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수준의 숙소다보니 아침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침대스프링이 낡은 건지 자고나니 등짝이 욱신거린다. 등짝보다 배고픈 것이 더 괴로워서 숙소를 나섰다.

선착장 쪽으로 가도 식당이라고 변변찮은 것이 없다. 하랄푸드 식당이 있는데 끌리지가 않는다. 할 수 없이 편의점으로 가서 꼬치하고 커피를 사서 먹었다. 내가 있는 이곳이 태국이 맞는지 의아하다.

편의점
편의점

새벽에는 이슬람 기도소리가 나를 깨우고 새소리 닭 울음소리 외에는 소음이 없다. 간간이 모터사이클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소란하지 않고 겸손하다.

오늘 내가 들어갈 섬에 대해서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없다. 국립공원이라는데 숙소정보도 없다. 코리페 가기 전에 들러보자는 마음으로 배표를 산건데 잠 잘 수 있는 집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동네에서는 물어볼 곳이 없다. 선착장에는 온통 코리페로 가는 정보와 투어상품들 간판만 요란하다.

국립공원 직원
국립공원 직원

배시간이 되어서 선착장으로 갔다. 따루따오국립공원 사무소가 있어서 들어갔다. 섬 안에 숙소가 있냐고 물으니 예약해줄 수 있단다. 에어컨 있는 방이 없단다. 다행히 오늘은 일요일이라 섬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숙소사정이 좋을 거라 한다. 섬에 도착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스피드보트
스피드보트

스피드보트가 수시로 들어온다. 따루따오 섬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한번밖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스피드보트가 꽉 찬다. 빈자리 없이 꽉 채우고 출발을 한다.

30분 만에 따루따오섬에 도착했다. 숙박하려고 짐을 들고 내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들 50분 동안 정박한 시간에 내려서 잠시 사진 찍고 다시 배를 타고 떠난다. 이 섬에 내리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따루따오섬
따루따오섬

비지터센터에 갔다. 숙소를 비지터센터에서 관리한다. 해변에 위치한 방으로 선택했다. 에어컨 있는 방은 없단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있단다. 선풍기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갔다. 섬인데도 해산물이 없단다. 할 수없이 치킨볶음밥을 시켰다.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었다.

방은 널찍하다. 발코니에 서니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 비치에는 캠핑장이 있다. 최고의 위치에 큼직한 텐트가 자리 잡고 있다.

짐을 풀고 섬을 돌아보려고 나갔다. 지도에 표시된 악어동굴 쪽으로 갔다. 아무리 찾아도 길이 없다. 울창한 정글 숲을 헤치고 갈수가 없다. 주민인 듯 보이는 아저씨께 물어보니 악어동굴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단다.

해변
해변

비지터센터로 가니 닫혀있다. 배가 도착할 때만 잠시 문을 여는 모양이다. 선착장으로 가서 물어보니 배들이 전부 스노클링투어 나갔단다. 할 수없이 포기하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카메라에 미니삼각대를 달았다. 오랜만에 운동 삼아 힘차게 걸어 올라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숨이 턱에 차오르다 갑자기 막힌다. 셀카 찍을 힘도 없이 힘들다. 더위를 먹은 듯 하다.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고 다시 올랐다.

드디어 전망대에 올랐다.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립공원이라 온 섬인데 특별히 할 것이 없다. 걷는 길도 있고 자전거 타는 길도 있는데 더위를 먹고 나니 의욕을 잃었다. 혼자 걷다가 쓰러지면 큰일이다.

전망대
전망대

방으로 와서 샤워하고 집 앞에 있는 해먹에 자리를 잡았다. 천국이 따로 없다. 바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준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좋다.

저녁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갔다. 메뉴를 보니 먹을 것이 없다. 새우튀김을 시켰다. 그나마 먹을 만하다. 맥주도 한 캔 시켰는데 시원하지가 않다.

저녁 먹고 선셋도 볼 겸 바닷가를 걸었다. 인적이라곤 없는 바닷가멀리에서 한 가족이 뭔가를 줍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조개와 소라를 줍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는 특별한 소라란다. 같이 가서 먹자고 한다. 동생이 국립공원직원이라 놀러왔단다. 숙소가 12km나 떨어져있단다. 돌아올 일이 걱정이라 사양했다.

방으로 돌아오니 전기가 들어온다. 선풍기를 켜도 덥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도 오래 머물기는 힘든 곳이다.

야생돼지가 돌아다니고 신기한 새를 집 앞에서 만난다. 하늘에는 금빛독수리가 난다. 물 빠진 해변을 걷는 것도 좋다. 그래도 내일은 떠나고 싶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나를 감싼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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