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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발행일시 : 2018-03-09 08:00
밤 사이 내린 눈 <밤 사이 내린 눈>

밤새 부는 바람소리가 심상치않다. 새벽에 눈떠서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하늘이 온통 구름에 쌓여있다. 어제 오후부터 마나슬루가 눈구름을 쏟아내다니 결국은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침먹으면서 집주인에게 날씨가 어떨것같냐고 물으니 더 많이 내릴갓 같단다. 라르케라는 포기하고 돌아가는것이 좋을거란다. 하리나 카싱이나 다들 눈내리면 포기하고 하산하라고 했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빔이 콧노래를 부른다. 내가 좋냐고 물으니 슬프단다. 슬픈데 콧노래가 나오냐고 한대 치고 싶었다. 오늘 하산하면 빔은 5일이상을 일안하고 돈버는 셈이다. 내가 일안하면 돈도 없다 했더니 얼굴이 확 변하면서 급 우울해한다. 에이전트사장하고 이야기할거라고 했다. 철없는 행동이 자꾸 반복되니 나도 참기가 어렵다.

눈이 내린 마나슬루 <눈이 내린 마나슬루>

눈이 더 퍼붓기전에 하산을 서둘러야한다. 더 늦으면 눈에 갇힌다.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우비도 꺼내입었다. 추위에 대비해서 옷도 제대로 챙겨입었다.

출발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주인아저씨가 함께 사진찍잔다. 배탈나서 계속 죽 쒀먹던 내가 정들었나보다. 부엌에서 같이 지낸 시간이 유난히 많다. 아저씨가 담에 좋은 시즌에 꼭 다시 오란다.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을 착용했다>

눈이 쏟아져서 하산하지만 눈구름덕분에 산불은 꺼졌을듯 하다. 목이 따가울 정도로 건조하던 공기가 촉촉해지고 땅바닥 먼지들이 날리지않으니 살것같다. 아이젠착용하고 걸으려니 불편한데다 속은 여전히 불편하다.

세상이 눈에 덮여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길을 내려가는데 다른 느낌이다. 어제 하늘을 검게 물들이던 연기들이 잠자고 산불이 잡힌듯 보인다. 쭘밸리입구쪽에도 눈이 내려서 산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척박한 산골에 사는 사람들이 웅장한 자연을 숭배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이 알수없는 부분에서 자연은 힘을 발휘한다. 건조한 소나무숲에 속수무책으로 번지던 산불을 마나슬루의 눈바람이 껐다니 거짓말같은 일이다. 내눈으로 보지않았다면 나도 믿지 못할일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비록 목적달성을 못하고 일정을 당겨서 내려오지만 마나슬루의 신에게 감사드린다. 오늘도 여전히 배탈이 진행중이라 고생중이지만 나와 남편이 무사히 폭설을 피해 하산한것이 감사하다. 내일 눈이 쏟아졌다면 우리는 사마가온에서 갇혀서 더 고생했을것이다. 마나슬루에 더좋은 계절에 다시 오라는 신의 뜻으로 알일이다.

여전히 문을 연 곳은 많지 않다 <여전히 문을 연 곳은 많지 않다>

올라갈때 이틀걸린 길을 하루에 내려왔다. 여전히 문연 숙소가 많지않다. 곰파옆에 자리잡은 롯지가 문을 열었다. 들어가보니 가족적이고 좋다. 똘망하게 생긴 아이가 방을 보여준다. 담요도 갖다준다.

저녁주문을 하러 부엌에 가서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은 14살이란다. 카트만두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이틀후에 헬기를 타고 간단다. 공짜로 탄단다. 마나슬루에 물자를 날라주는 헬기가 돌아갈때 동네아이들을 태우고 간단다.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의 모습>

빔은 아침에 일안하면 돈도 없다고 한다음부터 하루종일 우울하다. 남편이 나보고 그러지 말란다. 돈벌자고 하는 일인데 그냥 팁으로 주란다. 남편말이 맞다.

오늘 숙소에서는 통신이 터지는 모양이다. 빔에게 사무실에 전화하라고 해서 매니저나 사장을 바꾸라고 했다. 사정설명을 하고 5일치이상 일안하는 부분을 팁으로 주라고 했다. 비로소 빔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남편말 듣기 잘했다. 빔얼굴보니 내맘이 더 편하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늦은 시간에 옆방에 손님이 들어온 모양이다. 염불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주무신다. 아마 스님께서 묵으시는 모양이다. 혼자 주무시면서도 경을 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6] 마나슬루 트레킹(13)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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