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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22] 치트완 국립공원(1)

발행일시 : 2018-03-23 07:00
새벽거리를 걸어서 <새벽거리를 걸어서>

아침6시에 오기로 한 택시가 안 온다. 아침도 안 먹고 체크아웃하고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안 온다. 카트만두라면 미리 와서 대기 중일 텐데 황당하다. 리셉션직원이 다른 택시 찾는다고 여기저기 전화해도 소용없다. 길에 나가봐도 택시 같은 건 안 보인다.

그냥 버스타고 가기로 했다. 네팔 로컬 버스에 적응되어서 탈만하다. 긴 시간 가는데 구경거리도 많다. 살아가는 냄새가 풀풀 난다. 치트완까지 편하게 가볼까 했는데 편하게 다닐 팔자가 아닌 모양이다.

짐을 지고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갔다. 마침 치트완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 중이다. 6시30분 버스에 탔다. 겨우 자리 잡고 앉았다. 오늘 탄 버스는 창문들이 다 멀쩡하다. 인도서 수입한 중고버스인지 인도식이다. 좌석 간 간격이 심하게 좁다.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고>

꼬부랑 산길을 한 시간 가량 내려가니 카트만두에서 오는 대로를 만난다. 이름은 하이웨이라고 하는데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다. 200킬로 가는데 10시간 걸리는 고속도로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큰 도로를 만나니 속도가 다소 달라진 느낌이다. 기사가 운전을 정말 잘한다. 트럭들을 마구 제친다. 좁은 도로에서 트럭들 추월할 때는 패주고 싶을 정도다. 옆으로 봐도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다. 앞자리에 안 앉길 잘했다.

도로 공사 중 <도로 공사 중>

네팔국토는 지진이후 온 나라가 도로공사중이다. 예전에는 도로가 불편하긴 해도 공사 중인 구간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산골까지 새 도로를 놓고 있다. 지진성금으로 새 도로를 만드나싶을 정도다.

엉뚱한 곳으로 돈이 새는 것보단 도로 공사 하는 것이 좋아 보이긴 한다. 우리도 지진성금을 보냈었는데 국가가 도로 사업에 쓴다면 그것이 더 보람 있을 것도 같다.

휴게소 풍경 <휴게소 풍경>

중간에 어김없이 휴게소식당에 선다. 우리는 준비해온 간식과 과일을 버스에서 먹었다. 휴게소에서 남편에게 먹고 싶은 것이 있나 물으니 인상부터 쓴다. 비위가 약해서 아직도 네팔 길거리음식에는 손이 안 간다. 배탈 나는 것보단 안전한 것이 좋다.

다시 버스가 출발해서 치트완의 주도 바라트푸르에 도착했다. 네팔 도시답지 않게 깔끔하다. 공항도 보인다. 거대한 정글 숲도 보인다. 아시아최대의 정글에 온 것이 실감난다.

바라트푸르부터는 버스가 수시로 정차해서 사람들을 내려준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지 사우라하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택시기사가 다가온다. 호텔이름을 말하니 5백 루피 달랜다.

툭툭이를 타고 <툭툭이를 타고>

바로 옆에 툭툭이가 있다. 3백 루피 줄 테니 가자고 하니 좋아한다. 치트완에 왔으니 오픈카를 즐길 일이다. 공기도 좋고 평화로운 전원이 펼쳐진다. 치트완국립공원은 네팔을 떠올리면 항상 그리운 곳이다.

10년 만에 다시 오니 많이 변했다. 호텔이 엄청 많아졌다. 사우라하가 치트완의 관광거점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열인 느낌이다. 10년 전만 해도 리조트 몇 개 있는 것이 다였는데 놀랍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22] 치트완 국립공원(1)

예약한 호텔에 왔다. 아직 체크인시간이 아니라 방이 준비 중이란다. 강이 보이는 발코니 넓은 방을 예약했다. 일단 호텔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치킨버거를 시키고 나는 바나나 팬케이크를 시켰다. 치킨버거도 야릇하고 팬케이크는 빈대떡수준이다.

투어가이드가 와서 치트완투어를 설명하려한다. 10년 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가이드 말이 공원입장료가 3배나 올랐단다. 오래전 했었던 투어 중 알짜만 제대로 즐기기로 했다. 오늘은 일단 늘어지게 쉴 작정이다.

호텔 방 <호텔 방>

방이 준비되어서 올라갔다. 뷰가 제일 좋은 3층 방이다. 창문이 벽 양쪽으로 있어서 전망은 완전 좋다. 남편도 좋아한다. 발코니에 병든 닭처럼 자리를 잡고 휴식모드로 들어선다.

배낭을 빨았다 <배낭을 빨았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낭을 빨았다. 때뿐 아니라 먼지 모래가 장난 아니게 나온다. 소위 네팔파우다이다. 구석구석 빠느라 한참 걸렸다. 배낭을 햇빛에 널고 나니 기분이 완전 좋다. 볕 좋은 날 빨래해서 너는 것은 아줌마의 힐링이다.

늘어지게 쉬다가 여행자거리로 나갔다. 외국인들이 꽤 보인다. 괜찮아 보이는 식당들도 보인다. 그 중 나아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22] 치트완 국립공원(1)
인도식 야채정식 <인도식 야채정식>

남편은 스테이크를 시키고 나는 인도식 야채정식을 시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었다. 남편은 질긴 스테이크와 잘 안 드는 나이프로 사투를 벌인다. 내일은 스테이크를 안 먹겠단다.

거리의 코끼리 <거리의 코끼리>

사우라하거리에는 코끼리가 자전거처럼 다닌다. 한 번씩 똥을 거리에 퍼질러도 그다지 더럽지가 않다. 코끼리 똥은 거의 풀 투성이 반죽느낌이다. 희한하게도 금방 깨끗한 거리가 된다.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치우는 듯싶다.

주스를 사러 마트에 들어가니 한국라면이 종류대로 있다. 신기하다. 간식으로 끓여먹을 겸 샀다. 없는 것 빼고 다있는 느낌이다.

강가로 가서 석양을 보며 호텔로 돌아왔다. 10년 전 갈대를 이고 집으로 돌아가던 여인들의 행렬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사우라하가 관광거점이 되면서 부자동네가 된 느낌이다. 더 이상 따루족들의 갈대지붕이 보이지 않는다. 근데 이 많은 숙소들이 제대로 장사가 되는지 궁금하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히말라야편 Day-22] 치트완 국립공원(1)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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