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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9] 마나슬루 트레킹(16)

발행일시 : 2018-03-16 08:00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9] 마나슬루 트레킹(16)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느라 내려가니 주인아가씨가 열심히 티베트 브레드를 만들고 있다. 대 인원 아침을 만드느라 새벽부터 정신없이 바쁘다.

봉사 팀은 7시에 출발이란다. 어제 저녁 파티에 껴 준 것이 고마워서 가이드에게 백 불을 주면서 포카라에서 파티 할 때 맥주 값에 보태라고 했다. 같이 포카라로 가잔다. 우리는 우리 갈 길이 바쁘다. 이번엔 포카라 갈 시간이 없다.

단체사진 <단체사진>

봉사 팀이 단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우리도 이젠 친구란다. 다들 인터넷을 통해서 만난 친구들이란다. 우리 애들보다 어린 친구부터 나이 지긋해 보이는 프랑스 중년 신사도 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9] 마나슬루 트레킹(16)

우리도 아침 먹고 8시 경 길을 나섰다. 오늘은 마나슬루 트래킹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열심히 걸어서 아루갓바자르에 일찍 도착하면 고르카로 떠날 수 도 있을 듯하다. 힘내서 열심히 걸었다.

오늘따라 당나귀 일행이 유난히 많다. 콜라베시에 마방이 있어서 올라오는 당나귀 일행들이 쉼 없다. 길을 양보만 하다가는 하산하기 어려울 판이다. 이젠 요령이 생겨서 옆으로 비끼면서 걸을 수 가 있다.

당나귀 일행 <당나귀 일행>

한참 내려가는데 식당건물 2층에서 누군가 바이바이를 외친다. 나의 마부친구다. 반가워서 손을 마구 흔들어줬다. 마부 3인방이 다 같이 바이바이 외친다.

계속 가는데 당나귀일행이 금방 따라왔다. 같이 기념 촬영했다. 마부친구가 지 핸드폰으로도 찍어 달라고 한다. 남편이 찍어줬다. 네팔말도 못하고 티벳 말 밖에는 모르는 마부친구인데 맘이 통한다. 마부 3인방 중 한명은 영어도 몇 마디해서 로에 산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로에 다시 가게 되면 다시 보자고 인사했다.

한참 걷다보니 먼저 출발한 봉사 팀을 앞질렀다. 다시 보자고 인사를 날리고 열심히 걸었다. 계속 소티콜라까지 걷고 싶은데 남편이 배고프다고 칭얼댄다. 할 수 없이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9] 마나슬루 트레킹(16)

먹고 나오는데 봉사 팀이 들어온다. 캐나다친구가 나보고 동물처럼 빠르단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한 자기들을 추월하고 점심까지 먹고 떠나니 다들 놀랜다. 트래킹 막바지라 탄력이 붙었다.

드디어 멀리 목적지인 소티콜라가 보인다. 소티콜라에서 아루갓바자르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마침 대형트럭이 지나간다. 엄청 큰 트럭이라 신기해서 쳐다보다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했더니 창문을 열고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아루갓바자르까지 태워주면 된다고 했더니 타란다. 일행이 3명이라 했더니 다 타란다. 큰 배낭은 짐칸에 싣고 다들 앞좌석에 올랐다.

대형트럭을 얻어 탐 <대형트럭을 얻어 탐>

차도 무척 크더니 앞좌석도 크다. 어른 5명이 앉았는데도 좁지 않다. 나는 거의 눕는 듯 편하게 앉았다. 트럭은 소티콜라를 지나고 한 시간을 더 달린다. 들어올 때는 해진 뒤 밤길이라 못보고 들어온 길인데 감회가 새롭다.

트럭은 한 번씩 험한 길을 만나면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보조가 내려서 돌을 놓아서 길을 만들며 가기도 한다. 평생 이렇게 키 큰 차는 첨 타본다. 도로공사용으로 사용되는 트럭인 듯싶다.

아루갓바자르에서 내렸다 <아루갓바자르에서 내렸다>

선글라스를 멋지게 쓴 기사 아저씨는 우리를 아루갓바자르에 내려주고 다시 갈 길을 떠난다. 덕분에 내리자마자 고르카행 버스를 탈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딱 맞다. 귤 5개를 사서 버스에 올라타서 기사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기사의 딸 <버스기사의 딸>

기사가 어린 남매를 데리고 운전을 한다. 딸이 기사와 똑같이 닮았다. 졸린 지 엎드려 잔다. 아들은 차장 옆에 앉아간다.

고르카로 가는 길은 새로 공사 중 이다. 처음에는 포장도 되어있어서 괜찮겠다 싶었는데 잠시 뒤 길은 난생 처음 겪는 장시간의 먼짓길이 시작된다. 옷부터 배낭까지 먼지를 흠뻑 뒤집어썼다. 털어도 소용이 없다. 그냥 포기하고 먼지를 받아들였다.

길이 얼마나 덜컹거리는지 기사 딸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머리를 운전석옆쪽에 부딪혀 운다. 차장이 안아서 달랜다. 아마 엄마가 없는 모양이다. 버스를 타고 다닌 지 오래 된 듯 익숙해 보인다. 아빠기사가 어린 남매를 데리고 운전하는 모습이 짠하다.

고르카로 가는 길 <고르카로 가는 길>

어느덧 해는 지고 덜컹덜컹 버스는 계속 달린다. 갑자기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버스가 섰다. 도로 한 복판에 큰 나무가 쓰러져있어 포클레인이 치우는 중이다. 기사가 버스 앞쪽에 향을 피운다. 밤길에 무사운전을 비는 모양이다.

잠시 뒤 포클레인이 나무를 치우고 버스는 다시 출발을 했다. 도로 상태를 보니 대절택시로는 도저히 갈 길이 아니다. 로컬 버스타기를 잘한 듯싶다.

드디어 버스가 고르카에 도착했다. 10년 만에 다시 고르카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10년 전 묵었던 호텔 건너편에 번듯한 호텔이 서있다. 고르카시내에서 제일 좋아 보인다. 일단 들어가서 제일 좋은 방으로 달라고 했다. 방은 크고 소파도 있다. 산속 롯지에서 지내다오니 그저 그런 방도 고급 호텔 스위트룸 같아 보인다. 침대 시트가 흰색인 것만 해도 벅차게 감동이다.

버스 뒷편에서 <버스 뒷편에서>

빔이 우리 짐을 내려준다. 5일을 당겨서 하산했지만 5일치는 팁으로 가지라고 했다.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다. 알고 지내던 에이전트에 퍼밋 대행료 교통비 다 포함해서 한꺼번에 지불한 탓이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빔을 보냈다.

짐을 대충 내려놓고 저녁 먹으러 나가니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과일 좀 사고 가게에서 주스 등 군것질거리도 샀다. 하나 남은 라면을 드디어 끓여 먹었다.

샤워를 하려고 보니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리셉션에 가서 이야기하니 핫코일을 준다. 온수는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나온단다. 직원이 영어가 짧아서 이해는 안 되는데 할 수 없다.

물을 데우는 핫 코일 <물을 데우는 핫 코일>

핫코일을 가져와서 물을 데워서 샤워했다. 산에서 밀렸던 빨래도 다했다. 고르카로 오던 길에 덤으로 얻은 먼지 덕분에 빨래에서 나오는 구정물이 헹궈도 끝이 없다.

겨우 빨래를 마치고 자리에 누웠다. 남편이 호텔에 빨래를 맡기지 않는다고 뭐라 한다. 네팔의 빨래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빨래 맡겼다간 더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네팔이나 인도에서 호텔에 빨래 맡기면 알 수없는 색으로 염색해서 돌려받기 일쑤다. 내 손으로 뽀득뽀득 빠는 게 제일 좋다.

긴 하루를 보내고 자리에 누웠는데 눈이 말똥거린다. 산에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몸이 도시에 온 것을 먼저 아는 모양이다. 어느새 도시 여자로 변신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19] 마나슬루 트레킹(16)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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