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시민들이 '참이슬'과 '진로24'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시민들이 '참이슬'과 '진로24'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현재 방송 중인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맥도넬은 집에서 쌀을 발효시켜 소주를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막을 내린 한 공중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도와 멕시코, 독일, 핀란드 출신 출연자는 이구동성으로 한국 소주 맛에 감탄해 즐겨 마시고 심지어 자국으로 소주를 가져가 즐기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서민술' 소주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류를 만들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는 꾸준히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수입맥주와 와인 등 해외 주류업체의 적극적인 공세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류업체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을 통한 수출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류 열풍'은 이런 주류업체에 좋은 호재가 되고 있다. K-푸드 등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우리 술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술인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제주소주, 무학 등 국내 대표 소주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소주의 세계화'를 외치며 수출 확대와 외국 현지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진로포차 1호점에서 베트남 젊은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진로포차 1호점에서 베트남 젊은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먼저 올해로 소주 수출 50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설립 100주년 프로젝트 '글로벌 비전 2024'를 통해 소주 세계화를 진행 중이다. 하이트진로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24년까지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중심에 소주가 있다. 1968년 베트남전쟁 파견 군인을 위해 소주를 처음 수출한 하이트진로는 세계 88개국에 '참이슬'을 포함한 93개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비전 2024에 맞춰 높은 인구성장률과 한류 열풍 등으로 빠르게 소주 시장이 커지는 동남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발리, 미얀마 양곤 등 세계 거점 공항 면세점에 참이슬을 입점시켰다. 베트남 호찌민에는 지사를 개설하고 해외 첫 소주브랜드 전문점인 '진로포차'를 오픈했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도 소주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사업본부 산하에 신시장 개척팀을 새로 조직했다. 1차 목표는 우간다를 포함해 가나,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지역 국가다.

소주 한류가 불면서 국내 소주업체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 다낭 면세점에 입점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사진=롯데주류 제공
소주 한류가 불면서 국내 소주업체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 다낭 면세점에 입점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사진=롯데주류 제공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하 롯데주류)도 세계 주류시장에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간다.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현지 맞춤형 전략을 선보이며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롯데주류는 올 초 '순하리 딸기'를 수출 전용 제품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해외 10여 국가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음용 테스트를 마쳤으며 지난 2월부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판매에 들어갔다. 현지 관심으로 출시 전부터 10만병가량 판매처를 확보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롯데주류는 증류식 소주 '대장부'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규모 주류 품평회인 'SIP(Sprits International Prestige)'에서 소주 부문 은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입증, 이를 계기로 북미와 대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소주 한류가 불면서 국내 소주업체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북미 한 대형마트에서 롯데주류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살펴보는 미국인 현지 고객. 사진=롯데주류 제공
소주 한류가 불면서 국내 소주업체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북미 한 대형마트에서 롯데주류의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살펴보는 미국인 현지 고객. 사진=롯데주류 제공

여기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안테나숍(빠른 시장 파악을 위한 직영매장)인 '처음처럼 펍(Pub)'을 오픈했다.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 면세점에 처음처럼을 입점시키며 주력 제품인 '처음처럼'의 해외 진출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애주가로 알려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2016년 12월 인수한 제주소주는 지난해 10월 몽골에 2만4000병을 수출했다. 현지에서 저도주인 '짧은밤'과 고도주인 '긴밤'은 하루 평균 100병 넘게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상남도 대표 주류업체인 무학 역시 '좋은데이'와 과일 리큐르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앞세워 아시아, 유럽, 미국 및 중남미 등 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소주인 '한라산'은 몽골, 태국, 캐나다, 필리핀, 일본, 호주 등에 이어 최근에는 태국 시장에 진출했다.

소주와 함께 토종 위스키와 막걸리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는 위스키 시장에서 나 홀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골든블루는 벨기에 '몽드셀렉션 주류품평회(Monde-selection)'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SWSC)' 등에서 수상한 저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다. 국내 대표 전통주기업인 국순당은 현재 50여 개국에 '국순당생막걸리' 등을 수출하고 있다. 한류 열풍 영향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본 시장을 겨냥한 '국순당 생막걸리 벚꽃에디션' 등 특화 상품으로 현지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주문화의 변화와 수입맥주, 와인 등의 공세로 주류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한류 열풍으로 소주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류 한류'가 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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