만 서양의 풍수라 할 수 있는 별자리에 따른 방위와 계절 그리고 시간까지 동시에 접목하여서 별자리 이야기도 가미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대지에 주택이 위치한 배치와 기준층 평면도 (윤창기, 경암건축)
대지에 주택이 위치한 배치와 기준층 평면도 (윤창기, 경암건축)

서남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윤창기, 경암건축)
서남방향에서 바라본 모습 (윤창기, 경암건축)

남쪽에서 바라본 전경
남쪽에서 바라본 전경

북서쪽 전경
북서쪽 전경

이번 칼럼에서는 풍수지리이론에 대한 예를 들어 이야기를 했지만, 동서사택론을 반박하는 많은 이론들도 존재하며, 풍수지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도 풍수지리에 대한 신봉자는 아니며 오늘의 이야기는 건물계획을 하면서 풍수지리를 접목하여 구성한 설계의 예일 뿐, 삶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집이란 모름지기 사람이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곳이며 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며 그 공간으로부터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되는 근본적 기능을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주택이란 사람이 사는 공간에 대한 결정체이자,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윤창기 changkiyun@naver.com 필자는 영국 AA School에서 도시계획과 건축학부분 석사학위를 받고 베니스 비엔날레, 국토부 장관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는 경암건축 대표이자 수석 건축가이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아부다비 등 해외 여러 곳에 플로팅 관련 작품이 있으며, 한강시민공원의 플로팅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성남, 여수 등 전국 곳곳에 펼쳐있다.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의 장으로서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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