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입구
박물관 입구

10년 전 처음 고르카에 왔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고르카왕궁으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두르바르광장을 지나 박물관에 먼저 들렀다.

박물관 내부
박물관 내부

고르카가 왕국이던 시절의 역사를 볼 수가 있다. 크지는 않지만 융성했던 과거를 볼 수가 있다. 전시물보다 건물자체도 볼만하다. 17세기부터 샤왕조의 역사를 잘 정리해놓아서 네팔의 역사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산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30분 이상을 걸어 올라서 능선에 도착했다. 능선을 따라서 성벽이 이어진다. 성벽 따라 걷는 산책로가 한적하고 좋다.

10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힌두축제와 겹쳐서 수많은 행렬이 이어졌었는데 오늘은 한가롭다. 산위 고르카왕궁에는 힌두사원과 본궁이 있다. 먼저 힌두사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가죽으로 된 것은 신발뿐만 아니라 벨트도 빼놓고 들어오라고 되어있다. 힌두사원답다. 들어서니 사람들이 사원에 공양물을 바치고 있다. 나는 준비한 것이 없어서 돈으로 때웠다. 향을 사려고 하니 사람들이 공짜로 나눠준다.

지진에 무너진 왕궁
지진에 무너진 왕궁

힌두 사원 옆 왕궁은 지진으로 다 허물어졌다. 힌두사원이 멀쩡한 것이 신기하다. 고르카가 지진의 진앙이라더니 왕궁이 무너진 것이 애석하다. 위쪽 왕궁은 다행히 무사하다.

왕궁 뒤쪽으로 돌아서니 눈앞에 마나슬루가 펼쳐진다. 낮 시간 지열로 시야가 흐린 것이 애석하다. 마나슬루를 눈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올라온 보람이 있다.

고르카 왕궁
고르카 왕궁

위 왕궁 쪽으로 가니 귀여운 아가씨가 사진을 찍고 있다. 외국인인가 싶어서 물어보니 포카라에서 왔단다. 한국에서 왔다니 같이 사진 찍잔다.

점심 먹을 만한 곳을 찾아 내려가다가 올라오는 길에 만난 처자들을 만났다. 간식으로 먹던 것을 먹어보란다. 라면 과자 맛이다. 뒤쪽 공터에 가서 일행들하고 같이 밥 먹잔다. 네팔 시골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모양이다.

염소나 닭의 목을 자르는 곳
염소나 닭의 목을 자르는 곳

고르카는 힌두성지이기도 해서 시골이나 카트만두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오기도 한다. 고르카사원에 올 때는 염소나 닭을 채로 데려와서 목을 잘라서 목은 사원에 바치고 몸은 왕궁아래 식당에서 손질해서 요리를 해서 나눠먹는다.

우리는 비위가 약해서 같이 먹자고 해도 못 먹는다. 10년 전에도 어느 대가족모임에 껴서 초대되었는데 결국 먹는 것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네팔사람들 인심은 변함이 없다.

빠니뿌리
빠니뿌리

도저히 제대로 먹을 곳이 없어서 포기하고 전망대쪽으로 가는데 포장마차가 보인다. 꽈배기와 스펀지케이크를 판다. 하나씩 사서 먹는데 포장마차 아저씨가 만드는 것이 신기하다. 구경하니 청년 둘이 주문한 거란다. 청년이 하나 맛보라고 준다. 생각보다 맛있다. 하나 더 먹으라고 또 준다. 빠니뿌리라는 길거리음식이란다. 10년 전 상황하고 어쩐지 비슷해지는 기분이다.

염소 해체 중
염소 해체 중

전망대가서 마나슬루를 다시 또 보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힌두사원에 목을 바친 염소한마리가 해체되는 장면을 다시 만났다. 남편하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내려왔다.

호텔로 오는 길에 과일가게 들러서 포도 귤 땅콩을 샀다. 옆에 서있던 아저씨가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건다. 한국 보령에서 3년 동안 일했었단다.

호텔로 와서 내일 치트완가는 택시를 부탁하고 방으로 왔다. 짐도 챙기고 뒹굴 거리다가 호텔식당으로 가서 저녁주문을 했다. 라씨를 마시고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남자가 한국말로 통화를 한다. 창원에서 3년 동안 일했었단다.

빨래터
빨래터

건너편 남자가 주문한 모모는 나왔는데 우리 달밧은 나오질 않는다. 물어보니 8시에 나온단다. 산골에서는 제일 쉬운 것이 달밧이더니 도시에 오니 먹기가 어렵다. 포기하고 닭튀김과 야채튀김 달을 따로 시켰다. 식당이 추워서 방으로 갖다달라고 했다.

방으로 와서 기다리니 음식을 갖다 준다. 닭튀김도 맛있고 야채튀김도 맛있다. 어제 식당 찾아서 돌아다닌 것이 우습다. 호텔 안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몰랐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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