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에 대한 외국 매체의 뉴스를 접하면서 30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88 올림픽’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1988년 가을은 한국의 민주화가 시작된 지 1년 조금 넘은 때였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았지만, 1987년에 정권 교체는 실패했기에 민주화는 단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 참여가 필요한 긴 과정 속에 이뤄진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런 과정 속에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 경제적인 면에서 풍요해져 한국이 언젠가 ‘선진국’이 될 거라는 기대도 높았다. 격동의 시대였지만 희망이 있는 시대였다.

또 당시는 미국과 소련의 긴 냉전이 끝나가는 무렵이었지만, 외국 매체는 여전히 한국을 냉전 렌즈로 한국을 봤다. 한국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냉전의 전방에 서 있는 한국은 밝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나라였다. ‘88 올림픽’ 중에 미국 방송인 NBC의 한 복싱 경기를 보도하면서 한국을 비하하는 태도가 반감을 증폭시켰다. 1990년대에 냉전이 사라지고 북한 경제가 추락했지만, 외국 매체가 남북간의 긴장과 한국내의 시위나 정치적 불안을 보도했다. 경제 발전에 대한 호의적 보도가 있었지만, 문화와 사회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88 올림픽’ 준비의 일환으로 정부가 ‘한국 알리기’에 힘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 알리기’는 기존에 행해오던 홍보와는 내용의 범위와 기대가 달랐다. ‘88 올림픽’은 역사상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오거나 방송을 통해 볼 거라는 기대감으로 역사와 문화는 물론, 음식과 같은 일상까지 소개하려고 했다.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정부가 공공 화장실, 식당의 위생 등에 대한 개선 운동을 주도했다.

1990년대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정부는 계속 ‘한국 알리기’에 힘을 썼다. 1991년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설립됐고 해외 대학에 ‘한국학’ 강의와 연구를 지원하였다. 당시의 키워드는 ‘세계화’였고 IMF 사태 이후에 ‘글로벌’이었는데 ‘한국 알리기’는 사람 중심으로 변했다. 당장의 성과가 없었지만, 2000년 후반부터 퍼지기 시작했던 한류와 K-pop은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한다는 정부에 의한 방향이 아니라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즐길 수 있는 사람 중심 내용이다.

한류와 K-pop은 외국 매체의 시야를 크게 넓혔고 남북한 갈등과 경제 성장 이외에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게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쿨’의 상징이 됐다. ‘88 올림픽’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한국은 대중문화 수출국이 되었고 그 문화를 삼성 또는 LG가 만든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하는 세상이 되었다.

‘88 올림픽’은 미래에 대한 꿈이었다면 이번에 열리고 있는 평창 올림픽은 30년 동안 꾸준한 노력으로 이룬 꿈에 대한 축하 잔치이다. 한국은 누가 봐도 선진 민주 국가가 되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외국 매체들이 다시 남북한 갈등 중심으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2017년에 북핵 문제 때문에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아쉽다. 한반도 정세 이외의 뉴스들이 드물게 보이지만 이동 시간이 많거나 숙소가 없거나 평창에 놀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지루한 뉴스들이다.

평창은 한국에 있으니 외국 매체가 시각을 넓혀 한국 문화, 사회, 그리고 일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리 안 될까? ‘한국 알리기’가 실패했을까?

2018년은 SNS 전성시대이다. SNS와 뉴스의 관계 속에서 이번 평창 올림픽에 대한 아쉬운 점을 알 수 있다. SNS는 근본적으로 소비성이 있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동의가 개인 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뭘 보고 싶다, 뭘 올리고 싶다는 것은 같다. SNS 세상에서는 신기하거나 과대 포장이 된 자극적인 것들이 관심을 끈다.

한국은 선진 민주 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고 보면 된다. 즉, 서울의 아침 출근은 도쿄, 뉴욕, 홍콩과 큰 차이가 없다. 아파트에 사는 대중의 생활 방식은 다른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사소한 차이들이 있지만 크게 보면 비슷하다. 평창의 불편한 점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지방에서 치러지는 큰 행사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 뿐이다.

반면에 북한은 신기한 나라로 여겨져 관심의 대상이 된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이이기에 외국 매체뿐만 아니라 한국 매체도 그렇다. 한국을 방문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북한 응원단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김정은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국가 지도자로 매우 이례적인 사람들임에도 신기할 만큼 관심이 쏟아진다. 언론은 매우 비판적이지만, 모든 행보와 트윗을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SNS 시대의 정신을 잘 파악하고 선거 운동에 잘 활용했다. 2017년에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은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이 두 신기한 사람들 간의 기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SNS의 신기함을 소비하는 시대에는 정부가 계속 인적 교류를 지원하는 것 이외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인적 교류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지한 교류 속에 한국이 자연스럽게 해외에 알려질 것이고 서로 세계관이 넓어질 것이다. 좀 더 크게 보면 ‘한국 알리기’가 아니라 두 올림픽 사이에 30년 동안 잘 해 왔듯이 내적으로 더욱 ‘좋은 나라 만들기’이다. 그렇게 하면 한국은 점차 신기하지 않은 좋은 나라로 자연스럽게 잘 알려질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외국어 문화사’를 집필 중이며 참여형 새로운 외국어 교육법을 개발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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