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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4] 마나슬루 트레킹(1)

발행일시 : 2018-02-09 00:00

7시30분 버스를 타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가이드 빔이 6시30분이 되기 전에 호텔로 왔다. 앳되어 보여서 왠지 어설프다. 짐을 줄이길 잘했다. 같이 아침 먹자고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아침 준비가 덜되어서 먹을 것이 없다. 과일과 빵 한 조각을 먹었다. 빔은 요구르트와 파파야 몇 조각 먹는 것이 다이다. 넉넉히 먹이고 싶은데 먹을 것이 없다. 식당 직원이 오더니 빔 식사비를 1300루피 내란다. 먹을 것도 없는데 13불이나 내냐고 하니 10불로 깎아준다. 빔은 자신이 먹은 아침이 10불인걸 알면 기절할 것이다.

카트만두 버스터미널 <카트만두 버스터미널>

택시 타고 버스터미널로 오니 하리가 버스표를 준비하고 있다. 버스문옆자리에 앉혀준다. 완전 꼬진 버스인데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하리는 우리를 좋은 자리에 앉혀서 뿌듯해하며 떠났다.

버스는 카트만두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계속 호객을 하며 사람들을 태운다. 사람들이 가득 터질 때까지 태운다. 카트만두를 벗어나자 공포의 꼬부랑길이 시작된다. 사고가 자주 나는 악명높은 길이다.

휴게소 화장실 <휴게소 화장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기도 한다. 아침을 시원치 않게 먹어서 배가 고픈데도 안 땡긴다. 한국서부터 챙겨온 먹거리와 카트만두 빵집에서 사온 빵으로 때웠다.

빈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서있는 사람들 중 한 청년이 남편 자리 팔걸이에 앉는다. 살갑게 말을 걸며 아루가트에 가냐고 하면서 사진들을 보여준다. 청년은 남편 팔걸이에 기대기도 하고 내 앞 쇠막대기에 걸터앉기도 한다. 내 무릎에 닿을 듯 기대는데 엉덩이 반이 나온다.

휴게실 점심 뷔페 <휴게실 점심 뷔페>

점심때쯤 식당에 들러서 30분간을 서있는다. 달밧이 뷔페로 차려져 있는데 아직은 달밧이 안땡긴다.

점심먹고나서 버스는 본격적으로 강을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먼지 나는 비포장길이 지루하게도 이어진다. 차장이 문을 열고 달리는 바람에 목이 아플 정도로 먼지를 마셨다. 꼬불탕과 덜컹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니 롤러코스트를 탄 듯 하다.

앞자리의 어르신이 창 밖으로 뭔가를 뿜어내신다. 물을 왜 뱉으시나 싶은데 결국은 속을 다 비우신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있던 차장과 청년들이 졸지에 뒤집어쓸 뻔 하다가 겨우 피했다.

고개내민 청년들 <고개내민 청년들>

버스 문을 열고 차장과 청년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 절벽이나 나무를 만나면 동시에 머리를 넣는다. 절벽을 지나서 다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마치 비둘기들같이 보인다.

버스에서 보는 풍경 <버스에서 보는 풍경>

아루가트에 가까워오면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버스 안이 한적해지니 살것같다. 앉아서 편하게 온 나도 초 죽음인데 서서 오는 사람들은 오죽 할까 싶다.

소티콜라로 가는 버스 <소티콜라로 가는 버스>

드디어 9시간만에 아르가트에 도착했다. 빔이 버스를 갈아타고 소티콜라로 가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니버스도 좌석이 정해져 있다. 자리에 앉아있는데 끝없이 사람들을 태운다.

운전석 앞 유리창이 너무 깨끗하다. 자세히 보니 창문을 뚫어 놓았다. 앞 유리창이 유리가 아니라 두꺼운 비닐이다. 운전석 앞을 액자모양으로 오려 놓았다. 어쩐지 찬바람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 이상했다.

1시간30분후에 소티콜라에 도착했다. 평범한 콘크리트건물이 하나 서있다. 오늘 묵을 숙소다. 이것저것 가릴 수가 없다. 몸뚱이 하나 누울 방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저녁은 볶음밥과 티벳티안브레드등을 시켜 먹었다. 고맙게도 풋고추를 준다. 시장을 반찬 삼아 맛있게 먹었다. 풋고추덕분에 잘 먹었다. 숙소 옆을 흐르는 강의 세찬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리에 누웠다.

일상이 무료하고 세상살이가 우울하다면 네팔의 로칼버스를 타볼 일이다. 엉덩이 붙일 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질것이다. 130킬로미터를 12시간 걸려 도착했다. 앉아서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4] 마나슬루 트레킹(1)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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