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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발행일시 : 2018-05-14 09:00

페낭 조지타운의 첫인상은 오래전 호이안에서 받은 느낌과 비슷하다. 그 느낌이 좋아서 여러 번 호이안을 갔었는데 이젠 더 이상 가지 않는다. 호이안은 단체관광객으로 좁은 골목길이 터질듯 괴롭다. 더 이상 내게 안식처가 아니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조지타운은 크기로만 비교해도 호이안의 열배가 넘는다. 골목은 셀 수도 없이 많고 구석구석 재미가 넘친다. 3박4일 동안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10시간을 잤다. 푹 자고났더니 배가 고프다. 1층 코트야드 식당으로 갔다. 아침이 지나치게 부실하다. 로컬푸드라고 주는데 인도음식이다. 그러고 보니 직원이 죄다 인도인이다. 그냥 토스트와 커피 야쿠르트로 배를 채웠다.

로컬푸드 <로컬푸드>

방에서 쉬면서 호텔 안내책자를 보니 맛집 추천 기사가 있다. 사이공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말레이시아 로컬푸드는 포기다. 다국적 동네에 왔으니 음식도 다국적으로 즐겨야겠다.

콜로니얼풍에 어울리게 귀부인모드로 길을 나섰다. 등굣길 한눈 파는 아이처럼 눈길이 자꾸 옆으로 간다. 구경거리가 넘나 많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러브레인에 다시 들어왔다. 어제 저녁하고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떼로 다닌다. 학교가 보인다.

큰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러블리한 아가씨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잔다. 호주서 왔단다. 엄마가 예전에 페낭에 왔었는데 조지타운을 강추했단다. 말하는 내내 엄마를 사랑하는 맘이 넘친다. 내 딸도 혼자나 친구와 여행하면서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면 좋겠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잠시 이야기하는 동안 고향의 조카를 만난 듯 푸근해졌다. 러브레인에서 사랑을 만났다. 사람이 사랑이다. 걸으면서 행복하고 서로 행복을 나누는 것이 사랑이다.

예쁜 집 앞에 트라이쇼가 잔뜩 서있다. 관광버스도 서있다. 페라나칸 맨션이라는데 내부가 화려하다. 박물관으로 전시중이다.

페라나칸 맨션 <페라나칸 맨션>

드디어 사이공국수집에 도착했다. 베트남쌀국수를 고급지게 먹는 것이 맘에 든다. 세트메뉴를 추천하는데 간단하게 비프볼 쌀국수로 시켰다. 라임즙 잔뜩 넣고 국물까지 흡입했다.

사이공국수 <사이공국수>

디저트를 먹으러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갔다. 크레페 케이크가 유명한 집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파스타 먹는 모습을 보니 파스타도 당긴다. 배가 부른 것이 한이다.

마차라테와 크레페 케이크를 시켰다. 크레페를 쌓아서 케이크를 만든 것이 대단하다. 맛보다도 정성에 감탄하며 먹었다.

크레페 케이크 <크레페 케이크>

관광정보센터에 들어갔다. 별 생각 없이 페낭힐 가는 방법을 물었다. 롱롱타임어고 엄마랑 갔던 생각이 났다. 당시에는 택시를 타고 갔었다. 친절한 직원이 버스 타는 방법을 알려준다.

시내공짜셔틀버스를 타고 꼼따르로 가서 204번 버스를 타란다. 갑자기 동한다. 공짜셔틀을 타고 꼼따르에 내려서 204번을 탔다. 타고 보니 아이르이땀에도 가는 버스다. 극락사에 갈까 말까 갈등 중이었는데 잘되었다.

아이르이땀에서 내려서 극락사로 갔다. 잠시 들러 촛불이나 켜자고 했는데 가서보니 엄청 큰 절이다. 초를 사면 스님이 덕담을 해준다. 내 차례가 되니 스님께서 할 말이 없으신듯하다.

극락사 <극락사>

부모님을 위해 초를 3개사겠다고 하니 축복해주신다. 다른 사람들 하는 대로 따라서 부처님과 문수보살 보현보살께 절 올리고 초를 좋은 자리에 놓았다. 마음한구석이 뿌듯하다.

관음탑 꼭대기에 올라 내려 보니 페낭시내를 극락사가 껴안고 있는 듯 보인다. 정말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촛불 밝히고 기와불사하기를 잘했다. 내 맘이 좋으니 좋은 게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걸어서 페낭힐 푸니쿨라역으로 왔다. 옛날보다 엄청 깔끔해지고 커졌다. 푸니쿨라도 새것으로 바뀌었다. 표를 사고 푸니쿨라를 타고 페낭힐로 올랐다. 귀가 먹먹해지더니 뻥 뚫리고 정상에 도착했다. 페낭시내가 내려보인다. 사진을 찍어도 뿌옇다. 눈과 가슴에 실컷 담았다.

푸니풀라 <푸니풀라>

페낭힐 정상에는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잘 만들어져있다. 걷고 싶어서 걸었다. A패스와 B패스를 걸을 때는 사람을 1도 못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망대근처에 머물거나 부기를 타고 다닌다. 울창한 숲길을 혼자 독차지하고 걸으니 상쾌하다. 열대우림의 숲 향기가 가슴에 가득 찬다.

스카이 트레일도 걸을까 하다가 관뒀다. 석양시간요금을 받는데 7시에 문을 닫는단다. 말이 안 된다. 말레이시아는 해가 늦게 진다. 야경 기다리다 졸려죽을 판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실컷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전망대쪽으로 오니 야경을 기다리느라 사람들이 몰려있다. 7시인데도 아직 훤하다. 페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레스토랑에 갔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전망은 좋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아보여서 버섯버거를 시켰다. 생각보다 맛있다. 감자튀김이 맛있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실컷 걸은 보람이 다 날아갔다. 감자튀김이 살이 되어 도로 몸에 착착 붙는다.

어둠이 깔리자 남자가수가 등장한다. 노래를 못 부른다. I'm not the only one.을 부르는데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었다. 꺽꺽거리는 소리를 듣기 괴로워서 나왔다.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서 야경을 즐기고 있다. 페낭이 동양의 진주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동서양과 모든 종교가 만나 어울더울 잘 지낸다. 이번 여행 중 만난 진주 같은 섬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오니 204번이 대기 중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 누었는데 잠이 안 온다. 오늘 하루를 스펙터클하게 보냈더니 흥분한 모양이다. 맥주나 한잔 하자고 나갔다.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거리의 노천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서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마침 라이브가 시작된다. 몸집 좋은 여자가수가 또 I'm not the only one 을 부른다. 아까 남자가 망쳤던 기분은 다 회복했다. 내가 들은 중 가장 잘 부른 버전이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팁 박스에 돈을 넣었다.

노래 잘하는 가수 <노래 잘하는 가수>

노래를 다 듣고 싶었지만 졸린다. 작은 병맥주도 내게는 과하다. 한 병만 시키고 계속 앉아 있는 것도 미안한 일이라 일어났다. 귀에는 여자의 노래가 계속 맴돈다.

Penang is not the only one. 여행자가 가야할 곳이 너무나 많다. 지금은 나의 페낭을 사랑하는 중이다.

[허여사의 여행일기 말레이시아편 Day-3] 페낭(2)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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