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호평도 많지만 혹평도 많다. 그만큼 기대가 높은 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성전자 또한 그런 위치에 있는 기업 중에 하나. 재밌는 건 신제품을 내놓으면 여러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잘 팔리겠지'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갤럭시 S9, S9+'도 마찬가지다. 여러 아쉬움이 보이지만, 짧은 시간 만져본 바로는 잘 팔릴 것 같다는 거다.

일단 외형은 전작과 달라진 부분이 없다. 다만 크기와 무게에서 미묘한 변화가 있는데, S8의 경우 68.1 x 148.9 x 8.0 mm, 155g이지만, S9는 68.7 x 147.7 x 8.5 mm, 163g이다. 폭은 조금 더 넓어졌고, 상하는 조금 짧아졌는데,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이는 S9+도 마찬가지다. S8+는 73.4 x 159.5 x 8.1 mm, 173g이고, S9+는 73.8 x 158.1 x 8.5 mm, 189g이다.

그리고 후면 지문인식 센서 위치가 달라졌다. 전작에서는 카메라 바로 옆에 있었지만, 이번 모델은 카메라 하단으로 옮겼다. S8을 써본 이라면 다들 느끼겠지만, 지문인식 센서가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였는데, 결국 이를 수정했다.

여전히 제품 마감이나 색상 표현 등 외형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배터리 사건이 있긴 했지만, 이점은 노트 7부터 무척 좋아졌다.

이번 제품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카메라다. 발표에서도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했다. 우선 흥미로운 부분인 조리개부터 살펴보자. S9 카메라에는 F1.5와 F2.4로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가 하드웨어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직접 조리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동으로 작동한다. 다만 자동 모드에서는 100럭스 이상에서 F2.4로 고정되니 웬만한 낮은 조명이 아니라면 F1.5의 조리개를 느껴보긴 어렵다.

초당 960fps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기능도 들어갔다. 기존에는 120fps, 240fps가 쓰였는데, 이보다 더 빠르게 촬영된다. 즉 기존 슬로우 모션보다 더 느린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삼성은 이를 '슈퍼 슬로우 모션'이라고 부른다.

촬영 버튼을 누르고 피사체가 사각형의 박스에 감지되면 순간을 포착해 자동으로 찍는다. 편집 기능을 통해 되돌려 볼 수도 있어 결과물 자체만 놓고 보면 꽤 재미가 쏠쏠하다. 슈퍼 슬로우 모션 영상은 720p 화질로 만들어진다.

근데 슈퍼 슬로우 모션은 이미 소니에서 작년에 스마트폰에 적용한 기능이다. 이름마저 똑같다. 게다가 올해 소니는 슈퍼 슬로우 모션을 1080p(풀HD)로 만들어 낸다. 게다가 활용도 쉽지 않다. 슈퍼 슬로우 모션은 정말 순간을 찍는다. 영상으로 재생하면 6초까지 되지만, 960fps 촬영이라 정말 찰나를 잡아낸다. 일상을 촬영하기엔 그리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

AR 이모지는 무척 재밌는 기능이다. 얼굴 사진을 찍으면 3D 이모지 캐릭터로 만들어 준다는 발생은 무척 좋다. 게다가 캐릭터를 화면에 띄운 채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지으면 캐릭터가 그대로 따라 한다. 단순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 나의 분신을 통해 상대방에게 말을 할 수 있다.

향후엔 이 캐릭터를 활용한 AR, MR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다. 내 캐릭터가 게임의 주인공이 되고, 가상 캐릭터를 사용해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어렵게 느껴지던 MR을 좀 더 친숙하게 만들어 버렸고, 스마트폰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든 셈이다.

문제는 표정을 따라 하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무척 부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아이폰 X의 애니모지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새삼 애플이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삼성이기 때문에 기대감은 적잖았다. 하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더 많다. 분명 완성도는 높은 제품이다. 하지만 삼성만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판단 오류인 걸까?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우 기자 t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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