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 남편을 깨워서 같이 나갔다. 자칼울음소리를 들은 뒤로 밤에 혼자 나가는 것이 무섭다.

남십자성이 빛나는 새벽남쪽하늘
남십자성이 빛나는 새벽남쪽하늘

하늘을 보니 별자리가 바뀌었다. 남쪽하늘에 남십자성이 빛난다. 가운데 하나가 보석처럼 빛나고 4개의 별이 둘러싸고 있다.

아침 먹고 가네쉬히말을 향해서 출발했다. 해는 아직도 산 너머에 있다. 걷는 동안 차차 모습을 나타낸다. 계곡을 걸어가면서 해를 맞았다.

아침부터 술독에 빠지신
아침부터 술독에 빠지신

마당에서 말이 노는 집을 만났다. 말도 놀고 아저씨들이 아침부터 락시를 마시고 잔뜩 취해 있다. 차 마시고 가라고 인사를 한다. 쭘밸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지는 않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다. 어쩌다 오는 이방인이라도 사람 귀한 곳이라 그저 반가운 모양이다.

다시 다리를 건너 계속 걸었다. 체쿰파까지 식당이 없단다. 오늘 묵을 숙소도 체쿰파란다. 고소 적응을 위해 체쿰파에서 하루 잘거란다. 오르막길이 힘겹게 이어진다.

산사태 난 길을 지날 때는 아찔하다. 잠시만 한눈 팔면 그대로 이세상을 떠날 판이다. 겨우 지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배가 고파서 일단 간식을 먹었다. 사태 난 길을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다시 힘겹게 길을 걸었다. 고소때문인지 경사가 심해서인지 남편도 나도 걸음이 무겁다. 가는 길에는 스투파들이 이어진다. 스투파마다 옴마니반메홈을 부르며 지났다.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체쿰파 숙소에서 휴식
체쿰파 숙소에서 휴식

드디어 체쿰파에 도착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딱 한곳만 문을 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들어서니 햇살 가득한 마당에 호주팀이 앉아서 반겨준다. 만나자마자 미남이가 산사태길이 어땠냐고 묻는다. 끔찍했다고 하니 자기도 돌아가기 싫단다.

핫샤워가 1인당 350루피다. 그래도 가스로 가능한 것이 신기하다. 산사태 난 길로 어떻게 가져왔는지 신기하다. 비싼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샤워하고 빨래하는 동안 호주아저씨들이 계속 농담을 한다. 호주팀은 따또빠니 이후로 한번도 샤워 한적이 없다고 한다. 빨래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보다 더 깨끗해 보인다.

이젠 농담이 거슬리지않는다. 나도 재미있게 받아주니 서로 즐겁다. 남편하고는 진지한 대화를 오래 나누기도 한다. 어느새 다같이 한 팀이 되어 버렸다.

툭파
툭파

오늘 묵는 숙소에서는 툭파를 해줄 수 있단다. 툭파를 점심으로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저녁에도 주문했다. 내일 아침도 툭파를 먹기로 했다.

가네쉬히말에 석양
가네쉬히말에 석양

해가 지고 가네쉬히말이 붉게 물든다.

집 나간 당나귀가 돌아와 식사 중
집 나간 당나귀가 돌아와 식사 중

저녁때가 되니 집 나갔던 당나귀들이 돌아온다. 주인아저씨가 당나귀들을 우리로 몰고 밥을 먹인다. 티벳 전통 집에서 보내는 하루가 정겹다.

밤이 깊어가는 중
밤이 깊어가는 중

우리도 저녁을 먹었다. 미남이와 심각이와 노는 것이 이젠 즐겁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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