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간편식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오뚜기 3분카레' 제품 출시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국내 최초의 간편식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오뚜기 3분카레' 제품 출시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1969년 5월 (풍림상사(오뚜기 전신)가 분말 형태 '오뚜기 카레'를 출시한 해)

-1981년 4월 (국내 최초 간편식으로 인정받는 '오뚜기 3분카레' 출시 해)

-11억3000만개 (판매량 집계가 가능한 1997년부터 2017년 말까지 20년 동안 오뚜기 3분카레 제품 누적 판매량)

-20억개 (1981년부터 2017년 말까지 오뚜기 3분카레 제품 추정 누적 판매량)

-23개, 40개 (1997년부터 2017년 말까지 20년 동안 오뚜기 3분카레 제품 누적 판매량과 1981년부터 추정 판매량을 국내 인구수로 환산했을 경우 1인당 섭취량)

최근 1인 가구 및 미혼 증가, 여성 사회적 지위 향상 등 영향으로 식생활이 크게 변화했다. 그 동안 주부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를 했지만 이제는 쉽고 빠르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바로 '가정식 대체식품(HMR·Home Meal Replacement, 이하 간편식)'이다.

간편식은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조리〃포장해 놓은 식품을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나온 간편식 분류는 △구입 후 바로 섭취가 가능한 '즉석 간편식(RTE·Ready To Eat)' △단순 가열 후 섭취가 가능한 '가열 간편식(RTH·Ready To Heat)'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간단요리 간편식(RTC·Ready To Cook)' 세 가지다.

국내 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20%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즉석섭취조리식품+냉동간편식) 소매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87억원 정도다. 같은 기간 즉석섭취조리식품만 보면 1조2186억원 규모다. 이를 2013년과 비교하면 각각 44.1%와 56.7% 증가했다.

카레요리법에 대해 소개한 동아일보 1925년 4월 8일자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카레요리법에 대해 소개한 동아일보 1925년 4월 8일자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민 식재료로 각광받는 '카레'

간편식은 10명 중 4명(41.2%, 한국농식품유통공사 자료)이 일주일에 1~2회 정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화된 간편식이 국내 등장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오래된 현존 간편식 제품은 1981년 4월 오뚜기에서 출시한 '오뚜기 3분카레'다. 지금부터 37년 전이다.

조흥화학공업 오뚜기 카레 광고. 1969년 7월 23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조흥화학공업 오뚜기 카레 광고. 1969년 7월 23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오뚜기 카레는 오뚜기 창립자인 고(故) 함태호 회장이 1959년 지인과 설립한 조흥화학(현 오뚜기 계열사 조흥)에서 처음 내놨다는 것이 회사 공식 입장이다.

제일식품화성주식회사의 '스타카레' 광고. 1963년 8월 3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제일식품화성주식회사의 '스타카레' 광고. 1963년 8월 3일자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물론 이전에도 카레 제품은 있었다. 1925년 4월 21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카레요리법이 소개됐고, 같은 신문 1963년 8월 3일자에는 제일식품 화성주식회사 '스타카레' 제품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당시 유행했던 카레제품에 대해 소개한 1968년 2월 16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1960년대 후반, 당시 유행했던 카레제품에 대해 소개한 1968년 2월 16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조흥화학 공업의 사업에 대해 소개한 1969년 5월 15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조흥화학 공업의 사업에 대해 소개한 1969년 5월 15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또 1968년 매일경제신문(2월 16일자)을 보면 “국산 카레 분(가루)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파는데 '스타' '타밀' 'NCB' 등이 20~25g짜리 1병에 45원이고 외제로는 미제 '실링'에서 36g짜리가 100원, 일제 'SB' 400g짜리 제품이 800원”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는 고기·홍당무·감자까지 완전히 배합돼 끓이기만 하면 되는 완제(完製)품으로는 '미영식품' 3인분 제품이 100원이며 야채 등을 뺀 반제(半製) 제품은 '신한제분' '오뚜기'와 일제 제품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뚜기 측에 신한제분과 조흥화학, 풍림상사(현 오뚜기 전신)에서 '오뚜기'라는 같은 이름 제품이 유통된 것에 대해 문의 했지만 관련 기록이나 도움말을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

오뚜기가 살균햄버거 제품을 출시했다는 1983년 6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오뚜기가 살균햄버거 제품을 출시했다는 1983년 6월 28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오래전부터 '카레'를 식재료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오뚜기 측에 따르면 카레 제품이 주목을 받은 것은 주식인 쌀과 연관이 있다. 또 매운 맛을 즐기는 기호도 관련이 깊다.

1969년 5월 풍림상사(오뚜기 전신)를 세운 고 함태호 회장은 이 무렵 국내 최초로 '라면'이 생산([마켓&][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最古 38] 46년 역사의 '용기면'…삼양 '컵라면'으로 출발 농심 '사발면'으로 정점, 전자신문 2018년 4월 17일자 참조)되면서 카레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 라면과 카레의 성장 곡선을 대입한 결과 성공을 확신했고 사업을 시작했다. 최초 '오뚜기 카레'가 5인분으로 포장됐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인구 수가 5.2명임을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풍림상사는 회사 출범 당시 외제 상품 일색의 카레 시장에서 힘겹고 외로운 경쟁을 벌여야 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와 입맛이나 기호가 비슷한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일 합작사인 한국S&B식품 주식회사의 'S&B순카레' 일본제 즉석카레 '하우스 인도카레' 등이다.

오뚜기는 외제 상품 시장 점유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소비자 국산 제품 인식이 낮은 불리한 여건에도 철저한 품질관리와 공격적 영업 전략으로 1년 뒤에는 경쟁사를 압도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레토르트(간편식) 제품 판매 경쟁에 대해 다룬 1983년 4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레토르트(간편식) 제품 판매 경쟁에 대해 다룬 1983년 4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우리나라 최초 간편식 '오뚜기 3분카레'

분말 형태 제품을 선출시했던 오뚜기는 1981년 '3분카레'를 내놓으면서 국내 간편식 시장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간편식(레토르트) 제품은 △차단성 용기를 이용해 미생물 접촉을 차단하고 무균성을 유지하며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장기간 유통 및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원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 등이 필수 요건인 만큼 첨단 컴퓨터를 적용한 최신 설비를 갖추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제품을 생산해 가면서 노하우를 쌓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뚜기 3분카레 순한맛 출시 당시 제품 포장.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 3분카레 순한맛 출시 당시 제품 포장. 사진=오뚜기 제공

1980년대 초반 '오뚜기 3분카레' 제품 출시 TV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1980년대 초반 '오뚜기 3분카레' 제품 출시 TV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1981년 '3분카레 순한 맛'과 '3분카레 약간 매운맛' '오뚜기 3분카레 매운맛'을 각각 생산했으며, 10월에는 '3분하이스'를 선보였다. '오뚜기 3분카레' 등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첫 해에만 400만개를 웃도는 판매기록을 세웠다.

즉석에서 아무 때나 카레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순한맛, 매운맛, 약간 매운맛 등으로 소비 계층에 따른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영양가 높은 완전 조리식품이라는 레토르트 식품 장점이 소비자에게 철저히 인식된 결과였다.

특히 카레는 어린이가 선호하는 음식이었지만 가정에서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때문에 쉽게 식단에 올리지 못하는 점을 해결하고 차별화된 3종이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아 떨어진 결과다.

오뚜기 3분요리 제품군. 1981년 4월 22일 지면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 3분요리 제품군. 1981년 4월 22일 지면 광고. 사진=오뚜기 제공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오뚜기는 12월에 공장을 신축하고 생산 인원을 늘리는 한편,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듬해인 1982년 2월 한 달 동안 '오뚜기 3분짜장' '오뚜기 3분쇠고기짜장'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 레토르트 식품 생산량과 품목이 증가하자 생산과를 신설해 레토르트 식품 생산을 전담토록 했다.

간편식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확대에 따라 영업사원은 매출 증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물량 확보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각 거래처에서는 레토르트 식품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주지 않으면 다른 제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였다.

이후 국민소득 증대와 '86 아시아게임' 및 '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급격한 소비 형태 변화와 더불어 간편식은 인기 제품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면서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오뚜기는 간편식 호황에 힘입어 전체 인원 수가 늘어나고 생산량도 급신장했다. 그 결과 매출액은 1979년 처음으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1980년 135억원, 1981년 216억원을 돌파했다. 출범이래 10년이 걸려 100억원을 달성한 지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동안 오뚜기 3분카레류는 판매량을 확인 할 수 있는 1997년부터 2017년 말까지 20년 동안 11억3000만개가 팔렸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5000만명으로 환산) 1인당 23개 정도를 소비한 것이다. 1981년부터 계산하면 추정 누적판매량은 20억개에 달한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